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거래사] 도시서 사업 실패 후 귀농..잔대 농사로 고소득

장인수 기자 2021. 8. 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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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군 장안면 구인리 육동진씨..잔대 인공재배법 성공
'금원' 브랜드 상표등록..잔대분말·차 생산 출시 온 힘

[편집자주]매년 40만~50만 명이 귀농 귀촌하고 있다. 답답하고 삭막한 도시를 벗어나 자연에서 위로 받고 지금과는 다른 제2의 삶을 영위하고 싶어서다. 한때 은퇴나 명퇴를 앞둔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적도 있지만 지금은 30대와 그 이하 연령층이 매년 귀촌 인구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농촌, 어촌, 산촌에서의 삶을 새로운 기회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뉴스1이 앞서 자연으로 들어가 정착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예비 귀촌인은 물론 지금도 기회가 되면 훌쩍 떠나고 싶은 많은 이들을 위해.

충북 보은군 장안면에서 잔대 재배를 하고 있는 육동진씨가 생산품을 소개하고 있다. © 뉴스1

(보은=뉴스1) 장인수 기자 = "오랜 시간 실패를 거듭하다 잔대 인공재배에 성공했습니다. 지금은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잔대를 활용한 다양한 먹거리 개발에 온 힘을 쏟고 있습니다."

충북 보은군 장안면 구인1길 7에 위치한 금원잔대 육동진 농장주(53)의 말이다.

올해로 18년째 장안면 구인리 자신의 밭에서 잔대를 재배·연구하고 있는 육씨. 그도 처음엔 잔대 재배법을 몰라 실패를 거듭했다.

다양한 농법으로 잔대를 심어봤지만 제대로 싹이 돋지 않았다. 죽는 게 태반이었다.

그가 재배법을 찾아내 본격 잔대 농사를 지은 지 8년째다.

지난해 잔대씨를 1㎏당 100만원, 잔대잎을 도매로 1㎏당 1만원선에 팔았다. 현재 그는 연간 7000만~8000만원 소득을 올리는 잔대 농사꾼으로 전국에 이름을 알리고 있다.

육씨는 애초 농사를 짓지 않았다. 육씨가 농부라는 직업을 가진 지는 20년쯤 된다. 충북 청주에서 사업을 하다 거듭되는 실패로 고향인 충북 보은으로 귀향을 결심했다.

다시 일어설 용기를 내기도 힘들 때 그의 머릿속에는 고향 집의 어머니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짐 싸서 돌아온 그는 노모와 밭으로 나갔다. 당시 할 수 있는 일이 밭농사뿐이었다.

처음에 밭 9900㎡에서 농사를 지어봤지만 고생한 것 만큼 돈이 되지 않았다.

농사일로 고심하고 있는 육씨에게 어머니가 잔대 농사를 추천했다.

친정 동네에서 잔대를 먹은 환자가 몸이 좋아졌던 기억을 되살려 아들에게 잔대 농사를 권했던 것이다.

20년 전 노모와 함께 산을 다니며 잔대를 찾았다. 처음에는 잔대 10여 뿌리를 캐서 밭둑에 심었다.

밭둑에 심은 잔대에서 꽃이 피고 나면 맺은 열매에서 솜털같은 씨를 채집해 이듬해 또 뿌렸다. 자식 교육과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 간절한 마음이 있기에 잘되길 바랐지만 제대로 자라지 않았다. 싹이 나지 않았다.

재배법을 몰랐기 때문에 실패는 10년 동안 지속됐다. 이 방법, 저 방법 다 써보며 10년간 버틴 끝에 저온에 뒀다가 흙과 섞어서 심는 재배법을 찾아냈다.

육씨는 "잔대는 광발아성으로 햇빛을 봐야 싹이 나는데 덮어놓아서 싹이 나지 않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배수가 잘되는 땅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토질만 맞으면 오랜 기간 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잔대 재배법을 알게 된 육씨는 재배면적을 늘렸다. 지금은 윤작처럼 돌아가면서 잔대를 수확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육씨는 잔대 이외에 종자용 배추, 감자, 옥수수, 고추를 재배 중이다. 임대한 군유림을 활용해 임산물과 참죽순, 옻순 등 산채까지 재배하고 있다.

판매 상품의 폭을 확장하고 한 농작물 재배 실패에서 오는 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충북 보은군 장안면 육동진씨가 자신의 잔대 재배 시설하우스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 뉴스1

올해는 육동진만의 브랜드까지 만들어 상표등록도 마쳤다.

브랜드는 금원(今元)이다. 육동진이 생산하는 채소, 산채 시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육씨는 현재 자기 땅과 임차를 포함해 6만6000㎡에서 잔대와 다양한 품목의 농사를 짓고 있다.

육씨는 생산하는 농산물에 대한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열풍 건조한 잔대잎을 이용해 건조 잔대순 비빔밥을 특허출원하기도 했다.

충북농업기술원은 지난해 잔대잎을 데쳐서 고온으로 열풍 건조했을 때 총 폴리페놀 함량이 매우 높게 유지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지난 3월 충북도농업기술원과 통상 실시협약을 하고 잔대 나물비빔밥을 홍보하는데도 힘쓰고 있다.

이 비빔밥은 건조한 잔대 잎을 이용하는데도 별도의 불리는 과정 없이 밥을 지을 때 바로 활용할 수 있어 누구든지 간편하게 산채나물밥을 경험할 수 있다.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잔대 분말과 티백 잔대 차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육씨는 "농사는 정석대로 지어야 하고 꼼수를 부리면 한순간 무너진다"며 "잔대 재배법과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농사꾼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jis490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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