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무시하더니"..실거주 의무 백지화 이어..부동산 정책 속속 원점회귀
"부동산 정책 기조 안바꾸면
집값·전셋값 잡기 힘들 것"
비아파트 임대사업자 신규 등록을 중지하기로 했다가 되살리기로 한 것은 악화된 전세난 때문으로 분석된다. 신규 전세 계약에 대해서도 임대료 상한을 두려 했지만 이 역시 없던 일로 했다. 여당 핵심 관계자는 "임대차 3법 추가 개정 의사나 검토 계획은 없다"며 "임대사업자 제도도 더 이상 건드릴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공시지가 6억~9억원 구간에 있는 주택의 재산세율도 0.40%에서 0.35%로 낮췄다.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화 법안을 폐기한 것도 시장이 악화된 부동산 민심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임채우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이 법안으로 집주인들이 실거주하면서 세입자가 쫓겨나는 결과만 발생하고 말았다"고 꼬집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막고, 임차인을 외곽으로 내모는 정책을 되돌리지 않는 한 미세 조정으로 난관을 타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최근 종합부동산세 2% 부과 논의에서 보듯 현 여권의 기조인 있는 자와 없는 자의 편 가르기 구도는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몇 가지 정책 시정도 그저 '생색내기'나 '보여주기'에 불과할 것이란 우려가 계속된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꼬인 건 정책의 출발이 주거 안정보다는 '강남 집값 잡기'였기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대출 규제·세제 압박을 통해 강남 등 선도 지역의 집값부터 떨어뜨린다는 모토를 내걸었지만 다주택자의 똘똘한 한 채 전략에 수포로 돌아갔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부동산 정책을 펼 때 보호할 실수요자를 먼저 특정하고 시작했어야 했는데 강남 집값 잡기가 되면서 꼬여버렸다"며 "갭투자는 실수요자의 유일한 자산 축적 과정이라 이를 투기로 몰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도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해 다주택자든 실수요자든 상관없이 대출을 조이면서 실수요자만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당이 기조를 바꾸지 않는 한 부동산 시장 안정은 요원하다고 지적한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정말 서민에게 도움이 되는지를 판단하고 정책을 펴야 하는데 그런 판단이 전혀 없다"며 "현재로선 2017년 8월 2일 이전 정책으로 돌아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김태준 기자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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