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기운 내셔야죠".. 방호복 화투, 간호사가 제안했다

이가영 기자 2021. 8. 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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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삼육서울병원 음압병동에서 방호복을 입은 간호사가 치매 환자를 위해 화투 그림맞추기 치료를 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

음압 병동에 홀로 격리된 할머니 환자를 위해 간호사가 방호복을 입고 화투 그림 맞추기를 하는 모습으로 네티즌에게 감동을 준 이 사진. 당시 해당 병원의 간호사들은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치매를 앓는 할머니를 위해 먼저 그림 치료를 제안했다고 한다.

3일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이 사진은 올해 협회가 공모한 ‘제2차 간호사 현장 수기·사진전’에 출품된 것이다.

사진은 지난해 8월 삼육서울병원 음압 병상에서 촬영됐다. 사진에 등장하는 박모(93) 할머니는 요양원에서 머물던 중 코로나에 걸렸고, 코로나 전담병원인 삼육서울병원으로 옮겨졌다. 당시 할머니는 고열로 기운이 뚝 떨어진 상태였다고 한다. 게다가 중증 치매 상태여서, 다른 입원환자들에 비해 유독 격리병실 생활을 답답해하고 힘들어했다.

사진 속 주인공인 이수련(29) 간호사는 “격리병상에서 환자가 말을 나눌 사람은 간호사밖에 없지 않나. 계속 졸기만 하는 할머니를 깨우고 달래 기운을 차리게 하는 방법이 없을지 궁리한 결과였다”고 했다. 사진 속 화투 놀이 아이디어는 동료 양소연(33) 간호사가 냈다. 재활치료 간호 경험이 있던 양 간호사는 “치매에 보호자도 없이 홀로 병실에 계시는 게 너무 위험해 보여 입원 이튿날부터 놀이 시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림치료도 했다. 할머니는 그림 그리는 내내 졸기도 했지만 간호사 10명이 돌아가면서 그림 치료를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또 간호사들은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주선해줬고, 가족들은 “곧 퇴원하니 기운 차리고 건강하세요.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며 할머니를 위로했다. 모두의 노력으로 박 할머니는 보름 만에 코로나 음성 판정을 받고 퇴원했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치매 환자의 식사 챙기기부터 기저귀 갈아주기까지, 그냥 돌보기에도 힘든 일을 바람 한 점 통하지 않는 방호복을 입고 해내야 했다. 그래도 박 할머니처럼 치료를 잘 받아 퇴원하도록 돌보는 게 자기 일이라고 이수련 간호사는 말했다. 정작 코로나 병동에서 일하면서 이 간호사를 힘들게 한 건 따로 있었다. 그는 “입원환자 중 3명이 사망하셨다.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하고 유리창 너머로 가족들과 이별하는 광경을 보면서 가장 가슴 아팠다”고 했다.

신경림 대한간호협회장은 “두꺼운 방호복을 입고 숨쉬기 힘들고 땀이 비 오듯 하는데도 환자를 정성껏 위로하고 돌보는 광경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호사의 모습”이라며 “코로나에 지친 모든 국민에게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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