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을 평가한다는 것 [취재 후]

2021. 7. 2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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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역에 내려서 어떻게 가면 되나요?”

플랫폼 가사노동자들을 만나기 위해, ‘집청소’를 몇건 신청했습니다. 당일 오전 장소를 알려달라는 문자가 와 의아했습니다. ‘주소를 입력했는데 왜 묻는 것일까.’ 잠시 후 가사노동자 A씨를 만나고 의문이 풀렸습니다. 그는 스마트폰 앱을 거의 사용할 줄 몰랐습니다. 그리고 생각났습니다. 지도 앱이 대중화되기 전엔 늘 ‘직진하다 왼쪽으로 꺾으세요’와 같은 길안내를 했다는 사실을요.

주간경향 1437호 표지 이야기 ‘별점노동’을 취재하면서 만난 50~60대의 가사노동자들은 대부분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플랫폼 노동을 하게 됐는지 여쭤보니 대개 “가로수, 벼룩시장 같은 (구인구직) 신문에서 모집광고를 봤다”고 했습니다. 플랫폼 기업은 간략한 교육을 진행하는데 대부분 ‘앱 사용법’이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이런 교육마저 건너뛰는 플랫폼들도 있습니다. 2개의 플랫폼에서 일하는 A씨는 한 번도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앱 한구석의 ‘위험한 청소는 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내문도 몰랐던 겁니다.

플랫폼이 적정 서비스의 기준은 세우지 않은 채 노동자들에게 그저 ‘높은 별점을 받으라’고 내모는 현실. 가사노동자들은 소비자들의 무리한 요구와 감정 표출에 시달리지만 억울함을 호소할 길도 없습니다. 리뷰에 댓글을 달 수도 없는데다 이들에겐 전화가 익숙한데, 플랫폼은 전화를 잘 받지 않습니다.

또 다른 노동자는 기자에게 다른 청소 앱을 설치해달라는 부탁도 해왔습니다. 이전에는 어떻게 했는지 묻자 그가 답했습니다. “그냥, 누가 해줬어.” 앱 기능을 자세히 묻는 그를 보며 스마트폰에 서투른 어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소비자는 왕’이라는 정서는 이미 한국사회에 만연해 있었습니다. 플랫폼의 ‘별점 리뷰’ 기능까지 대중화되면서 소비자는 시시각각 여러 서비스 노동자들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동등한 시민이라는 감각은 옅어지고 ‘평가자’로서 서비스 노동자들을 내려다보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그래도 사람이 만나다 보면, 연대의 감각이 고개를 내밀 때도 있습니다. 청소앱으로 가사노동자들을 만났다 어머니를 떠올린 사람이 저만은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기업이 소비자에게 평가권력을 쥐어주는 것은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입니다. 서비스 구매를 했더라도 우리는 그들(노동자)과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부터 노력해야겠지요.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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