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게인' 대박 이후 본전 못 뽑는 음악예능, 어째서 폭망각일까

김교석 칼럼니스트 2021. 8. 1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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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아도 너무 많은 음악예능, 터닝포인트 필요한 시점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흔히들 2010년대를 관찰예능의 전성시대라 말하지만 양적으로나 화제성 측면에서나 동시대를 양분하고 있는 또 하나의 예능 장르가 바로 음악예능이다. 직관적인 재미와 감동이란 확실한 무기를 바탕으로 <나는 가수다> <복면가왕>, <히든싱어> 류의 쇼프로그램이 장수하고, <슈퍼스타K> 이후 오디션쇼가 질적으로나 다양성 측면에서나 발전해오고 있다. 방송 종사자들이 요순시대처럼 꿈꾸는 온가족 콘텐츠부터 세대별 코드가 확실한 문화콘텐츠까지 모두 아우르면서, 기대할 수 있는 폭발력 또한 가장 큰 장르다.

2016년 <복면가왕>이 엄청난 주목을 받으면서 지상파에서만 음악예능이 5편 넘게 쏟아져 나오던 시기가 있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났지만 음악예능의 위치는 여전히 굳건하다. 오히려 아이돌부터 중장년까지 국악에서, 레트로를 거쳐 힙합까지 훨씬 다양해졌다. 음악에 재능을 가진 사람들도 제도권이나 재야 막론하고 언제나 많다. 우리가 한의 민족이라고 교육받아서 그런지 현실에 비해 담고 있는 재능과 꿈을 품고 사는 사람들의 사연에 어느새 응원하게 된다.

그런데 2016년이나, 2019년이나, 그 이전 오디션쇼가 방송사의 최고 상품으로 추앙받던 시기와 다르게 양적으로는 꽉 차 있는데, 올해 초 오디션쇼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싱어게인>의 대박 이후 음악예능과 그 파생예능들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시들해지고 있다.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쇼버라이어티와 오디션쇼 모두 연초 보여준 기대나 기상과 달리 현재 하락세로 돌아섰다.

월요일의 <슈퍼밴드2>는 밴드 음악에 대한 애정을 싣고, '적자생존'의 서사와 대립을 부각하지 않고 기회와 상생에 초점을 맞춘 JTBC표 '착한 오디션'이자 다양성을 담보하는 음악성으로 호평을 받고 있지만 성공한 시리즈라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 의미는 충분히 깊고 볼거리도 다채롭지만, 유튜브 조회수, 클립, 화제성, 시청률 모든 면에서 자사 히트상품인 <싱어게인>과 비교불가다. 화요일 JTBC의 <비긴어게인> 포항 버전인 <바라던 바다>와 <불후의 명곡> 시즌1과 유사한 콘셉트로, 신동엽과 김정은, 이유리. 조세호, 황광희, 고은아 등이 출연하는 채널A의 야심작 <레전드 음악교실 –랄라랜드>은 모두 방송사 입장에서 꽤나 힘을 준 기대작인데 '공감'의 감동을 만들지 못하면서 성적표가 공히 처참하다.

TV조선의 수목금을 책임지고 있는 <미스터트롯> 파생프로그램들도 연초에 비하면 시청률이 절반 가까이 빠졌다. 수요일 <뽕숭아 학당> 시청률은 12%대에서 7%대로 내려앉았다. 목요일 <사랑의 콜센터>도 16%대에서 10%대로 점진 하락 중이다. 지난해 4월 첫 방송 이후 화제성 부동의 1위를 지켜 오다가 지난 5월부터 <놀면 뭐하니?>에 바통 넘겼다. <미스트롯2>의 톱7이 대리 효도를 하는 금요일 <내 딸 하자>도 두 자릿수에서 시작했지만 점점 내려와 시즌1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말 그대로 뽕 뽑는 IP전략으로 성공한 TV조선이 6%의 시청률에도 4개월 만에 쉬어가기로 한 건 이유가 있다는 뜻이다.

엠넷의 아이돌 서바이벌쇼 <걸스플래닛 999>는 '조작한' 오디션쇼의 명가 엠넷에서 내놓은 2년 만의 대형 프로젝트다. 그러나 같은 배우가 얼굴에 점 하나 찍고 다른 배역으로 돌아온 막장 드라마처럼 <프로듀스> 시리즈에서 이름만 바뀌었을 뿐, 한·중·일 참가자들로 구성된 걸그룹 서바이벌 예능이라는 점부터 유명한 출연자를 대상으로 한 의도적 갈등과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의 교차편집까지 '악마의 편집' 전형 그 자체다. 그 결과 2화까지 1% 이하 시청률과 부정적 피드로 화제성 1위를 기록하며 외면당하고 있다.

