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에 오븐까지? ..인력난 해소 위해 외국인 노동자 주거 개선 나선 농촌 [현장에서]

글·사진 최승현 기자 2021. 8. 1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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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강원 양구군 방산면 금악리에서 수박과 시래기용 무 등을 재배하고 있는 이주한씨가 지난 18일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외국인 계절노동자 3명이 생활하고 있는 조립식 목조주택의 외부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고령화가 심화되다 보니 이젠 외국인 노동자 없인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됐어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국인) 인력 충원을 위해 임금 뿐 아니라 숙식 문제까지 꼼꼼하게 살피고 있어요.”

최근 강원도 내 농촌 지역에서 외국인 노동자의 거주시설을 신축하거나 리모델링을 통해 편의시설을 확충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계절노동자(3~5개월 단기간 고용)의 입국이 차질을 빚으면서 인력난이 가중되자 한명이라도 더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주거여건 개선 등에 나선 것이다.

지난 18일 오후 강원 양구군 방산면 금악리의 한 농가에 들어서자 마당 옆에 자리잡은 경량철골 구조의 조립식 목조주택 2동이 눈에 띄었다. 얼핏 펜션처럼 보일만큼 깔끔해 보였다. 10~20평 규모의 조립식 목조주택을 들어가 보니 주방과 욕실은 물론 에어컨까지 갖춰져 있었다. 이 곳에는 수박농사를 위해 고용된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외국인 계절노동자 3명이 지난 5월부터 생활하고 있다.

이 농장의 주인 이주한씨(62)는 “4년 전 외국인 노동자들의 숙소로 사용하기 위해 1억원을 들여 조립식 목조주택 2동을 건립한 뒤 꾸준히 시설을 보완해 왔다”며 “올해엔 자치단체 지원을 받아 차광시설을 새로 설치하고, 도색도 다시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1만6500㎡(50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에서 수박과 시래기용 무 등을 재배하고 있다.

이씨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전적으로 노동력을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비용이 다소 부담되더라도 세심하게 배려할 수 밖에 없다”며 “빵이 주식인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을 위해 2개월전에는 숙소에 오븐까지 설치해 줬다”고 말했다.

강원도 내 11개 시·군은 올해 법무부로부터 외국인 계절 노동자 2509명을 배정받았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에서 인력 송출을 꺼리면서 당초 배정인원 중 15.1%인 380명(우즈베키스탄 308명, 베트남 64명, 태국·캄보디아 각 4명)만 확보해 7개 시·군 농가에 배치하는데 그쳤다.

양구군은 올해 필리핀 대신 코로나19 상황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우즈베키스탄으로 눈을 돌려 계절 노동자 193명을 겨우 유치할 수 있었다.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농촌지역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확보하는 것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양구와 화천 등 강원도 내 접경지역 자치단체들이 외국인 노동자 유치를 위해 이들을 위한 주거여건 개선사업 지원을 확대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철원군 근남면 육단리 마을 주민들은 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내년 9월까지 빈 건물을 정비해 식료품점과 빨래방까지 갖춘 ‘외국인 노동자 거주시설’을 만들기로 했다.

박승와 강원도 농정과 인력지원계장은 “외국인 계절 노동자들의 주거여건 등을 개선하기 위해 올해 12억1100만원을 들여 이동식 조립주택(24개)과 숙소형 컨테이너 설치(50동)를 지원하고, 난방시설과 소화기 등도 설치해 줬다”며 “앞으로 이같은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원 양구군 방산면 금악리에서 수박과 시래기용 무 등을 재배하고 있는 이주한씨가 지난 18일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외국인 계절노동자 3명이 생활하고 있는 조립식 목조주택의 외부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글·사진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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