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경비 1만2800원! 당신은 지금 랜선 타고 프라하에 와 있습니다

이옥진 기자 2021. 7. 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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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코로나 1년반, 관광길 막히자
新여행 트렌드로 뜬 '랜선 투어'

“안녕하세요! 천년의 도시, 프라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한국 시각 18일 오후 9시, 여행이 시작됐다. 여행 팀은 가이드 2명을 포함해 총 13명. 우리는 체코 프라하 구시가지 광장에서부터 카를교까지 1시간 30분간의 여행을 함께하게 됐다. 이날 프라하 날씨는 화창했고, 광장에는 여행객이 많았다. “사람들이 마스크를 다 안 쓰고 있네요?” 한 사람이 묻자 가이드는 답했다. “현재 체코 정부가 외부에서는 마스크를 안 써도 된다고 해서 다들 안 쓰고 있어요.” 가이드들은 광장과 구(舊)시청사 등 관광 명소들을 설명한 뒤 야외 공간에 테이블을 둔 식당에 들렀다. 맥주 한 잔씩을 주문한 이들은 이렇게 말했다. “맥주 마시는 것을 보여드리도록 할게요. 여러분도 냉장고에 시원한 맥주 있으면 꺼내셔서 저희와 같이 드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러자 말들이 쏟아졌다. “얼마인가요?” “흑맥주 그립네요.” “저도 코젤 맥주 준비했습니다!” 기자도 집 냉장고에서 캔맥주를 꺼내 들고 다시 노트북 앞에 앉았다. 노트북 화면에는 아름다운 프라하의 거리가 펼쳐져 있었다.

체코 프라하 '랜선 투어' 화면. /일러스트=김현국

이날 여행은 ‘랜선(인터넷) 투어’로 진행됐다. 랜선 투어는 현지 가이드가 관광지를 돌아다니며 영상으로 현지 모습을 담아 실시간 중계하고, 여행자들은 집에서 컴퓨터나 휴대전화 등을 이용해 감상하는 가상 여행을 뜻한다. 이날 기자가 들인 비용은 여행사에 낸 1만2800원과 맥주 한 캔 값. 요즘 이런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 많아졌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직장인 정모(34)씨는 올해 들어서 20여 개 도시를 ‘랜선 여행’ 했다. 정씨는 “스트레스 해소 겸 여행 예행 연습으로 (랜선 투어를) 즐겨 한다”며 “(가이드와) 대화하듯이 같이 걷는 느낌이고, 실제 여행하는 것 같다”고 했다.

랜선 투어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여행이 막히자 뜨기 시작했다. 마이리얼트립 등 여행 상품 중개 플랫폼들은 현재 1만~3만원 선의 랜선 투어 상품을 모아 놓은 페이지를 별도 운영하고 있다. 마이리얼트립은 지난 1년 동안 랜선투어를 시청한 사람 수가 9만명에 달하고, 재구매율은 20%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는 “랜선 투어 여행자들은 가봤던 곳을 그리워하는 분과 가보고 싶은 곳을 미리 보려는 분 이렇게 두 부류로 나뉜다”며 “여행자들끼리 (랜선 투어 동안) 여행과 관련한 얘기를 나누는 것을 즐기더라”고 말했다.

실시간 랜선 투어를 지난해 7월 국내 최초로 상품화한 여행기획사 가이드라이브의 김형택 매니저는 “랜선 투어는 ‘코로나로 해외에 못 나가는 사람들의 갈증을 어떻게 풀 수 있을까’란 고민 끝에 나온 것”이라며 “최근 기업·기관들이 사내 연수 프로그램으로 랜선 투어를 많이 찾고 있다”고 전했다. 이 업체에서 판매 중인 랜선 투어 상품 중 가장 인기가 높은 것은 스페인 바르셀로나 투어 상품이고, 여행자들은 40~50대가 많다고 한다.

국내 랜선 투어의 경우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앞장서고 있다. 지역을 홍보하는 동시에 코로나 이후 잠재적 관광객을 모으기 위해서다. 대구시는 지난해 7~9월 중국 등 아시아 5국을 대상으로 대구 랜선 투어를 진행했는데, 당시 중국에서만 누적 시청자가 1050만명에 달했다. 대구시는 지난 17일 ‘대구 원데이 가상투어’(1만2000원) 판매를 시작했다. 인도네시아에서 대구를 랜선 투어한 한 여행객은 “영상으로만이지만 대구를 알게 된 것은 몹시 즐거웠고, 현지 가이드의 설명 또한 매우 좋았다”며 “언젠가 한국에 가서 대구의 분위기를 진짜로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17·18일 양일간 대구 투어에 참여한 외국인은 40명이었다.

전남도가 지난 6월 주말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운영한 ‘여수·순천·구례 라이브 랜선여행’(1만2000원)에는 총 651명이 참가했다. 조한나 전남관광재단 마케팅팀장은 “당초 모객 목표가 200명이었는데, 목표치를 훨씬 상회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현재 일본 여행사와 협업해 ‘목포 명인에게 배우는 쑥떡·꽃송편 만들기’ ‘나주 염색 장인과 함께하는 보자기 가방 만들기’ 등의 랜선 체험 상품도 판매 중인데, 가격이 9만원가량으로 비교적 높은데도 100명 모객에 성공했다. 한국관광공사와 한국국제교류재단 등도 유튜브를 통해 여러 랜선 투어 영상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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