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겐에서의 교육 여행..'학교 박물관' 방문기

이철규 2021. 7. 27.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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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에서 7월은 학생들이 긴 여름 방학을 맞아 다양한 여름방학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주로 7월(2021년 27주~30주)에 진행되는 여름학교(Sommerskole)는 학생들에게 관심이 높다.

친구들과 떠나는 여름 캠핑, 수영·농구·배구 등 운동 프로그램, 다양한 악기를 다루는 음악 프로그램, 자연에서 동·식물과 곤충을 관찰하고 호기심을 자극하고 발명품을 만들고 창의력을 발산하는 프로그램, 소프트웨어 코딩 학습 프로그램 등 여름방학 동안 다양한 배움의 장이 열려 있다. 노르웨이 지자체나 도서관에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의 장기화로 온라인 학습에 지친 학생들은 방학 기간에 진행되는 여름학교보다 여행에 더 마음이 가는 듯하다. 여름학교는 선택 사항일 뿐, 2달여 동안의 긴 방학을 맞아 떠나는 가족 단위의 여행은 부모와 학생 모두가 만족하는 여름방학 나기의 최고의 선택일 것이다.

필자는 초, 중, 고등학교에 다니는 세 자녀 모두가 여름학교 프로그램을 잘 마치고 8월 초에 떠나는 짧은 가족여행을 계획했으나, 아이들 모두 여름방학 프로그램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래서 7월 세 번째 주(2021년 28주 차)에 노르웨이 동쪽 끝 오슬로에서 야간열차를 타고 서쪽 끝 베르겐으로 가는 가족 교육 여행을 떠나게 됐다.

환한 여름밤에 오슬로에서 11시 반 경에 출발해서 베르겐에 6시 반 경에 도착하는 야간열차 여행은 노르웨이의 대자연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새벽 1~3시 잠시 어둠을 지나면 산과 호수 그리고 만년설의 웅장함에 노르웨이 사람들의 삶과 자연의 조화를 알아차릴 수 있다.





◆오슬로에서 출발해서 베르겐에 도착하는 야간열차 안에서 본 외부 전경(2021년 7월 15일 새벽). 노르웨이 피오르드와 만년설)(위), 베르겐 초입 전경(아래) ©이철규

베르겐은 노르웨이 제2의 도시로 바다와 어우러진 피오르드(Fjord)지형과 산기슭 빼곡한 유럽풍의 집들이 아름다운 항구 도시다. 오슬로가 한국의 서울 같은 도시라면, 베르겐은 부산과 같은 해안 도시이다. 서울과 부산 간 거리 만큼 약 5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베르겐은 동쪽 끝 오슬로에 비하면 선선한 여름과 아름다운 풍광으로 국내 및 해외 관광관객에게 인기가 높은 지역이다. 우리 가족은 3일간의 여행기간에 베르겐 지역 도서관과 대학교, 학교 박물관 방문 등 교육 관련 여행코스를 준비했다.

베르겐 학교 박물관에서 중세, 근대, 현대 교육을 품다

베르겐 학교 박물관은 베르겐 대성당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 베르겐 시내를 한 눈에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산악 케이블카를 타는 곳에서 북적인다.

이곳을 지나 좁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웅장한 베르겐 대성당이 나오는데, 베르겐 대성당의 웅장함에 취해 걷다보면 학교 박물관을 지나치기 십상이다.





◆베르겐 학교 박물관(Bergen skolemuseum, Bergen School Museum) 전경(위), 입구의 방명록과 교육 소품 전시대(아래) ©이철규

학교 박물관의 좁은 출입문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형형색색의 꽃의 정원이 관람객을 반긴다. 노란 외벽과 푸르른 여름의 나무들이 조화를 이룬다.

박물관 입구에 있는 계단은 이 건물이 산중턱에 위치한다는 것을 알려줄 정도로 가파른 편이다. 1층으로 들어가면 박물관을 소개하는 소박한 자료들과 오랜 책들이 보관돼 있어 그 옛날 교사와 학생들의 삶을 조금이나 느낄 수 있다.

비교적 작은 규모의 베르겐 학교 박물관은 오랜 역사를 담고 있다. 중세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긴 세월의 무게를 건물 외벽과 교실에서 쉽게 느낄 수 있다. 이 박물관은 1706년 신학을 공부하는 배움터로 출발해서 1840년 새로운 대성당 학교가 지어질 때까지 교사와 학생이 함께한 라틴어 학교였다.

