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강릉 스테이 '심상(心象)'

신기영 2021. 8. 2.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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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머문 집 8탄

평범한 일상 속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주는 마음 한구석에 남을 장소. 집을 짓기 전 가볼 만한 숙소, 그 여덟 번째는 강원도 강릉에 위치한 ‘심상(心象)’이다.





서쪽으로 길게 뻗은 숲, 남쪽으로 군락을 이룬 소나무가 자연스럽게 주변을 감싸는 곳. 동시에 숲 너머 푸른 바다까지 조망할 수 있는 집과 숙소가 있다. 바로 강원도 강릉의 ‘심상(心象)’이다. 심상복, 차지영 씨 부부는 오랜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남편의 고향인 강릉으로 내려와 새로운 보금자리를 틀었다.

두 개의 필지로 구성된 대지는 1.5m 정도의 높이 차이가 난다. 이곳에 초록의 자연과 대비되는 밝은 톤의 작은 집 네 채가 옹기종기모여 있다. 부부는 화려함이 눈길을 끌기보다 단정한 건축 형태와 조용한 공간 속에서 방문자가 도시 일상의 분주함을 떠나 안락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되기를 원했다. 주변 숲과 지형에 순응하며 수평적으로 배치된 4채의 집은 2인실과 4인실의 독립된 숙박동과 건축주의 살림집, 그리고 문화공간 ‘심상재’로 구성된다. 위쪽 필지에 살림집과 심상재, 아래 쪽 필지에 두 동의 숙소가 놓였다.

두 필지 위에 놓인 두 채의 숙소와 살림집, 문화공간 심상재. 대지의 레벨 차를 이용해 조성된 정원은 네 채의 건축물을 연결하는 요소이자 여행자의 쉼을 위한 배려다.


4인실 ‘사촌집’의 내부. 심상의 건축물들은 내부로 들어가면 심플한 외형과 달리 다양한 층고와 창호를 계획하여 풍부한 공간감을 느낄 수 있다.



HOUSE PLAN

대지위치 ≫ 강원도 강릉시
대지면적 ≫ 1,329㎡(402평)
건축면적 ≫ 337.48㎡(102.1평) | 연면적 ≫ 390.79㎡(118.2평)
건폐율 ≫ 25.39% | 용적률 ≫ 24.17%
주차대수 ≫ 6대
외부마감재 ≫ 징크, 외단열시스템, 울트라쉴드 사이딩(레드시터)
내부마감재 ≫ 규조토 도장, 목재 + 스테인, 타일, 강마루
욕실 타일 ≫ 유로세라믹 RAGNO look
주방 타일 ≫ 유로세라믹 DCI marble one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대림바스
주방 가구·붙박이장 ≫ 제작 가구
현관문 ≫ 이건창호, LX하우시스 도어
방문 ≫ 제작도어 + 도장 마감 | 조경석 ≫ 천연 조경석
조경 ≫ 건축주 직영
전기·기계·설비 ≫ 우리이엔씨
구조설계(내진) ≫ 드림구조
인테리어 ≫ 심상
시공 ≫ 이로
설계·감리 ≫ ㈜엠엘앤피아키텍트(이명호, 박의진, 김주향) 02-572-8026 www.mlnparchitects.com




엇갈리게 놓인 숙소 이웃집과 사촌집 사이, 담 너머로 살림집의 박공지붕이 보인다. 숙소 2동의 이름은 ‘이웃사촌’에서 따온 것이다.


우드&화이트를 기본으로 블루 컬러가 포인트가 된 사촌집의 벤치 공간. 창 너머 풍경과 함께 사색하기 좋다.

집과 숙소를 함께 짓는 일은 쉽지 않다. 사적인 공간과 외부인이 끊임없이 드나드는 개방된 공간의 관계 설정이 관건이다. 심상은 서로 다른 경사지붕 집들이 대지의 중앙을 비워낸 마당을 품으며 배치되어 있다. 심플한 박공 형태의 살림집과 문화공간 심상재는 정원을 중심으로 나란히 배치하고, 두 채의 숙소는 둘이 합쳐 하나의 큰 박공을 이루도록 경사지붕이 마주 보는 외관 디자인을 비스듬히 배치해 시선이 서로 마주하지 않는다.

사촌집의 욕실에는 한쪽 벽을 유리 블록으로 하여 외부 시선을 가리는 동시에 채광을 확보했다.



PLAN



이웃집 36.81㎡ | 사촌집 69.2㎡
주택 1F_121.65㎡, ATTIC_27.11㎡
심상재 1F_33.98㎡, 2F_59.55㎡




(위, 아래) 2인실 ‘이웃집’은 입구의 천창과 작은 온실이 공간을 환기시키며, 내부에 환한 빛을 더해준다. 욕실에서도 유리 벽면 너머로 온실을 바라보며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스튜디오 형태의 이웃집에는 평상형 침대와 간이 주방, 다이닝 공간이 하나로 구성되었다.



(위, 아래) 언론인이자 작가인 심상복 씨가 기획한 문화공간 심상재. 높은 박공 형태 천장, 바깥 풍경을 향해 탁 트인 창이 개방감을 준다.

