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열린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프랑스 벼룩시장

임유정 2021. 7. 23.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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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맞아 전국에서 다시 열리기 시작한 프랑스 벼룩시장

전문 판매자부터 개인 판매자까지 품목도 다양

음식·공연·중고거래가 한곳에서 이뤄지는 작은 축제

프랑스에서는 지난 6월 17일부터 야외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다. 신속한 백신 접종률로 개선된 보건 상황 덕분이다. 

작년 날짜 연기 후 결국 취소됐던 칸 영화제도 2021년에 조금 늦었지만 열려 최근 성황리에 폐막했다. 칸 영화제 같은 큰 축제뿐만 아니라 작년 개최되지 못했던 작은 축제들도 프랑스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작년에 뜸했던 마을 단위 벼룩시장도 여름을 맞아 재개돼 프랑스는 점점 일상을 찾아가는 중이다. 여름철 프랑스에서 벼룩시장을 찾기란 굉장히 쉽다. 

필자의 경우에는 브로카브락(https://brocabrac.fr)이라는 웹사이트에서 벼룩시장 일정을 확인한다. 참가자들의 수와 입장료의 유무, 벼룩시장의 종류, 참가자가 개인인지 상인인지 등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벼룩시장의 종류도 다양하다. 비드 그르니에(Vide-Grenier)는 '창고를 비운다'라는 의미다. 그르니에(Grenier)는 보통 집의 지붕 밑에 있는 창고를 말한다. 비드 메종(Vide-Maison)은 '집을 비운다'라는 의미다. 보통 이사 가기 전 짐 정리를 할 때 또는 그 집에 살던 누군가가 돌아가셔서 짐 정리를 해야 할 때 개인이 연다. 마지막으로 브로캉트(Brocante)는 '골동품'이라는 의미이다. 보통 오래된 앤틱 물건들을 파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에서 벼룩시장을 통한 중고 거래는 굉장히 흔하다. 2020년 팬데믹으로 벼룩시장이 열리지 못했을 때는 르 봉 쿠앙(Le Bon Coin)이라는 중고거래 웹사이트를, 의류 용품의 경우엔 최근 등장한 빈티드(Vinted)라는 앱도 많이 이용했다.  

그러나 물건을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고 대면 거래를 할 수 있는 벼룩시장이 그중 가장 인기 있다. 특히 날씨가 따뜻해지는 봄부터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벼룩시장이 열린다.

최근 넷플릭스가 제작한 프랑스 드라마 <뤼팽>에서도 프랑스의 벼룩시장이 등장했다. 촬영지는 파리의 생투앙(Saint-ouen) 벼룩시장이었는데 파리 시민뿐 아니라 파리를 여행하는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생투앙 벼룩시장은 대부분 판매자가 전문 상인이라 지방에서 열리는 벼룩시장에 비해 같은 물건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다. 그러나 수도에 있어 접근성이 좋고, 상인이 이미 물건을 일차적으로 선택한 터라 상태가 좋은 물건들을 고르기가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브르타뉴 라니옹(Lannion)에서 열린 벼룩시장 입구에 마스크 착용 표지판이 붙어 있다. ⓒ임유정

최근 필자는 근교에서 열린 벼룩시장 몇 군데를 다녀왔다. 야외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는 해제됐지만 벼룩시장처럼 낯선 사람들이 교류하는 장소, 많은 사람이 한곳에 몰리는 곳에서는 이렇게 마스크 착용 표지판을 볼 수 있다. 그러나 30도에 육박하는 폭염에 일명 '코스크'나 '턱스크'를 한 사람들도 일부 보였다.

얼마 전 프랑스 보건부 장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4차 유행을 발표한 이후였는데도 보건 지침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꽤 많았다. 변이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안정적으로 낮았던 프랑스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도 급격하게 늘고 있다. 

결국 지난 7월 21일부터는 50명 이상이 모이는 문화·여가 시설에 입장하기 위해서 '보건 패스'를 보여줘야 한다. 보건 패스는 2회까지 백신 접종을 모두 완료한 경우·최근 6개월 내 코로나19 확진·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 결과지·신속 항원 검사 음성 결과지 등이 있어야 한다. 



◆브르타뉴 라니옹(Lannion)에서 열린 규모 있는 벼룩시장 ⓒ임유정

오랫동안 열리지 않았던 벼룩시장이라 그런지 무더운 날씨에도 많은 판매자가 시장에 나와 있었다. 벼룩시장에는 '전문 판매자'만 참가하는 경우, '개인'만 참가하는 경우, '개인'과 '전문 판매자'가 함께 참가하는 경우가 있다. 이번에 방문한 라니옹 벼룩시장은 200명이 넘는 전문 판매자와 개인 판매자가 섞여 있었다. 

전문 판매자들은 큰 밴에 대체로 특정 카테고리의 물건만을 싣고 전국을 돌며 판매한다. 개인 참가자들은 창고에 묵혀뒀던 물건들을 처리하러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전문 판매자의 물건보다 저렴한 경우가 많고, 다양한 물건들을 판매한다. 벼룩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흥정은 가능하니 혹시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다면 꼭 구매하기 전 판매자에게 물어보길 바란다.

벼룩시장마다 다르지만, 보통은 지역의 음식들을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곳도 있다. 라니옹의 경우엔 브르타뉴답게 크레페와 지역 맥주를 팔고 있었다. 

지역 단체에서 공연하는 경우도 있어 프랑스에서 벼룩시장은 단순히 중고거래하는 장소라기보다는 마을 사람들이 교류하고, 주말에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하나의 여가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프랑스 푸제르 = 임유정 글로벌 리포터 lindalim531@gmail.com

■ 필자 소개

경북대학교 신문방송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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