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싸고 좋은지 몰라"..입소문 중요한 중년 여성들 이제 알아버렸다[방영덕의 디테일]

방영덕 2021. 8. 14. 17: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장사를 하다 하다 이렇게 파리 날린 적은 처음이에요."

수도권에서 10년 넘게 네일숍을 운영해 온 사장님이 하소연합니다. 여름철 성수기에 말입니다.

이유를 더 들어봤습니다. "엄마들이 서로 만나야 유행이 생기거든. 남들이 한 페디큐어나 예쁜 네일을 보고 따라 하고 색깔 교체도 자주 할 텐데 밖에 나오질 않으니…."

오프라인 숍이 그렇습니다. 코로나19사태로 '구전 마케팅' 효과를 거의 못 보고 있습니다. 일단 손님이 와야 입소문이 날 텐데 그러지 못하니까요.

특히 4050 중년 여성들은 오프라인 쇼핑을 즐겨 하며 입소문이 중요한 세대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외출 자체를 꺼리다 보니 매출에 타격을 입은 곳이 상당합니다. 작년과 올해 매장을 리뉴얼한 주요 백화점에서는 중년 여성들의 방문이 줄자 관련 의류 매장 수 자체를 줄였습니다. 가두 패션이나 화장품 매장들 역시 그야말로 개점휴업일 때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중년 여성들이 꾸미지 않는 것일까요.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아줌마란 말 대신 젊음을 강조한 '젊줌마' 패션이 뜨고 있고요. 셀프 네일을 하기 위해 공동 구매를 하며, 카카오톡으로 고가 브랜드의 패밀리 세일 초대 링크를 공유하느라 바쁩니다. 오프라인 대신 온라인이나 모바일에서 쇼핑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4050 세대를 겨냥한 패션쇼핑 앱 `퀸잇
◆40대 이상 중장년층, 온라인 카드 결제 더 자주 하고 많이 긁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인터넷 이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40대 전자상거래 이용률은 86%로 2019년(72%) 대비 14%포인트 늘었습니다. 50대는 같은 기간 44%에서 60%로 16%포인트 증가했고요.

최근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2019~2020년 2년치 하나카드(개인 신용카드 및 체크카드) 온라인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30대 이하 연령층은 2019년 대비 2020년 온라인 카드 결제 규모가 약 24% 증가한 데 비해 40대 이상 중장년층은 약 49% 증가했습니다.

쿠팡, G마켓, 11번가, 옥션 등 종합 쇼핑몰에서 40대 이상 결제 규모 증가율은 30대 이하보다 약 1.8배 이상 높았는데요. 온라인 소비문화가 중장년층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잘 보여줍니다.

[사진출처 : 포스티]
◆온라인 장 보기 익숙해지자 온라인 쇼핑도 척척

그동안 중년 여성들은 온라인에서 옷이나 화장품을 구매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매장에 가서 직접 입어보고, 발라보고 얘기를 나눠보고 샀죠.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 장보기' 등을 경험하면서 달라졌습니다. 주문한 상품들이 제때 잘 배송되자 온라인 쇼핑에 대한 신뢰가 쌓였습니다. 명품 주문도 온라인으로 척척 하게 됐지요.

실제로 현대백화점그룹에 따르면 패션 전문기업 한섬이 운영하는 쇼핑몰 더한섬닷컴은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전체 매출이 41.3% 신장한 가운데 40·50대 고객 매출이 53.4% 상승했고요. 신세계인터내셔날 역시 자사몰 에스아이빌리지에서 올해 상반기(1~6월) 전체 매출이 66% 신장했는데 40·50대 고객 매출이 약 50% 늘었습니다.

백화점 측에서는 중장년 여성들의 소비력이 여전히 높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다만 고가 의류나 명품까지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쉽게 결제할 수 있게 되자 관련 쇼핑이 어느 때보다 더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을 뿐이죠.

◆4050세대 겨냥한 패션앱 속속 등장

아예 중장년 세대를 타깃으로 전용 패션 애플리케이션이 속속 출시되는 모습입니다. 지난해 9월 선보인 패션앱 '퀸잇'이 그중 하나입니다. 백화점·아웃렛에서 흔히 사 입던 브랜드 옷을 모바일에서 더 싸게 살 수 있게 해 중년 여성들 사이에서 평가가 좋습니다. 그만큼 높은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소프트뱅크벤처스, 카카오벤처스 등에서 누적 투자금으로 165억원을 유치했습니다.

배우 윤여정을 모델로 내세워 화제가 됐던 10·20대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에서는 최근 40·50대 여성을 겨냥해 '포스티'란 플랫폼을 선보였습니다. 백화점 브랜드를 아웃렛 가격으로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웠지요.

백화점에서 브랜드의 입점수수료는 통상 30~40%에 달합니다. 하지만 이들 모바일 앱에선 10~20%대로 낮출 수 있고, 그 결과 소비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싼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습니다.

나름 백화점 정기 세일전이나 아웃렛 행사장을 통해 저렴하게 잘 샀다고 여겼던 소비자들도 온라인에서 더 다양하게 펼쳐지는 할인전에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그래서 선택 장애를 겪을 때가 있지만, 중장년층의 매력이 이럴 때 발휘되는 것 같습니다. 자신에 대해 어느 정도 잘 알고 있다는 점이죠.

많은 중장년 여성은 이미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 자신만의 패션 스타일을 파악했기 때문에 선택이 그리 어렵지 않다고 얘기합니다. 오프라인에서 익숙한 브랜드를 저렴하게 살 수 있게 한 패션앱일수록 4050세대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입니다.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