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5명이 반바지"..남자들의 출근길이 짧아진다 [알쓸소비]

신미진 2021. 8. 1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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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 男 반바지 매출 2배 껑충
SK브로드 현대모비스 등 정착
다리털 면도기 덧신도 깜짝 특수
허성무 창원시장(오른쪽)과 직원이 지난 6월 반바지를 입고 출근하고 있다. 【사진 제공=창원시청】
[신미진의 알쓸소비-15] # SK브로드밴드 3년 차 매니저 김 모씨(31)는 요즘 출근할 때마다 반바지를 입는다. 3년 전 신입사원 때부터 회사에서 '반바지 캠페인'을 진행한 덕분에 눈치를 볼 필요는 전혀 없다. 김씨는 "여름에는 매니저 중 고참들을 포함해 절반이 반바지를 입는다"며 "너무 짧거나 트레이닝복이라면 예의가 없다는 생각이 들겠지만, 요새 반바지 출근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여름철 출근 복장 간소화 논의를 시작한 지 10년. 남성들의 출근복은 '노타이' '쿨비즈'를 넘어 반바지까지 영역을 넓혔다.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웃도는 폭염이 지속되는 데다 허례허식보다 실용주의를 추구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인원이 많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장 벗고 반바지 입는 男

롯데홈쇼핑에 따르면 올해 6월부터 이달 11일까지 남성 반바지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스케쳐스골프 남성 썸머 트레일 쇼츠' 3종은 누적 1만5000세트 판매액을 올렸고, '닉스 남성 썸머 타슬란 풀밴딩 쇼츠 세트'도 1만세트가 팔렸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폭염으로 남성 의류 판매 비중이 높은 '정장세트' '골프 의류' '트레이닝복 세트' 외에 각 패션 브랜드에서 모두 반바지 수요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고가 브랜드에서도 반바지 매출이 늘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에 따르면 지난달 1~25일 뉴욕 컨펨퍼러리 브랜드 띠어리와 네덜란드 남성복 브랜드 수트서플라이의 올해 남성 반바지 신상품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각각 86%, 20% 상승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비즈니스 정장 판매가 줄어든 것과 상반되는 결과"라고 말했다.

스케쳐스 골프 남성 썸머 트레일 쇼츠. 【사진 제공=롯데홈쇼핑】
◆젠더리스 트렌드도 한몫

기업마다 근무복장 자율제를 도입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 LG, 롯데그룹은 2010년대 근무복장 자율화를 선언했다. 특히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017년 신차 발표회장에 흰색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나타나 사내 분위기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모비스 직원 A씨는 "지난해부터 여름 반바지 출근이 대세가 됐다"며 "매니저는 물론 차장급 이상도 반바지를 입는데, 직원들 서로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창원시청은 2019년 이후 올해로 3년째 여름철 반바지 출근을 허용하는 '프리 패션데이'를 운영하고 있다.

젠더리스 패션도 반바지 출근 정착화에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젠더리스 패션은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패션을 추구하는 것을 뜻한다. 남성들이 배꼽티(크롭티)나 미니스커트에 도전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펜디는 2022년 봄여름 컬렉션을 공개하면서 남성 크롭톱을 선보였다. 이 밖에 지드래곤의 샤넬 핸드백과 방탄소년단(BTS) 지민이 싱글 앨범 '버터(Butter)'에서 입고 나온 페이크 퍼 부츠 등도 유명해지고 있다.

남성용 다리털 숱 제거기. 【사진 제공=G마켓】
◆"딴 나라 얘기" 격차 심해

반바지 출근에 깜짝 특수를 누린 제품도 있다. G마켓에 따르면 지난달 '남성용 레그(Leg) 면도기' 키워드로 집계되는 상품 매출은 전년 대비 56% 이상 증가했다. 또 SSG닷컴 등 주요 온라인몰 내 남성용 양말 상품군에는 장목 양말 대신 단목이나 덧신으로 불리는 '페이크 삭스(fake socks)' 등이 상위 판매 목록에 올라와 있다. 페이크 삭스는 반바지를 착용했을 때 신발 밖으로 양말이 튀어나오지 않는 것이 강점이다.

다만 여전히 반바지 착용을 망설이는 직장인도 많다. 국내 한 유통기업에 다니는 30대 B씨는 "출근복이 간편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정장바지 밖으로 내놓는 오버핏 셔츠만 입고 가도 상사들의 시선이 쏠린다"고 토로했다. 공무원도 마찬가지다. 현재 경기도는 도내 공무원에게 6월부터 9월 중순까지 반바지를 입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얘기가 나온다.

[신미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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