[초점] 정부, "집값 고점" 경고에 시장은 반대로..아파트값 신고가 랠리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정부가 집값이 이미 고점에 다다랐다며, 추격매수를 자제하라는 시그널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전역 매매가격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수십억원을 웃도는 강남권 고가단지에서는 앞자리가 연이어 바뀌며, 신고가 경신 랠리에 나섰다.
19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0.12% 올라 지난주(0.10%)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재건축과 일반 아파트가 각각 0.09%, 0.12% 올랐다. 무더위와 휴가철로 주춤했던 수도권 아파트의 주간 매매가격 오름폭이 다시 확대됐다.
◆ 정부 "집값 고점" 경고 메시지에도 시장 반응 '냉랭'
지난달 28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집값이 최고 수준에 근접했거나 이미 고점을 넘어서고 있다며 추격 매수에 신중해달라고 강조했다.
앞서 홍 부총리는 "서울 아파트 가격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조정을 받기 이전 수준의 고점에 근접했다"고 말하는 등 지난 5월 24일 기재부 확대간부회의 이후 올해 집값 고점에 대한 우려를 여러 차례 드러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이미 적용된 규제도 크게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시장도 수요자도 내성만 생겼다. 신뢰가 가지 않는다", "계속 오르고 있는데 고점이 어디란 말이냐", "정부 말만 듣다 내 집 마련은 꿈에서나 가능하다. 오히려 추격매수 하란 말로 들린다" 등 냉소적인 의견이 이어졌다.
정부가 집값이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고 경고했지만, 서울의 아파트 매수 심리는 오히려 더 강해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8월 2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107.9로 지난주(107.6)보다 0.3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지난 3월 첫째 주(108.5)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매매수급 지수는 부동산원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으로, '0'에 가까울수록 공급이 수요보다 많음을,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가 공급보다 많음을 의미한다. 기준선인 100을 넘어 높아질수록 매수심리가 강하다는 의미다.
여경희 부동산114 리서치팀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새로운 공급방안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 시장은 지난해 5월 29일(0.01%) 이후 연속해 상승세를 이어갔다"며 "공급계획에서 입주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있어, 현재의 아파트값 상승세가 쉽게 꺾이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 '강남불패' 신화 현재진행형…'아리팍' 55억이 1년 새 62억으로
정부가 수년간 서울 집값 급등의 근원지이자, 바로미터가 되는 강남권 집값을 잡기 위해 세금과 대출 등 전방위 대책을 내놓았지만, 거래량은 줄어든 가운데 신고가를 경신하는 사례가 최근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9년 12·16 대책을 통해 초고가 아파트에 대한 대출 규제를 강화했으며, 지난해 6·17, 7·10 대책 등으로 다주택자의 세금 강화 등 정책을 쏟아냈다. 여기에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재개발과 재건축 등 정비사업 손발을 묶자 오히려 희소성이 주목받고,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를 더 부추겼다.
한국부동산원이 이달 셋째 주(8월 16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을 조사한 결과 매매가격은 0.30% 상승했다. 수도권(0.39%→0.40%)과 서울(0.20%→0.21%) 상승폭이 확대됐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대체로 거래활동 감소세가 지속했으나, 재건축 계획안 통과(방배 신동아, 잠실 미성크로바, 잠실 주공5단지) 등 규제 완화 기대감이 커진 재건축이나 인기 단지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되며 상승했다"고 말했다.
특히, 강남4구는 재건축 진척 기대감 이어지면서 강남구(0.25%)는 개포동 재건축 위주로, 송파구(0.24%)는 방이·잠실·가락동 재건축과 인기 단지 위주로, 서초구(0.24%)는 반포동 재건축과 방배동 신축 위주로, 강동구(0.16%)는 둔촌·고덕·길동 위주로 올랐다.
뿐만 아니라 최근 강남권 대장주들의 실거래가는 정부의 경고가 무색할 정도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아크로리버파크(2016년 8월 입주)' 전용 178㎡는 지난달 62억7천만원(21층)에 거래가 완료됐다. 대형면적대에 한강변 대표 단지로, 서울 강남에서도 최상의 입지를 자랑한다. 동일면적대 매물은 1년 전인 지난해 8월 고층 매물이 55억원(31층)에 팔렸다.
최근 거래된 매물은 지난해 거래된 매물보다 낮은 층수임에도 1년 새 7억7천만원 상승했다. 3년 전인 지난 2018년에는 동일면적대 매물은 38억원(17층)~48억원(20층)대에 거래됐다.
'반포자이(2009년 3월 입주)'도 올해 들어 전용 84㎡ 기준 30억원대 선을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다.
단지의 전용 84.984㎡는 지난달 3건이 거래됐는데, 30억5천만원(2층), 32억5천만원(7층), 33억원(19층)에 실거래됐다. 지난 4월에는 동일면적대 매물이 29억원(4층), 31억원(13층)에 팔렸다. 해당면적대 매물이 처음으로 30억원대를 넘어선 것은 올해 4월부터다. 최근 거래된 19층 매물은 단지의 신고가를 경신했다.
동일면적대 매물은 1년 전인 지난해 7월 27억9천만원(17층)에 거래됐다. 1년 새 5억원이 상승했다. 2년 전인 지난 2019년 7월에는 15층 매물이 22억8천만원에 팔렸다. 가장 최근 신고가를 갈아치운 매물과 비슷한 층수로, 2년 새 가격은 약 10억원이 올랐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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