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 무색'.. 전용 84㎡ 15억원 넘은 경기도 역세권 아파트들
경기도에서 30평대(전용면적 84㎡대) 매매 거래가격이 처음으로 15억원선을 넘은 단지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투기과열지구에서 15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사면 대출을 전혀 받을 수 없는데도 매수 행렬이 이어진 결과다.
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평촌더샵센트럴시티’ 전용 84㎡(24층)은 최근 15억1000만원에 계약 신고돼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6월 말 동일면적 동일 층수가 14억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계약일 기준으로 한달도 안됐는데 1억1000만원이 뛴 셈이다. 지하철 4호선 인덕원역과 한정거장 떨어진 평촌역 인근에 위치한 아파트로, 이 지역 일대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 인덕원역 신설 추진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하철 신분당선 광교역 인근 단지인 수원시 영통구 ‘이편한세상테라스광교웨스트힐’ 전용 84㎡(4층)은 지난달 15억4000만원에 팔려, 동일면적대 처음으로 거래가가 15억선을 넘었다. 작년 말 15억원선을 돌파한 수원시 영통구 ‘광교중흥S클래스’ 전용 84㎡대(26층)의 경우 지난달 16억5000만원에 계약됐다. 6월에는 동일면적 41층이 16억원에 거래됐다.
지하철 수인분당선과 신분당선 정자역 역세권 단지인 성남시 분당구 ‘정자더샵스타파크’ 전용 84㎡(12층)도 지난 6월 15억9000만원에 거래되며 15억원을 처음 돌파했다. 동일면적 22층이 작년 2월 10억 7000만원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1년여만에 5억원가량이 뛴 셈이다. 광명시 ‘철산 센트럴 푸르지오’ 전용 84㎡는 지난 4월 지역 신고가인 15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15억원’은 주택담보대출 금지 마지노선이다. 정부는 2019년 ‘12·16 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 내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규제 영향으로 고가 아파트 거래가 쉽지 않음에도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데는 교통환경 개선 등 개발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실거래가가 15억원을 돌파한 사례 단지들은 경기도에서 GTX 사업 등 교통호재가 있는 지역 내 역세권 랜드마크 아파트라는 공통점이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경기도 아파트 시장에서도 중저가 단지의 매수세와 가격 오름세가 다시 고가 아파트 시장을 자극하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라고 해석한다. 가격 키 맞추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여경희 부동산 114 수석 연구원은 “서울 집값이 오르자 경기·인천으로 수요가 이동했고, 매수세가 몰린 중저가 아파트단지의 가격이 올랐다”면서 “그 결과 해당 지역 내 대장주·랜드마크 아파트값이 저렴해보이는 착시를 만들면서 고가 아파트 시장의 가격 상승 압력을 높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이유로 경기도 아파트의 전반적인 가격 상승세는 다시 서울 아파트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실제 시장 일각에서는 경기도 지역에서도 매매거래가가 15억원선을 넘은 30평형대 아파트들이 등장하면서 서울 마포·용산·성동구 일대 아파트값이 싸 보인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여경희 연구원은 “서울 아파트 거래가 많지 않은데도 서울 주택 가격이 조정되지 않고 고점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라면서 “다주택자의 세 부담이 커지면서 소위 ‘똘똘한 한 채’를 가지려는 심리가 커졌기 때문에 수도권 고가 아파트단지 거래가 줄어도 시세는 강보합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인천·경기 지역 내에서는 철도 접근성이 좋은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올해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등 경기도 일대 1기신도시 아파트 시장이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강남4구로 불리는 강남·서초·송파·강동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2012년 통계 조사 이래 처음으로 15억원을 돌파했다. 자치구별로는 서초구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격이 18억7339만원으로 서울 1위다. 이어 강남구 18억1880만원, 송파구 13억4198만원, 강동구 8억3583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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