토요일은 아예 음악예능의 날이다. 사실상 음악예능이라고 봐도 무방한 MBC <놀면 뭐하니?>는 한때 두 자릿수로 올라갔으나 매번 호흡이 늘어지면서 시청률이나 관심이 초반만 못하고, 장수 예능인 <불후의 명곡>도 최근 몇 년간 굳건했던 시청률이 무너지면서 올해 1월 10%대로 시작해 현재 5.3%로 내려앉았다. 이는 일요일 프라임타임의 터줏대감인 <복면가왕>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SBS가 2년 만에 선보인 아이돌 오디션 <라우드>는 <펜트하우스3>와 붙여놓은 편성 전략과 4년 만에 오디션쇼에 돌아온 JYP 등의 화제 요소들을 업고 9%의 높은 관심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프로듀서(심사위원)의 명망에 포커스를 맞춘 탓에 시청률은 점점 깎여나가 현재 반 토막이 났다. 트롯 다음으로 드디어 눈길을 받고 있는 판소리 오디션쇼 MBN <조선판스타>, KBS가 나름의 물량을 대거 투여해 제작하는 레트로 코드의 오디션쇼 <우리가 사랑한 그 노래 새 가수>는 각각 <미스터트롯>과 <싱어게인>을 꿈꿨으나 모두 낮은 시청률과 관심 속에 오디션쇼 흥행의 필수조건인 스타를 배출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음악예능 자체에 대한 피로도는 젖산처럼 축척되고 있는 상황에서 하반기에는 오디션쇼를 중심으로 더 많은 음악예능이 기다리고 있다. 우선 <싱어게인2>와 지옥에서 돌아온 <쇼미더머니10>이 있고, JTBC 국악 경연 프로그램 <풍류대장-힙한 소리꾼들의 전쟁>, MBC는 9월에 보이그룹 오디션 <극한데뷔 야생돌>과 11월 걸그룹 오디션 <방과후 설렘>을 선보일 예정이다.

<싱어게인>, 그 이전에 <미스트롯> 시리즈는 완전 새로운 세계의 음식을 내놓아 흥행한 것이 아니다. 누구나 다 아는 레시피에서 참기름 한 방울을 더해 완전히 다른 맛을 냈다. 시대적 흐름에 도태된 미스코리아 포맷에, 성인 나이트에 온 듯한 무대 연출과 아웃핏을 내놓았던 <미스트롯>이 <미스터트롯>을 비롯해 트로트 열풍을 견인할 수 있었던 이유는 중장년층 시청자의 발견이었고, <싱어게인>은 이미 한물갔다는 서바이벌의 긴장감을 갈등이나 대결구도가 아니라, 기회라는 측면에서 만들면서 '착한 오디션쇼'로 새롭게 다가왔다.

음악예능이 범람하다보니 이승철, 유희열, 김종진, 김현철을 비롯해 관련 예능에 자주 눈에 띄는 얼굴이 있다. MC들, '전설' '심사위원' '멘토' '판정단' 불리는 사람들은 일종의 직업군처럼 형성되어 있다. 다시 말해 음악예능은 고민의 깊이와 사려에 따라 제작하기 까다롭고 디테일이 중요한 만큼 새로운 예능이 될 수 있는 반면, 기존에 쌓여 있는 템플릿을 이용하듯 접근하면 비교적 손쉽게 도전할 수 있는 장르다.

돌고 돌아온 아이돌 오디션쇼나, 트로트 열풍 이후 중년 콘텐츠로 확실하게 자리 잡은 음악예능 모두 새로운 시도, 터닝포인트가 필요한 시점이다. 중장년층 콘텐츠로 넘어간 <복면가왕>이나 <불후의 명곡>은 똑같은 패턴을 아무런 변화 없이 수년째 이어가고 있다. <라우드>나 <걸스플래닛 999>는 음악예능의 역사가 쌓이면서 진일보한 지점, 정반합으로 나아가며 지나쳐온 부표를 여전히 목표지점으로 삼고 있다. TV조선도 다음 이벤트가 필요할 때다. 고착화된 장수 예능부터 신생 오디션쇼까지 너무 많고, 또 성공작이 드물다보니 전반적으로 피로도가 꽤나 높아졌다. 올해 초 제도권 밖에서 시작된 흐름으로 인생 역전의 동화를 써내려간 브레이브걸스 스토리는 음악예능의 서사가 프로그램 밖에서 벌어진 사례다. 이럴 때일수록 시청자가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정서적 동기나 물리적 장치에 대한 기획과 아이디어가 절실하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tvN,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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