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된 집값 사과, 진부한 대책 발표..왜 지금 했을까?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관계부처 장관들이 28일 발표한 부동산 시장 관련 대국민 담화에 새로운 내용은 거의 없었다. 처음 나온 대책이라곤 사전청약을 공공택지 민영주택까지 확대하기로 했다는 것 정도다. 이것 말곤 그동안 수차례 밝혀온 △주택공급 확대 △가계부채 관리 △교란행위 근절에 대한 의지를 거듭 강조하는 정도였다.
이날 홍 부총리는 "아파트 실질가격, 주택구입 부담지수, 소득대비 주택가격 비율 등 주택가격 수준·적정성을 측정하는 지표들이 최고수준에 근접했거나 이미 넘어서고 있다"며 거듭 집값 고점론을 폈다.
이어 "기대심리와 투기수요, 불법거래가 비중있게 가격상승을 견인하는 상황 하에서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불안감에 의한 추격 매수보다는 향후 시장상황, 유동성 상황, 객관적 지표, 다수 전문가 의견 등에 귀 기울이며 진중하게 결정해야 할 때"라고 호소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3주(19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대비 0.36% 올라 2012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정부 입장에선 당장 추가로 주택 공급을 늘리거나 새로운 수요 억제책을 추진하기는 어려운 만큼 국민에게 "집값은 오를 만큼 올랐다. 이제는 하락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통해서라도 수요를 억누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경제의 최대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도 이번 담화문 발표의 또 다른 배경이다. 더구나 올 하반기 중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사실상 예정돼 있다. 이는 집값 하락 요인일 뿐 아니라 빚을 진 국민들의 이자 부담을 늘리는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727조원에서 올해 1분기 1765조원까지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분기 가계부채 중 절반이 넘는 931조원이 주택담보대출이다.
한은은 최근 '주택가격 변동이 실물·물가에 미치는 영향의 비대칭성 분석' 보고서를 통해 집값 하락에 따른 충격을 우려했다. 한은은 LTV(주택담보대출비율)가 75%인 상황에서 2년 내 집값이 20% 하락하면 민간소비와 고용이 각각 4%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금과 같은 빚투(빚내서 투자)·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열풍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가 집값 하락 시 한국 경제에 큰 파급효과를 줄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날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그동안 수차례 말씀드렸듯 과도한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에는 높은 위험이 뒤따른다"며 "다소간의 비판과 부작용을 감수하고서라도 가계부채 증가율이 올해 목표로 삼은 5~6% 수준에서 억제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여당은 지난 4월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 참패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부동산 정책을 꼽는다. 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후보자 프레스데이에서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주택 정책에 회한이 많다.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다"며 "많은 정책을 남발했는데 아직도 안정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5월 취임 4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4년 동안 아쉬운 점은 역시 부동산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고, 보궐선거에서도 그에 대한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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