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 보증료까지 우리가 내라고?"..성난 집주인, 월세 반전세로 돌린다
가입 않으면 최고 3000만원 과태료
전세, 월세나 반전세로 전환 움직임
보증금 없는 깔세 연세도 늘어날 듯
25일 주택 및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140만여 가구에 달하는 임대사업자 주택 전체에 대해 오는 8월 18일부터 전세금 반환보증보험 가입이 전면 확대된다. 임대사업자가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못 돌려줄 경우에 대비해 신규 혹은 갱신계약시 무조건 보증보험에 가입토록 한 것이다.
하지만 임대사업자가 주택을 담보로 시세의 60% 이상 대출을 받았거나, 전세금이 시세를 넘는 이른 바 '깡통전세'의 경우 보증보험 가입이 거절돼 '사각지대'와의 공존을 피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등록임대 주택시세가 5억원이라면 임대사업자가 이 집을 담보로 3억원 이상 대출을 받았으면 보증보험 가입이 거절되는 것이다. 대출액(2억5000만원)과 전세보증금(2억5000만원)을 합쳐 5억원을 넘거나 신용불량, 채무불이행, 파산도 가입이 어렵다.
업계 전문가들은 '깡통전세' 수백채를 보유한 임대사업자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임대 사업자가 보증보험 가입 조건을 맞추기 위해서는 대출금액을 상환하거나 임대보증금을 낮춰야 한다"며 "임대인 부담이 커지면 전세를 반전세나 월세로 돌리려는 이들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앞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 14일 등록임대주택 사업자가 임대주택 보증금 반환보증 미가입 시 3000만원 한도에서 보증금의 10%를 과태료로 부과하는 내용의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세입자가 선택적으로 가입하고 보험료를 전액 납입하던 방식이 의무가입과 함께 보험료를 임대인과 임차인이 3대 1로 나눠 내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국토부는 작년 '7·10 대책에'서 기존 등록 임대 사업자의 경우 소유한 등록임대주택에 대해서 전세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한 바 있다. 현재는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전 등록 사업자에게는 오는 8월 18일까지 유예한 상황이다.
개정안에는 임대사업자가 보증에 가입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보고한 경우 지자체장이 직권으로 사업자 등록을 말소할 수 있도록 하고, 보증보험 가입 의무기간을 임대사업자 등록이 말소되는 날까지 확대하는 내용도 법안도 포함됐다.
단, 임차인이 보증회사 등이 운용하는 전세금 반환 보증에 가입했고, 임대사업자가 해당 보증 수수료를 임차인에게 전부 지급한 경우에 한해 사업자의 보증 가입 의무가 면제된다.
보증보험은 계약 종료 시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할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HUG)나 SGI서울보증이 책임지는 상품이다.
임차인이 보증료 전액을 지불하던 기존 임대보증금 보증보험과 달리 임대인이 보증료의 75%, 임차인이 나머지를 나눠 부담한다. 보증료율은 아파트의 경우 0.115~0.128%, 그 외 주택의 경우 0.139~0.154%다.
