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동행] 구제 옷 팔아 기부하는 빨간천사 김미선 미용실 원장
수익금에 사비 보태 사랑의 열매 전달.."이웃과 나누는 삶 희망"
![구제 옷 정리하는 김미선 원장 [촬영 : 임채두 기자]](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108/15/yonhap/20210815090016298njpj.jpg)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내가 기부한다고 하니까 주변에서 이렇게나 옷을 많이 보내줘요."
전북 전주시 완산구 '각시 미용실' 옆 20평 남짓한 가게
각시 미용실 김미선(62·여) 원장은 14일 오전 이곳에 가득 쌓인 옷을 정리하기 바빴다.
머리에 헤어롤을 돌돌 감고 있는 파마 손님이 "원장님!"을 소리쳐 부르면 길 건너 미용실로 달려가고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가게를 둘러보니 바닥, 탁자 위, 의자 위 여기저기에 온통 옷이 쌓여 있었다.
대충 세어봐도 어림잡아 2천 벌은 돼 보였다.
이른 아침부터 계절 별로, 상·하의 별로 옷을 분류해 옷걸이에 걸고 있던 김 원장은 입가에 미소를 한가득 머금고서 "참 잘 살았나 보다"라고 읊조렸다.
김 원장이 구제 옷을 팔아 사랑의 열매에 기부한다는 소식을 듣고 친구와 이웃, 미용실 손님이 '온정'을 보내온 것이다.
이들이 미용실로 찾아와 옷을 건네기도 하지만 '옷이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 김 원장이 한달음에 달려간다.
하루가 멀다고 쌓이는 옷을 정리 정돈해 손님 앞에 선보인다.
가격은 1개당 1천∼5천 원.
이날 첫 손님은 여름 블라우스를 하나 집어 들더니 김 원장을 향해 손가락 3개를 들어 보였다.
김 원장이 고개를 젓더니 다섯 손가락을 내밀었다.
굴하지 않은 손님은 깔깔 웃으며 '양심'에 따라 사랑의 열매 로고가 그려진 상자에 돈을 넣고 가게를 나섰다.
![구제 옷 팔아 '이웃 사랑' 실천하는 김미선 원장 [촬영 : 임채두 기자]](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108/15/yonhap/20210815090016909uzro.jpg)
이 상자에 모인 돈은 김 원장이 모두 사랑의 열매에 기부한다.
지난 1월에는 지난해 판매 수익금 236만원을 전달했다.
올해 4월부터는 매월 50만원을 사랑의 열매에 보내고 있다.
한 달 수익금이 그 정도는 되지 않지만, 돈을 보태 일정액을 기부하고 있다.
김 원장은 "처음에는 이렇게 많은 옷이 모일 줄 몰랐다"며 "새것과 다름없는 옷을 받아서 팔고, 이 돈으로 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게 큰 기쁨이자 보람"이라고 웃음 지었다.
김 원장 앞에 이렇게 많은 옷이 도착한 것은 그가 28년간 '배식 봉사'를 하며 행한 은덕 덕분이었다.
그는 '밥 주는 예쁜 미용실 언니'로 이 동네에서 유명했다.
강한 인상을 주는 빨간 티셔츠와 재킷, 바지 덕택에 '빨간 천사'로도 불린다.
매일 정오만 되면 미용실 손님은 물론 장애인, 홀몸 노인 등이 다 함께 밥을 먹었다.
김 원장은 오전 5시에 일어나 국과 반찬을 준비해 40∼50명에게 음식을 대접했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에도 음식을 차려놓은 덕분에 알아서 밥을 먹고 가는 이들도 있었다.
워낙 단골이 많아 손님이 손님을 대접하는 진풍경을 이곳 미용실에서는 흔히 볼 수 있었다.
김 원장은 거동이 불편하거나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는 이들을 위해 '도시락 배달'도 했다.
이런 김 원장의 매출을 올려주기 위해 '머리를 하고 싶다'며 1∼2시간 거리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오는 타지 손님까지 있었다.
![미용실에서 손님 맞는 김미선 원장 [촬영 : 임채두 기자]](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108/15/yonhap/20210815090017106czcm.jpg)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한 이후 지난해 3월부터 배식 봉사를 중단했다.
만남을 자제하면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마당에 여럿이 함께 모여 식사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김 원장은 코로나19를 원망하면서 소외된 이웃과 함께 얼굴 맞대고 맘 편히 밥 먹을 수 있는 그 날만 기다리고 있다.
김 원장은 "코로나19 때문에 배식을 못 하게 된 이후 이웃을 도울 방법을 고민하다가 구제 옷을 받아 팔게 된 것"이라며 "배가 고파 미용실 앞을 서성이던 손님, 신체 일부분이 없어 움직이지도 못하던 장애인 손님, 모두 어떻게 끼니를 해결하고 있을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우리 미용실에서 늘 식사하던 손님들이 도와준 덕에 이렇게 소액이나마 기부를 하고 있지만, 코로나19에서 벗어나면 작은 것이라도 이웃과 나눠 먹는 삶을 다시 살고 싶다"고 희망했다.
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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