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y >美선 지반침하.. 中선 불법증축.. "잇단 건물 붕괴, 더 큰 참사의 전조"

임정환 기자 2021. 7. 2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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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곳곳서 아파트·호텔 붕괴

美 마이애미 해변 아파트 붕괴 원인 기후변화 지목… “해수면 상승으로 조금씩 가라앉고 있었다”

中 장쑤성 호텔은 불법 개조하다 와르르… 전세계 비극, 결국 인간의 이기심이 만든 ‘人災’

미국 플로리다 아파트 붕괴 사고 현장에서 사고 33일 만인 26일(현지시간) 50대 여성의 유해가 발견됐다. 미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아파트 붕괴 사고의 마지막 희생자로, 이날 발견된 에스텔 헤다야(54) 시신 수습을 마지막으로 최종 사망자는 98명으로 늘어났다.

갑작스러운 건물 붕괴 사고는 지난 12일에도 발생했다. 중국 장쑤(江蘇)성 쑤저우(蘇州)에서 일어났고, 대낮에 건물이 내려앉으면서 사망자가 17명이나 발생했다. 지난달 9일에는 한국에서도 광주에서 철거 중이던 건물이 붕괴하면서 17명이 숨졌다. 왜 갑자기 건물 붕괴 사고가 잇따르는 것일까.

건물 붕괴의 원인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해진 기후변화와 안전불감증을 수반한 불법 증축 및 관리 부주의가 원인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한마디로 ‘인재(人災)’라는 것. 건물 안전도를 평가하는 보카러톤의 앨버트 슬랩 CEO는 “일련의 비극적인 이 사건들은 큰 붕괴를 미리 알려주는 ‘광산의 카나리아’일 수 있다”고 전했다.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진 건물들 = “어떻게 이런 일이(Oh my God!)! 건물 전체가 무너졌어요.” 최근 AP 통신은 지난 6월 24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해변의 아파트 붕괴 사고 당시 응급구조 911 서비스에 녹음된 신고들을 공개했다. 녹음된 신고들은 사고 당시의 충격과 공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사고 당시 현장에 가깝게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한 신고자는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빨리 서둘러야 한다. 큰 폭발이 있다. 연기가 자욱하고 아무것도 안 보인다. 빠져나가야 하는데 연기밖에 안 보인다”고 말했다.

완전히 무너지지 않은 아파트에 갇힌 채 살려달라고 절규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 신고자는 “누가 날 좀 제발 꺼내달라”며 “건물이 붕괴하면 내 머리 위로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신고자는 “건물의 많은 부분이 무너졌다”며 “건물이 그냥 싱크홀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많은 사람이 죽을 것”이라고 전했다. 마이애미 서프사이드에 있는 ‘챔플레인 타워사우스’ 아파트의 이 같은 끔찍한 붕괴 참사로 숨진 이들은 지금까지 98명으로 집계됐다.

약 3주 뒤 중국에서도 비슷한 참사가 발생했다. 장쑤성 쑤저우에서 지난 12일 3층짜리 쓰지카이위안(四季開源) 호텔 일부분이 내려앉은 것. 한 주민은 현지매체에 “소리가 울리는 것을 보고 문밖에 나가보니 호텔 일부분이 무너져 내려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17명에 달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 원인일 수도 = 마이애미 챔플레인 타워사우스 아파트의 붕괴 원인은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지반이 약해졌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40년 전 바다와 곧바로 마주치는 간척지에 세워진 해당 아파트의 건물 밑바닥은 모래와 침전물로 돼 있는데, 해수면이 오르면서 침전물이 빠져나갔고 이로 인해 지반 침하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가설을 제기한 워싱턴포스트(WP)는 실제 아파트가 조금씩 가라앉고 있었다는 연구 기록도 공개했다. 시먼우도윈스키 플로리다 국제대 교수는 지난해 4월 발간한 논문에서 해당 아파트가 1993∼1999년 사이 매년 2㎜씩 내려앉았다고 밝혔다.

실제 마이애미 지역의 해수면 상승은 심각한 상황이다. 날씨 분석 기관인 캐피털 웨더 갱의 자료에 따르면 마이애미 지역의 해수면은 지난 한 세기 동안 무려 30㎝ 이상 올랐다. 특히 199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상승 폭이 15㎝였다. 이 때문에 마이애미에선 지난 23년간 홍수 발생 빈도가 320%나 증가했다는 연구도 있다.

CNN 역시 아파트 붕괴가 해수면 상승에 영향받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해수면이 상승하며 건물의 콘크리트 속으로 들어간 바닷물이 내부의 철근을 부식시켜 기둥을 약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런 가능성은 구조물이 바다에 인접했을 때 더 크다. 콘크리트 보수 전문가인 그레그 바티스타는 이 현상을 “콘크리트 암”이라고 표현했다. 바닷물이 암세포처럼 콘크리트 속으로 한번 파고들기 시작하면 구조물 전체로 퍼져 결국 무너진다는 얘기다.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예고된 인재 가능성도 유력 = 중국 쓰지카이위안 호텔의 경우 불법 개조공사가 문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펑파이(澎湃), 신화(新華)통신 등 현지매체는 사고 현장 구조 지휘부가 기초 조사를 한 결과 호텔 소유주가 무단으로 개조공사를 하다가 건물이 붕괴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당국은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호텔 대표와 시공업체 책임자 등을 체포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중국에서 불법 개조공사 탓에 호텔이 무너져 인명피해가 발생한 적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지난해 3월 7일 푸젠(福建)성 취안저우(泉州)에서 코로나19 격리 시설로 쓰이던 신자(欣佳) 호텔이 붕괴해 29명이 사망한 사건에서도 당국은 7층짜리 해당 호텔 중 3개 층이 불법 증축된 것을 확인한 바 있다. 본래 4층짜리 건물을 7층으로 올리다 보니 아래층이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건물 주요 기둥에 금이 가 참사로 번졌다는 의미다. 당시 당국은 호텔과 건축업자 등 23명을 형사처벌한 데 이어 관리 책임을 물어 푸젠성과 취안저우 공무원 49명을 무더기 징계했다.

인재의 징후는 마이애미 아파트에서도 발견된다. 해당 아파트는 사고 발생 3년 전인 2018년 ‘건물 곳곳에서 균열 등 중대한 하자들이 발견됐다’는 안전진단을 받은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당시 야외 수영장과 지하 주차장 등 곳곳에 심각한 손상이 있다는 진단에 이어 대규모 금액이 투입되는 공사 필요성까지 제기됐다. 당시 안전진단을 담당했던 ‘모라비토 컨설턴츠’는 구체적으로 이 아파트를 보수하는 데 910만 달러(약 102억 원)가 들 것으로 추산했지만 보수는 이뤄지지 않았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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