박물관은 2003년에 문을 열었고, 2005년부터는 베르겐 시립박물관의 일부가 돼 노르웨이 학교와 교육의 역사를 체험하는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학교 박물관 1층의 작은 교실과 칠판 ©이철규

학교 박물관 1층에는 교직원 숙소와 4개의 교실, 학습 서적 전시실이 있다. 작은 식당도 있어서 16~17세기 라틴어 학교의 생활상을 보여준다.

오랜 역사만큼 세월을 품은 고서(古書)들과 이곳의 교육을 책임진 교육자들의 사진, 그리고 많은 교육 관련 인물들에 대한 설명이 유리 안에 깨끗하게 전시돼 있다.

다른 쪽에는 일반 가정집처럼 벽난로 등이 놓인 방과 부엌이 있다. 교직원들과 학생들이 학업의 피로를 푸는 공간으로 함께 숙식을 했던 공간이다.

박물관을 안내하고 소개해주는 분의 이야기에 따르면, 이곳에서 학생들은 라틴어, 수학, 종교, 철학 등의 과목을 공부하고, 신부나 음악가, 교사 등울 꿈꿨다. 노르웨이 출신의 작가이자 역사가인 루드비그 홀베르그(Ludvic Holgerg), 음악가 페테르 다스(Petter Dass), 시인 요한 세브스티안 벨하벤(johan Sebastian Welhaven) 등이 이곳에서 공부했다.





◆학교 박물관 2층 교실 전경(위), 교탁과 칠판, 풍금에 대해 박물관 담당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아래) ©이철규

1층에서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2층에는 다양한 학습장이 있는데 1970~80년대 한국의 교실 풍경을 엿볼 수 있다. 가지런히 놓인 오래된 나무 책상과 교탁, 하얀 백묵으로 칠판 가득 써 놓은 글씨까지, 긴 역사를 담은 학교의 무게를 느낄 수 있다. 이곳이 박물관인가 할 정도로 1층과는 다른 풍경이다.

그 옛날 한국의 교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선생님을 위해 교탁 위에 칠판이 있고, 학생들 책상에는 개개인을 위한 소형 칠판과 닳고 닳은 몽당 분필이 놓여있다. 학생들 책상의 상판을 위로 열면 사물함이 있다.



◆2층 교실의 학생용 책상 위에 있는 개인용 칠판과 분필 ©이철규

2층에는 이외에도 동·식물 도감과 표본, 그림 자료, 치과 자료 등 다양한 학습 기자재가 전시돼 있다. 많이 낡고 빛바랜 자료들이지만 학부모들이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들이다.

학교 박물관 책상에 잠시 앉아 이곳에서 교육받던 그 옛날 유럽인이 되어 봤다. 분필 가루 휘날리는 교실에 학업에 열중하던 그 옛날 까까머리 한국 학생들을 떠올려본다.

베르겐 교육 여행은 어린 학생들에게는 과거 노르웨이 교육의 생생한 현장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학부모에게는 지난 초등학교의 추억을 떠올리는 교육 여행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교통수단이 그 옛날 말 타는 것에서 기차, 자동차, 비행기로 바뀐 것처럼 학습교구가 그 옛날 흑칠판, 분필에서 연필, 타자기, 화이트보드, 전자펜, 전자 칠판으로 바뀌어 가고 있을 뿐 교육에 대한 백년대계를 준비하는 교사의 마음이나 배움에 대한 학생의 열정은 변함이 없음을 느끼며 짧은 중세, 근대 학교 여행을 마감한다.

<베르겐 교육여행 자료>

베르겐 교육박물관: https://digitaltmuseum.no/owners/BSK#section-1589525228742_693

베르겐 공공도서관: https://bergenbibliotek.no/, 베르겐역 건너편

베르겐 대학교 및 도서관: https://www.uib.no/en

오슬로 – 베르겐 가족 기차여행 자료: https://www.familycantravel.com/oslo-to-bergen-norway-by-train/



◆베르겐 시내 박물관 위치 소개 자료(스캔본) ©이철규



◆베르겐 학교 박물관 소개 자료 앞면과 뒷면(스캔본) ©이철규

노르웨이 오스 = 이철규 글로벌 리포터 global279@gmail.com

■ 필자 소개

현 의료기기 유럽지역 에이전트

전직 마이스터고 산학겸임교사

전직 의료기기 업체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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