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번엔 00가 집값 상승 주범이라고요?

채신화 2021. 7. 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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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집값상승 원인을 국민에게 돌리는 정부
다주택자→임대사업자→부동산 중개업자 등
'26전 26패' 부동산 정책 등 돌린 수요자들 

"기대심리와 투기수요, 불법거래가 비중 있게 가격상승을 견인하는 상황이다"(지난 2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대국민담화' 중)

정부가 어김없이 집값 상승의 탓을 '국민'에게 돌렸습니다. 그동안에도 갭투자자, 다주택자, 임대사업자 등 특정 주택 보유자를 콕 집어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겨냥해 왔는데요. 이번엔 부동산 시장 참여자 '모두'에게 화살을 돌린 셈이라 국민들에게 또다시 실망감을 안겼습니다. 

현 정부는 26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때마다 '타깃'을 정해왔는데요. 정권 초반만 해도 갭투자자와 다주택자가 주 타깃이었습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017년 6월 취임사를 통해 "집값 급등은 투기세력 때문"이라며 "집은 사는 게(buy) 아니라 사는 곳(live)"이라고 말했는데요. 일종의 '규제 예고'였습니다. 

이후 서울전역 분양권 전매 금지(6·19대책),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지정 및 대출규제 강화(8·2대책) 등의 규제를 통해 갭투자와 다주택자의 주택 매입을 틀어막았습니다. 당시에만 해도 다수의 주택 구매는 투기나 다름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 공감대를 끌어내긴 했는데요. 

규제가 점점 심해질수록 부작용은 더 커져만 갔습니다. 2018년엔 9·13대책을 통해 규제지역의 2주택 이상 보유자의 세율을 올렸고요. 2019년엔 12·16대책을 통해 대출 규제를 강화했는데요. 

그러자 집주인들이 높은 세금 부담을 보전하기 위해 호가를 더 높이거나 아예 매물을 거둬들여 품귀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고요. 대출 규제가 심해지면서 선의의 수요자(이사를 위한 갈아타기 등)가 피해를 보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다음 화살을 임대사업자에게 돌렸습니다. 

정권 초만 해도 다주택자들의 매물 출회를 위해 각종 세제 혜택을 주며 임대등록을 유도했었는데요. 1년 만에 뒤집었습니다. 김현미 전 장관은 2018년 9월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임대등록 혜택을 이점을 활용해 다주택자들이 집을 쉽게 사려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임대사업자자 혜택을 보기 위해 임대사업자들이 주택을 사들이면서 집값이 상승했다고 본거였죠. 같은 해 9·13대책에서 신규 등록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을 축소했고요. 지난해엔 등록임대주택제도를 사실상 폐지해버렸습니다. 

2019년엔 초고가 아파트가 집값 과열의 중심에 있다며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선 주담대를 금지했고요. 담합 의혹이 있는 부동산 중개업소들을 겨냥해 합동단속을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2020년엔 전세난, 전셋값 상승 등 임대차시장 불안의 원인을 가구분화(1인 가구), 저금리에서 찾았고요. 

이쯤되면 정부가 겨냥할 만한 '투기 과녁'은 모두 채운듯 싶은데요. 아직 더 남아있었습니다.

홍남기 부총리는 '부동산 담화'에서 "실거래가 띄우기 등 불법‧편법거래 및 시장교란행위가 부동산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며 집값 상승의 원인을 기대심리, 투기수요, 불법거래 등으로 돌리는 듯한 발언을 했는데요.

결국 매수자, 투자자, 불법거래자 등 모든 부동산 시장 참여자가 집값 상승의 주범이라는 걸까요. 시장은 '정부가 또 국민 탓, 남 탓을 한다'며 잔뜩 실망한 분위기입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분석이기도 하고요. 국토부가 부동산 거래 신고를 의무화한 지난해 2월부터 연말까지 71만건의 부동산 거래를 뒤져 적발한 불법거래는 12건에 불과했거든요.

정부는 부동산 가격 '고점'을 경고하며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데요. 그 말을 믿고 기다린 사람들 어떻게 됐을까요.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8억5300만원에서 올해 6월 8억9519만원으로 올랐습니다. 1년도 안 돼서 4219만원(5%)이나 올랐습니다. 집값이 쉬지 않고 오르니 수요자들 입장에선 조급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투기세력을 적발·처벌·제어하는 건 공공의 역할이 맞지만 4년 동안 26번의 부동산대책을 내놓고도 아직도 잡지 못했다는 게 문제"라며 "오히려 정부가 계속해서 대책을 내놨음에도 집값이 오르자 정책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국민들의 불안이 커져 영끌 매수, 추격 매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미 '답'을 찾기엔 늦었다고도 했습니다. 김 소장은 "이제 더 내놓을 규제 카드도 없다"며 "다주택자들이 매매, 전세 매물을 내놓을 수 있도록 때리기 보다는 달래서(규제 보다는 인센티브를 줘서) 거래의 흐름이 돌아가게끔 해야 하는데 그동안의 기조를 바꾸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벌써 현 정부 5년차임에도 시장의 현실과 동떨어진 분석과 대책만 나온다는 게 안타까울 뿐인데요. 더이상 애먼 대상에게 화살이 돌아가지 않도록 정부의 고심이 필요해 보입니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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