스테이 심상의 얼굴인 문화공간 ‘심상재’는 백색의 다른 건물들과 대비되는 노출콘크리트와 목재 마감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공간으로서의 성격을 반영했다. 체크인하러 온 여행객은 여러 켜의 정원을 바라보며 2층으로 오르고, 외부 테라스에서 사천 바다와 푸른 숲을 만나게 된다. 심상재 내부에서는 박공의 시원한 공간감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정갈한 박공 지붕이 돋보이는 심상재의 2층 테라스 공간.


부부의 살림집. 방의 개수와 크기를 최소화하여 주방, 다이닝룸, 욕실이 특화된 공간으로 구성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공간으로 이곳을 꼽은 심상복 씨는 “요즘은 잘 놀 줄 아는 사람을 멋쟁이라고 하잖아요. 이곳에서 지인들과 차 한잔할 때, 저를 가장 부러워하는 걸 보면 정말 뿌듯합니다”라며 넌지시 소회를 전한다.



집짓기를 먼저 제안하고 주도한 건 아내 차지영 씨. 뉴욕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그녀는 지금도 미국계 글로벌 부동산 기업에서 인테리어 디자인 업무를 책임지고 있다. 모던&심플 콘셉트의 인테리어와 세심한 가구, 소품 연출은 오롯이 그녀의 감각이다.

군더더기 없는 공간에서 지저귀는 새들의 오케스트라에 귀를 기울여 보길. 번잡한 일상을 내려놓고 온전한 쉼을 누릴 수 있는 작은 마을이, 바로 이곳 강릉에 있다.


INTERVIEW
심상복 대표

강릉에 집과 숙소를 짓게 된 계기는 제 고향 강릉이 귀한 줄 모르고 스무 살에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사회에서 만난 많은 이들이 강릉이 최고라고들 했지요. 정말 그런지, 의문을 풀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중 2018년 대관령에 세컨드하우스를 갖게 되었고, 아내와 가까운 강릉을 자주 찾게 되었습니다. 아내는 본래 제주에 집 짓는 꿈을 가지고 있었는데, 제가 반대했죠. 오가는 일이 번잡하고 날씨도 생각만큼 좋지 않다면서요. 그런 아내에게 강릉은 좋은 대안이었습니다. 마침 서울에서 마카롱을 굽던 사촌이 먼저 강릉에 와서 즐겁게 일하는 모습을 보고, 용기를 얻어 강릉 가자고 하더군요. 도시에서 전원으로 가는 경우 대부분 남편이 주도하는데 우리는 그 반대였죠.

공사 중 에피소드가 있다면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아내는 원하는 디자인과 디테일이 확고하다 보니 시공사를 늘 피곤하게 만들었지요, 하하. 90° 각도의 박공을 요구하면서도 가파른 지붕을 잡아줄 보는 없애길 원했습니다. 그 바람에 목공팀이 아주 애를 먹었습니다. 시간과 비용이 더 들어간 것은 물론이고요. 그런데 지어 놓고 보니 역시 근사하더군요. 집을 지으면서 저도 아내와 갈등이 많았는데, 99% 아내 결정이 옳았습니다(웃음). 그밖에, 코로나 사태로 캐나다에서 단열재 수입이 안 돼 공사를 두 달이나 쉬기도 했습니다. 올 3월에 받기로 했던 독일제 벽난로는 아직도 시공을 못하고 있네요.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안주인이 직접 디자인한 심상 로고와 스테이 입구.


살림집 다락에서 바라본 세모 창의 모습.


가장 공들인 공간은 서재 겸 갤러리 풍의 문화공간 ‘심상재’입니다. 유일한 2층이라 사천 바다가 제일 잘 보이는 곳이죠. 디자인 관점에서 볼 때 심상재는 정말 심플한데, 심플한 걸 세련되게 만드는 일이 정말 어렵다는 걸 이번 기회에 알았습니다.

주변에 가볼 만한 곳은 가까운 곳에 ‘진보양푼이집’이 있습니다. 얼큰한 섭국(자연산 큰 홍합을 넣은 국)이 일품이지요. ‘장안횟집’은 물회와 미역국으로 전국구가 된 식당이고요. 대한민국 1호 바리스타 박이추 님의 ‘보헤미안 커피 사천점’도 500m 아래 보입니다. 약 5km 거리의 ‘참소리박물관’도 추천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오디오와 영화가 누구 덕인지 절감하게 될 것입니다.

사천 바다와 고즈넉한 숲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심상의 풍경.

앞으로의 계획은 심상의 콘셉트는 ‘숨과 쉼’입니다. 주변의 숲과 지척의 바다를 즐기면서 자연과 하나되는 경험을 하셨으면 합니다. 번잡이나 염려는 떨쳐버리고, 바비큐 대신 명상과 산책으로 자신을 보살피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또, 저희도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고향에 온 목적이기도 하고요. 앞으로의 삶이 더 단단해지고 풍성해지리라 생각합니다. 심상재를 채울 근사한 소프트웨어도 개발하려고 해요. 작은 음악회, 책 읽기, 나눔 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지방에도 작지만 세련된 문화공간이 있음을 알리고 싶습니다.


취재협조 | 심상 강원도 강릉시 사천면 손맞이길 91-12
www.instagram.com/simsang_stay https://blog.naver.com/staysimsang


구성_ 조고은 | 사진_ 최진보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1년 8월호 / Vol.270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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