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집값 고점 경고, 시장은 또 비웃었다

성유진 기자 2021. 8. 14.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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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금 집 사면 위험하다”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지 보름여가 지났지만, 집값 상승세는 꺾일 조짐이 안 보인다. 정부기관인 한국부동산원은 수도권 아파트값이 최근 4주 연속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 중이라고 발표했고, 국책연구원인 국토연구원 조사에서도 “앞으로 집값이 계속 오를 것”으로 보는 국민이 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아도 무주택자 등 주택 실수요자의 불안감을 잠재우기에 역부족인 모습이다.

지역별 아파트 값 상승률

◇고점 경고에도 집값 상승 심리 더 커져

1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 수도권 아파트값은 0.39% 올랐다. 2012년 5월 관련 통계가 나온 이후 가장 높았다. 7월 셋째 주(0.36%)부터 4주 연속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서울이 0.2% 올랐고, 인천과 경기도는 각각 0.43%, 0.49% 상승했다. 수도권 아파트값은 올해만 벌써 10.23% 급등했다. 작년 같은 기간 상승률(5.05%)의 두 배 수준이다. 전국 상승률도 8.4%로 작년 같은 기간(3.56%)보다 월등히 높다.

정부는 연일 ‘집값 고점’을 경고하지만, 부동산 시장에선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른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날 국토연구원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7월 기준 서울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45.7로, 전달 대비 4.1포인트 상승했다. 수도권(146.3)과 전국(139.9) 소비심리지수도 한 달 전보다 올랐다. 이 지수는 전국 2338개 중개업소와 일반 국민 6680명을 표본으로 하는 조사로, 기준선(100)을 넘으면 집값 상승이 계속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뜻이다.

◇전세난에 매물 줄면서 집값 밀어올려

전문가들은 저금리 장기화로 유동성이 넘치는 상황에서 갈수록 심해지는 전세난과 매물 부족이 집값을 밀어올린 것으로 분석한다.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예정된 공공주택 공급 시기를 앞당기는 ‘사전청약’ 카드까지 꺼냈지만, 주택 매수 수요를 잡기엔 역부족이다. 지난달 서울 성북구에서 7억원짜리 아파트를 산 30대 최모씨는 “집주인이 전셋집을 월세로 돌리겠다고 해 전셋집을 찾다가 집값이 더 오르면 ‘영끌’조차 불가능해질 것 같아 집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주택 시장에 나오는 매물도 급감하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3만9012건으로 한 달 전보다 8.5% 감소했다. 석 달 전과 비교하면 17.8% 줄었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주인들이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 거라고 보고 굳이 시세보다 더 싸게 집을 내놓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하는 수도권 매매수급지수는 작년 6월 이후 1년 넘게 기준선(100)을 웃돌고 있다. 집을 팔려는 사람보다 사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집값 끝없이 오를 순 없어… 무리한 대출 위험”

다만 주택 경기를 진단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인 주택 거래량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 6월(신고일 기준) 4240건으로, 패닉 바잉이 거셌던 작년 7월(1만6002건)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경기도 역시 1만5131건으로 작년의 절반 수준이다. 집을 사는 사람이 줄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금리 인상 움직임도 변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미 여러 차례 가계부채 등을 거론하며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당장 집값 조정이 된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지금 집값이 과도한 수준인 것은 사실”이라며 “자산 가격이 무한정 오를 수는 없는 만큼 과도한 부채를 안고 집을 사는 건 위험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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