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슈퍼 사이클'로 수입액 '역대최대'.. "수출 늘어도 무역흑자 급감"

세종=박정엽 기자 2021. 8. 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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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억2000만 달러로
지난 4월 508억달러 넘어서
원유·철·구리 등 가격 올라
4월 이후 가파른 수입 증가세

지난달 수출액이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대인 554억4000만 달러를 기록한 가운데, 수입액도 역대 최대치인 535억7000만달러에 달했다. 국제유가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두 배 수준인 배럴당 70달러 초중반까지 상승한 상황에서 유연탄과 철광석, 구리 등 원자재 가격이 동반 급등세를 나타내면서 수입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는 17억6000억원 흑자에 그쳤다. 수출이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어났지만, 무역수지 흑자액이 지난 6월(44억5000만달러)의 절반 이하로 급감한 것이다. 1~7월 수출액이 지난해보다 26% 이상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무역수지 흑자규모는 30% 급감했다.

국제유가 고공행진 등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안정되지 않으면 수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무역수지 흑자가 늘지 않는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이 늘어나더라도 국내 기업의 수익 구조가 나빠질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 6월 하순 부산항에서 부산항만공사 등 관계 당국이 빈 컨테이너 상태를 조사하는 모습. /연합뉴스

◇ 7월 월간 수입액 536.7억달러…”역대 최대치”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1년 7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수입액은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2% 증가한 536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월간 수입액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치다. 종전 최대치는 올해 4월의 508억달러였다.

수입액은 지난해 12월 이후 8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교역량 증가로 수출이 회복되면서 중간재, 자본재, 수입재 수입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유가 상승세가 장기화되면서 수입액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회복에 따라 국내 수요가 살아나면서 수입액이 증가하고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지만, 최근들어 수입 증가세가 가파르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지난해 12월 수입액은 전년동기 대비 2.2% 증가했지만, 올해 3월 18.7% 증가로 뛰어올랐다. 이후 4월 33.9%, 5월 37.9%, 6월 40.7%로 증가폭을 키웠다. 지난달도 38.2%를 기록하며 높은 증가폭을 유지했다.

최근의 가파른 수입 증가세는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급등 때문으로 풀이된다. 코로나팬데믹 대응을 위한 주요국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에서,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증가 기대감으로 올해들어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이 지속되고 있다. 10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75.41달러로 지난달 30일 장을 마감했다. 같은 날 서부텍사스산중질류(WTI)와 두바이유도 각각 73.95달러, 73.74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7월말 거래됐던 배럴 당 30달러 후반대에 비해 2배 가량 높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달 한국의 원유 수입액은 전년동기 대비 72.7% 증가했다. 유연탄 83.5%, 철광석 71.7%, 동(구리)의 웨이스트와 스크랩 102.0% 등 나머지 원자재 수입액도 대폭 늘었다. 이에 따라 1차 산품 수입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0% 증가해 수입액 증가를 주도했다. 중간재에서도 액화천연가스 123.0%, 경질석유와 조제품 128.7% 등의 수입액이 크게 늘었다.

사진은 지난달 25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표시된 유가 정보. /연합뉴스

◇ 1~7월 수출 26% 늘었지만 무역수지 흑자 30% 급감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입 증가는 국내 기업들의 교역조건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교역조건을 나타내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지난 6월 94.66로 전년대비 3.7% 내렸다. 지난달에는 수입가격(26.2%)이 수출가격(21.5%)보다 크게 오른 영향이다.

1단위를 수출한 대금으로 살 수 있는 수입품의 양을 뜻하는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100이하라는 점은 수입품에 비해 수출품이 상대적으로 제 가격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국제유가 상승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지난 4월(508억달러) 이후 수입액이 월 평균 500억달러 수준으로 증가하면서, 수출로 기업이 벌어들이는 수익이 쪼그라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는데, 7월 중에도 하락세가 지속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수출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무역수지 흑자 증가세는 주춤한 모양새다. 지난 6월 44억5000만달러였던 무역수지 흑자는 7월에는 17억6000만달러로 반토막 났다. 연간 무역수지도 지난해 수준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올해 1~7월 수출액은 3585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2838억달러에 비해 26% 가량 증가했지만, 무역수지 흑자액은 지난해 1~7월(283억달러)에 비해 100억달러 가량 적은 198억1000만달러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무역수지가 하반기 적자를 보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2021년 상반기 수출입 평가 및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하반기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0% 증가한 3046억달러, 수입은 28.7% 증가한 3060억달러로 전망됐다. 올해 하반기에 수출보다 수입이 늘면서 14억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한 경제연구원 고위 관계자는 “순상품교역조건이 100 아래에 장기간 머물러있다는 것은 국내 수출품의 경쟁력이 떨어져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비용 부담을 최종가격에 전가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면서 “수출을 많이 해도 부가가치 창출력은 떨어지는 외화내빈이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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