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잇슈]저는 다주택자인데요, 집 안 팔아요

채신화 2021. 8. 11.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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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다주택자의 이야기>
현 정부 '부동산 적폐' 낙인에 규제 겹겹
'매물 내놔라'..갈수록 심해지는 세금폭탄
양도세 부담에도 버티기·증여 추세 예상

저는 정부가 그토록 싫어하는 다주택자입니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집도 있고 '빚 내서 집 사라'던 박근혜 정부 때 집을 몇 채 더 사서 임대주고 있습니다. 

제 입으로 말하긴 부끄럽지만 임차인들에게 '착한 임대인' 소리를 종종 들었을 정도로 최선을 다했습니다. 곳간에서 인심 나온다고 먹고 살기 여유로우니 임대료에 연연할 필요가 없었거든요. 아, 물론 이건 현 정권에서 저(다주택자)를 '부동산 적폐'라며 칼을 들이밀기 전까지의 얘기입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현 정부가 출범한 뒤로 제 상황은 확 바뀌었습니다. 정부는 집값 상승, 부동산 시장 교란을 야기하는 중심에 다주택자가 있다고 보고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수위를 점점 높여갔는데요.

매년 바람 잘 날 없었습니다. 2017년엔 8·2대책을 통해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해 대출규제를 강화하며 추가 주택 매입을 못하도록 막고, 다주택자의 양도세율을 최대 40%에서 60%까지 올렸고요. 2018년엔 9·13대책을 통해 규제지역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를 최고 2.0%에서 3.2%까지 높였습니다.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시장에 다수 나오면 집값 상승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을 거라고 본거죠. 2019년엔 12·16대책에서 종부세 세부담 상한을 올리는 대신,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가 6개월 내로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팔면 양도세 중과는 배제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해주겠다며 일종의 '당근'을 주기도 했는데요.

지난해부터는 다시 매섭게 채찍질을 하더군요. 2020년 6·17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중과, 종부세 추가 과세, 분양권 전매 제한 등을 적용하기로 했고요. 올해 7·10대책은 취득세, 종부세, 양도세를 한꺼번에 올리는 '끝판왕' 카드를 내놨습니다. 그 결과 현행 취득세율은 최고 12%, 종부세율은 최고 6%, 양도세율은 최고 75%(지방세까지 포함하면 82.5%)에 달합니다. 

정말 숨통을 조이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저는 어떻게 했냐고요?

안 팔았습니다. 집값뿐만 아니라 전월세 보증금까지 크게 치솟아 세금 부담분이 상쇄됐거든요. KB부동산 자료를 보니까 2017년 12월만 해도 서울 아파트 중위전세가격은 4억2346만원이었는데, 올해 7월엔 6억2440만원으로 2억원이나 뛰었습니다. 집주인들의 세금 부담이 이래저래 상쇄될 수 있었던 요인입니다.

양도세도 부담입니다. 정부는 양도세 중과 시점인 올해 6월1일 전에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을 거라고 예상했었잖아요. 저뿐만 아니라 제 주위 다주택자들 대부분이 버텼습니다. 기존 양도세도 높은 수준이었거든요. 

물론 고민이 되긴 합니다. 투기 세력 취급 당하는 것도 지겹고 매년 오르는 세금을 내기도 버겁습니다. 실거주 외 주택들은 모두 처분하고 '똘똘한 한 채'만 가져갈까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요.

웬걸요. 이번엔 여당이 다주택자 양도세 폭탄을 예고했습니다. 기존엔 다주택자가 1주택자가 되면 주택의 취득 시점을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 기산일로 보고 최대 40%(보유기간 공제율)를 공제해줬는데요. 오는 2023년부터는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 기산일을 최종 1주택자가 되는 시점으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내년까지 서둘러 집을 처분하라는 뜻이죠.

기가 막히는 상황인데요. 그래서 어쩔거냐고요? 안 팝니다! 

이미 지금도 양도세 부담이 큰 상황인데 출구도 없이(양도세 완화) 집을 팔라면 누가 팔겠습니까. 숱한 규제 끝에 맷집도 생겼고요. 더군다나 내년 대선을 앞두고 규제 완화, 개발 호재 등이 겹쳐서 집값 상승이 기대되는 터라 저는 좀 더 버텨볼 생각입니다.

그 전까지 세금 부담은 어쩔거냐고요? 임차인에겐 미안하지만 지금처럼 전셋값이 상승하는 추세이면 한동안은 버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주택자를 둘러싼 규제와 현 상황을 취재를 기반으로 가상으로 구성했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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