문제는 임대인의 보증보험 가입이 거절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HUG는 공동담보가 설정된 경우 채권회수에 리스크가 높다는 이유로 보험 가입을 거절하고 있다. 공동담보는 여러 개의 담보물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기관에서는 토지 소유주와 건물 소유주가 다를 경우를 대비해 토지 위에 건물을 짓는 용도로 자금을 빌려주면 토지와 건물에 공동담보를 설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HUG는 임대사업자들에게 공동담보를 해결하지 않으면 보증보험을 가입할 수 없다고 안내하고 있다. 공동담보가 잡힌 건물에 10가구가 있고 총 담보금이 10억원이라고 가정하면, 이를 호수별로 쪼개 각 가구당 1억원씩 담보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 회장은 "주택도시기금 상품을 운용하는 은행에서 공동담보를 호수별로 분리해줄 수 없다고 한다. 아니면 대출금을 모두 갚는 방법뿐이라고 하는데, 하루 아침에 그 많은 대출을 어떻게 갚을 수 있겠냐"면서 "주택도시기금에서 나온 건축 자금은 국가에서 민간임대를 활성화하기 위해 냈던 정책이었는데 기관별로 정책이 상충하면서 애꿎은 임대사업자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임대사업자들이 보증금을 내리기 위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면서 전세 매물이 줄어드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깔세' '연(年)세' 같은 보증금이 없는 형태의 임대매물을 내놓겠다는 임대사업자들도 늘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가에서 다세대 빌라로 임대사업을 하는 김모씨는 이번 세입자가 나가면 다음 계약부터는 보증금 없이 월세를 미리 받는 이른바 '깔세'로 집을 내놓기로 했다. 소액의 보증금 때문에 번거롭게 보증보험에 가입하느니 시세보다 좀 낮게 내놓더라도 보증금을 없애는 게 낫다는 판단 때문이다.
'깔세'는 임차 계약기간에 대한 월세를 한꺼번에 선지급하는 계약형태다. 주로 상가나 오피스텔에서 단기임대를 줄 때 사용한다. '연세'는 1년 치 임대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전세보증보험은 보증금이 대상이다. 보증금이 없는 계약이라면 가입할 필요가 없다.
세입자가 있는 상태에서는 세입자의 동의가 있어야 하지만 신규 계약이라면 집주인이 정할 수 있다. 월세, 반전세 형태로 전한되는 매물 만큼 전세 매물만 줄어드는 셈이다.
성동구에 빌라를 소유한 이모씨는 "전세를 놓고 있는 가구들에 모두 보증보험을 들게 되면 매달 100만원 이상 내야 한다"며 "이럴 바에는 가능하면 월세나 반전세로 돌려서 보험료 부담을 줄이는게 낫다"고 말했다.
전세금 보증보험 가입을 기피하기 위해 최근 계약일자를 앞당기는 사례가 급격히 늘었다. 올해 8월 18일부터 모든 임대사업자에 대한 보증보험 등록이 의무화되면서 계약일을 그 이전으로 당기려는 시도가 늘어난 것이다.
집주인이 계약일을 앞당기는 건 부지기수고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됐기 때문이다. 원래도 각종 세금 부담으로 반전세나 월세로 돌릴 유인이 많았는데, 여기에 보증료 부담까지 가중된 까닭이다. 예컨대 주택 가격이 동일하게 3억3000만원인 두 빌라의 경우 전세 보증금으로만 2억9000만원을 받을 때와 보증금 2억원, 월세 35만원을 받을 때를 비교하면 반전세로 놓을 때가 보험료가 싸다.
보증금만 2억9000만원을 받을 때는 보험료가 18만6760원이다. 이를 임대인·임차인이 3대1로 나눠 내기 때문에 각각 14만원, 4만6760원을 내게 된다. 이에 비해 반전세로 돌리면 보험료가 4060원에 불과해 임대인이 3000원, 임차인이 1000원가량만 내면 된다. 집주인으로서는 14만원을 내는 것과 3000원을 내는 것에서 큰 차이가 발생한다.
임대사업자는 다주택자인 경우가 많아 임대주택 수가 늘면 보험료 부담은 수백만원으로 커진다. 대출금과 보증금을 더한 금액이 집값보다 많다면 가입도 안 된다. 목돈을 구해 대출금을 갚거나 보증금을 돌려줘야 한다.
정부가 집값 급등의 화살을 다주택 임대사업자에게 돌렸지만 피해는 무주택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임대사업자 전세만큼 임대료가 저렴한 곳이 없었는데, 정부가 이마저 줄여버렸기 때문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연구원은 "보증보험은 임차인과 임대인 모두에게 필요한 부분인데 한쪽으로 부담이 쏠린 것이 문제"라며 "정부와 임차인, 임대인이 3:3:3으로 나누는 형태로 비율을 조정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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