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극복 노하우를 새 먹거리로.. '대프리카'의 역발상

김덕용 2021. 7. 29.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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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쿨산업 육성 본격화
2020년부터 '대한민국 국제쿨산업전'
폭염 잡는 혁신 제품·신기술 선봬
원격제어 첨단 IoT 가림막 등 눈길
쿨섬유 개발·제조 인프라 통합 박차
녹지 확보 '담 허물기 운동'도 가속
다른 도시에 폭염 대응법 전파 역할
2021 대한민국 국제쿨산업전에서 우산을 겸할 수 있는 화려한 양산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1. 대구 중구 동인동 대구시청 앞 도로에는 익숙한 까만 아스팔트가 아니라 희끄무레한 ‘회색 아스팔트’가 깔린 구간이 있다. 대구시가 뜨겁게 달궈지는 아스팔트로 인한 열섬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특수 도료를 아스팔트 표면에 0.5~1㎜ 정도로 얇게 바르는 ‘쿨페이브먼트’(Cool Pavement·차열성 포장)를 시공한 곳이다. 태양열 반사율을 높여 도로 표면 온도를 최대 10도 정도 낮출 수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모니터링한 결과 도로 표면 온도가 7~10도가량 낮아졌다”고 말했다.

#2. 대구시는 시민 1만여명을 대상으로 건물 옥상의 흰색 바닥과 다른 색깔의 바닥 위에 앉았을 때의 온도 차이를 체험하는 실험을 했다. 참여 시민 대다수는 “흰 바닥 위가 훨씬 시원하다”며 놀라워했다. 시는 폭염을 대비해 2018년부터 ‘쿨루프’(Cool Roof) 시공을 했다. 옥상에 흰색 차열성 페인트를 칠하면 태양광을 반사하고 건물이 흡수하는 열을 절반 수준으로 떨어뜨린다. 건물 내부에 전달되는 열기도 2~5도가량 낮춘다. 대구지속가능발전협의회 관계자는 “옥상 색깔만 바꿔도 노인과 어린이, 저소득층이 폭염을 쉽게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대구시가 ‘폭염’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활용해 향후 지역의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키우려는 시도를 본격화하고 있다. 28일 대구시에 따르면 시는 ‘쿨(Cool)산업’ 육성을 통해 폭염을 이기고 시민 건강을 챙기는 동시에 지역경제도 활성화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쿨산업은 기후변화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폭염, 미세먼지 등 각종 재난재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산업을 뜻한다. 대구는 도시폭염 예측기술과 지수개발, 폭염건강예보 구축 등 폭염 연구 테스트베드로서 가장 적합한 지역이라는 강점을 앞세워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피할 수 없다면 활용하자”
대구는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를 가리키는 신조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여름철 전국에서 가장 뜨거운 도시로 유명하다. 대구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대구는 연평균 27.6일 동안 폭염(최고 기온이 33도 이상)이 발생했다. 전국 1위다. 밤잠을 설치게 하는 열대야는 18.5일로 전국 5위였다. 대구에서는 4~5년 전부터 아열대 기후에서 자라는 바나나가 열매를 맺기도 했다.
2021 대한민국 국제쿨산업전에서 참관객들이 다기능 그늘막을 살펴보고 있다. 대구시 제공
대구시는 지난해부터 무더위를 식혀줄 혁신적인 제품과 신기술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대한민국 국제쿨산업전’(K-ICE 2021)을 열고 있다. ‘폭염, 미세먼지, 기후·환경변화 전문전시회’로 공공·산업·소비재 분야의 다양한 쿨산업 제품과 신기술이 선보인다. 이달 21~23일 엑스코에서 열린 올해 전시회에는 지에스차양산업이 시민 체육공원이나 전기 차량 충전소에 맞춘 새로운 형태의 다기능 그늘막 제품군을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메탈크래프트코리아는 사물인터넷(IoT) 가림막인 ‘써놀’ 시리즈 4종을 출품했다. 회사 관계자는 “폭염대피용 그늘막 기능뿐 아니라 날씨, 온습도, 초미세먼지 등 정보를 모니터로 볼 수 있고 원격제어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5개국, 12개사 바이어가 참여한 수출상담회에서는 18건의 상담이 이뤄져 예상 계약 상담액이 약 100억원에 달한다.

대구시는 전통산업인 섬유에다 폭염을 활용한 ‘쿨섬유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구에는 섬유·염색·패션 연구기관이 집적해 있는 데다 쿨섬유 개발과 제조를 위한 시설과 후가공 기반이 잘 갖춰져 있어 쿨섬유 생산에 유리하다. 정군우 대구경북연구원 박사는 “최근 쿨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쿨한 직편물 소재 생산, 쿨패션 디자인 제작 등 지역 쿨섬유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연구기관, 인력, 지원시설 등 자원과 인프라를 집결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시는 폭염을 주제로 한 폭염축제, 물총축제, 대구국제치맥축제 등을 폭염 기간에 개최하면서 ‘폭염 대응 선도 도시’의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다.
채홍호 대구시 행정부시장(왼쪽)이 수냉식 에어컨을 둘러보고 있다. 대구시 제공
◆녹색환경도시 꿈꾸는 대구

도시 전체 온도를 1도라도 더 낮추려는 대구시 노력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나무 심기다. 대구시는 시민들과 힘을 합쳐 도로변 또는 담을 허문 자리, 건물 옥상 등을 여러 종류 나무로 채웠다. 동네 곳곳마다 흉물스럽게 남아 있던 빈터도 작은 공원으로 바꿨다. 시는 무더위를 극복하기 위해 1996~2006년 민간단체와 함께 ‘제1차 푸른 대구 가꾸기 운동’을 벌여 공원, 아파트, 공장, 학교 등에 나무 1000만여그루를 심었다. 그 뒤 2016년까지 단계적으로 2차, 3차 운동을 펼쳐 2300만그루를 추가로 심었다.

시는 올해까지 제4차 운동을 벌여 1000만그루를 더 심는다. 이런 노력이 더해진 덕분에 도심 녹지율을 전국평균(51%)보다 높은 62.4%까지 끌어올렸다. 대구의 연평균 열대야 일수는 2010~2014년 24일이었으나 2015~2020년 18일로 25%(6일)가량 줄어들었다. 온열질환자 수도 2019년 33명에서 2020년엔 26명으로 21%(7명) 감소했다.

대구에서 처음 시작한 ‘담 허물기 운동’도 빼놓을 수 없다. 녹지 확보를 위한 갖은 방안을 고민한 끝에 시도한 이 운동은 전국에 유행처럼 번졌다. 도심 곳곳에 쌈지공원도 많이 만들었다. 시는 도시열섬 현상 완화를 위해 내년까지 482억원을 들여 바람길 숲, 미세먼지 차단 숲, 명상 숲 등 약 190㏊ 규모의 도시숲 100개를 조성할 방침이다. 시는 폭염에 근본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중·장기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꾸준히 폭염 경감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무더위 대처 경험을 쌓은 대구시는 다른 도시에 폭염 대응법을 알려주는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1~23일 대구에서는 대구지속가능발전협의회, 대구녹색환경지원센터, 이클레이 한국사무소 등이 주관한 ‘2021 대구국제폭염대응포럼’이 열렸다. 대구지속가능발전협의회 관계자는 “대구가 폭염이라는 위험을 기회로 전환해 폭염 정책을 선도하고 나아가 폭염에 대한 실증적 연구와 산업 육성을 이끌어가는 도시로 탈바꿈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구=김덕용 기자 kimd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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