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규제 없애니 '1억' 급락..은마 전세가 쏟아졌다
전셋값도 하락.."정부 말 믿은 소유자·세입자만 골탕"
20일 부동산 정보 업체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전세 매물은 163건으로 7월 12일(74건)의 두 배를 넘어섰다. 실거주 의무가 사라진 집주인들이 본인이 살려고 생각했던 집을 다시 전세로 내놓으면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가운데 '투기과열지역 내 재건축 아파트 단지 조합원이 분양권을 얻기 위해선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는 내용을 빼기로 결정한 12일 70건대 수준이던 은마아파트 전세 매물은 사흘 만에 52% 늘어난 110건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늘어 현재 163건의 전세 매물이 시장에 나와 있다.
전세뿐 아니라 월세 매물도 크게 늘었다. 12일 80건이던 은마아파트 월세 매물은 13일부터 꾸준히 늘어 20일 기준 115건이 시장에 나왔다. 일주일 만에 44% 늘어난 것이다. 은마아파트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정부 정책이 바뀌어 집주인이 들어와 살 필요가 없어지면서 최근 전월세 매물이 늘었다"며 "주방, 새시, 도배 등 새집 수준으로 수리된 집이 매물로 꽤 나와 있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은마아파트처럼 조합 설립 전 재건축 단지인 서울 마포구 성산시영아파트 전세 매물도 12일 20건에서 20일 40건으로 두 배 늘었다.
실제 일부 집주인들은 실거주 목적으로 집수리까지 마쳤지만, 갑자기 입주할 필요가 없게 되면서 다시 세입자를 구하고 있다. 전세 매물이 늘면서 9억원이던 전용면적 76㎡ 전셋값이 하루 만에 1억원이 내리는가 하면, 같은 평형의 '올수리'된 집이 10억원에 나오는 등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일관성 없이 투기 수요를 잡겠다는 생각만으로 내놓은 정책을 하루아침에 뒤집어 시장을 교란시켰다"면서 "정책에 따라 입주했거나 입주 계획을 세운 노후 아파트 소유주와 세입자들이 입은 경제적 손실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장기보유특별공제,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고 내놨던 대책들이 결국 서민에게 피해만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한울 기자]
불신 자초한 부동산정책
내달 시행 보증보험 가입의무
생계형 임대사업자 반발에
월세화 조장 등 우려 커지며
보증금 5천만원 이하는 제외
김현미 "집 팔아라" 발언후
서울 아파트값 평균 4억 올라
재건축 실거주 의무 철회에도
임대차 시장 정상화는 요원
전문가 "임대차법 폐지해야"
그동안 당정이 둔 악수(惡手)를 하나둘씩 물리는 모습은 시장에는 물론 긍정적이다. 그러나 25번의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양산된 수많은 '선의의 피해자'는 회복할 수 없는 손실을 입은 경우도 많다. 특히 아직도 남아 있는 악법 중 임대차 시장을 혼란에 빠뜨린 임대차법의 경우엔 여당 스스로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일 국회에 따르면 조응천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지난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하고 22일 국회 법사위에 올라갈 예정이다. 임대보증금이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최우선 변제금 이하인 경우 의무가입에서 예외를 두는 게 골자다. 다음달 18일부터 모든 임대사업자의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의무화되지만 이 경우엔 가입을 하지 않아도 된다.
최우선 변제금이란 해당 주택이 경매에 넘어갈 경우 무조건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최소한의 보증금을 말한다. 서울 기준으로는 보증금 1억5000만원 이하인 임대차계약이 보호 대상인데, 변제금액은 5000만원까지다. 그 밖의 지역은 6000만원 이하 임대차계약에 대해 2000만원까지 변제해 줘야 한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영세 임대사업자의 보험료 부담은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우선 변제금 이하의 보증금이라면 굳이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법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만큼 애초에 의무가입이 불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 임대사업자는 "임차인 보증금은 최우선 변제에 해당돼 확정일자만 받아도 대항력이 생기는데 왜 일괄적으로 보증보험 가입을 강제하냐"고 말했다. 실익도 없이 혼란만 초래한 것이다. 시행시기도 문제다. 개정안이 법사위를 통과해 이달 안에 국회 문턱을 넘더라도 '공포 후 6개월 시행'에 따라 일러야 올해 12월부터 적용될 수 있다. 당장 다음달 18일부터 모든 임대사업자 의무가입이 적용되는데 12월까지는 예외기준을 적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땜질'을 했지만 그마저도 불완전한 땜질인 것이다.
임채우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은마아파트는 오래된 아파트라 전세가 저렴한데, 실거주 의무가 사라지면서 이곳의 전세 물량은 어느 정도 숨통이 트였다"며 "그러나 계약갱신청구권이란 제도가 아직 있으니 물량이 더 많이 나오는 건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임대차법으로 인해 전세 매물 자체가 들어간 영향이 커 한두 개의 지엽적인 규제가 풀리는 것만으로 시장 정상화까지는 어렵다는 뜻이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임대차법으로 인해 시장가격과 규제가격 두 개가 존재하는 '이중가격'이 만들어졌다"며 "지금 당장은 법 때문에 규제가격이 시장가격으로 올라갈 수 없지만 이는 잠깐 유보된 것에 불과하다. 잠시 정체된 가격으로 묶어둘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 개선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임대차법을 손보지 않는다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촌극이 반복되면서 정부의 정책에 협조한 이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점이다. 당장 2017년 8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내년 4월까지 집 팔 기회를 드리겠다"는 발언에 집을 판 사람이 부동산 정책의 최대 피해자로 지목되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18년 4월 7억2166만원이었던 서울 아파트 매매 평균은 지난달 11억4283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허공에서 4억원 가까이 증발한 셈이다.
[정석환 기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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