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인호 칼럼] 모든 것이 횡령되고 있다

우인호 2021. 8. 10.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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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인호 전략기획국장
우인호 전략기획국장

모든 것이 횡령(橫領)되고 있다. 드루킹 여론 조작으로 권력을 움켜쥔 운동권이 민주(民主)를 횡령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파괴한 자들이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통치의 모든 명분으로 '민주'를 내걸었다. 그러고도 모자라 민주주의의 화신인 양 대통령을 지켜달라고 신파극까지 펼친다. 인권(人權)을 수식어로 내건 자들이 오히려 인권을 횡령하고 있다. 북한에 의해 피격,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인권은 '도박빚'에 짓밟혔고, 떠내려온 북한 어부들은 의사 표현도 제대로 못한 채 강제 북송됐다.

자유(自由)도 방역을 구실로 횡령되고 있다. 아무런 과학적 근거 없이 확진자수에만 기초해 일상의 자유를 빼앗는 고통을 안기고도 방역당국은 미안함조차 느끼지 않는 듯하다. 정책 실패인 백신 확보 실패를 외국계 백신 회사의 '횡포'로 치부하는 대통령의 화법은 후안무치의 화법이다. 특히 언론의 자유는 전(前) 언론인, 현(現) 정치인에 의해 횡령되고 있다. '아는 자가 더 한다'고 언론중재법을 고쳐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릴 셈이다. 이미 공중파 뉴스를 장악하고도 불안한 모양이다.

공정(公正)은 조국 사태 때 권력에 의해 완전히 횡령됐다. 권력은 공정과 불공정을 따지기는커녕 언론 탓하고 수사하려는 검사를 '정치 검사'로 규정했다. 그러나 실은 '진짜' 정치 검사들로 방어막을 세우고 그 뒤에서 공정을 횡령하기 바빴다. 도덕(道德)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가장 부도덕한 인간들이 도덕을 횡령했기에 '내로남불'이라는 말은 국제적으로 쓰이는 말까지 될 판이다.

정치의 최우선 과제인 민생경제는 경제를 아무 것도 모르는 얼치기들이 횡령한 지 오래다. 집권하자마자 내세운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현실화'라는 도구로 횡령해 가버렸다. '횡령액'을 메우려는 심산인지는 모르겠지만 '부동산 투기꾼'을 탓하고, 세금 폭탄을 터뜨린다. 그러고도 '빚더미'가 해결되지 않자 이제 '코로나19'로 분식(粉飾)까지 하려 한다.

옆 나라 일본도 권력이 마치 자기 것처럼 횡령해버렸다. '죽창가'를 부르고 '불매운동'을 조장한 뒤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일본으로부터 자립을 외친다. 숫자를 멋대로 이어 붙이고 통계를 왜곡해 자화자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심지어 태양과 바람까지 횡령되는 시대가 됐다. 자연이 맡겨놓은 태양과 바람이 '탈원전'이라는 이념을 위해 권력에 의해 동원되면서 횡령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권력만 횡령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시민단체가 시민을 횡령하고, 여성단체가 여성을 횡령하고 있다. 권력 주변을 맴돌면서 보조금을 지원받고 권력을 지원하면서 '시민'과 '여성'이 사라지는 상황이 됐다.

윤미향 의원이 이사장을 지낸 정의기억연대의 보조금 부정 수급 논란과 윤 의원의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업무상 횡령 및 배임 문제가 불거져도, 박원순·오거돈 두 메트로폴리스의 수장들의 성범죄 혐의가 나와도 시민·여성단체는 침묵으로 시민과 여성을 횡령한다.

이들이라고 처음부터 횡령을 꾀하지는 않았을 터이다.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는 시간 없이 과도한 이념이 먼저 머리 속에 주입되었기에 정권을 쥐자마자 필연적으로 횡령이 시작된 것이 아닐까 여겨진다. 현실을 그들의 넘치는 이념에 맞춰 재단하는 과정에서 남는 민주, 인권, 자유는 그렇게 횡령되었을 것이다. 민주, 인권, 자유, 공정, 도덕을 마치 자기들만의 것인 양 그렇게 가져가버린 것이다. 이념 과잉이 횡령의 시대를 연 셈이다.

이제 권력과 그 주변부 단체에 의해 모든 것이 횡령되는 시대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지경이다.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이를 불법으로 차지하여 가진다는 뜻의 횡령은 한자 뜻 그대로 살피면 가로 횡(橫)과 다스릴 령(領)이 합쳐진 단어다. 가로 횡(橫)은 비정상적, 제멋대로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비정상적으로 제멋대로 다스리겠다는 의미도 만들 수 있는 셈이다. 한 때는 감동받았던 취임사를 들었을 때 알아챘어야 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건 "비정상적으로 제멋대로 다스리겠다"는 뜻이었음을.

우인호 전략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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