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의 '부동산 교훈'..정부 말 믿지 마세요

원정희 2021. 7. 20.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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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들이 집에서 줌수업을 합니다. 국어시간에 각종 상황별 글쓰기, 설명하기, 발표하기 등을 배우는데요. 선생님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게 하나 있더라고요. 바로 '육하원칙'입니다. 다들 아시잖아요. 그중에 '왜' '어떻게'도 당연히 포함돼 있고요. 저학년의 아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대목인듯 합니다.

요새 집값에 대한 '고점경고'를 열심히 하고 있는 정부 얘기를 곱씹어 보면요. 거기엔 왜, 어떻게가 없습니다. 아마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이었다면 이렇게 반문했을지도 모릅니다. "왜 지금이 고점이고, 정말 고점이 문제라면 어떻게 완화할 수 있는지를 말해야 합니다~"라고요. 

아파트 전경/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어쩌다 일이 이 지경까지 됐을까요. 한숨만 나올 지경입니다. 

집값이 유례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올해 상반기 상승세는 이미 지난 한해 상승률을 뛰어넘은지 오래입니다. 정부에 대한 불신은 바닥 모르고 추락하는 상황이고요. 언제부터인가 쓰는 기사마다 '정부 말 믿지 마세요' '아직도 그(정부) 말을 믿나요' 식의 댓글이 달리기 일쑤입니다.

부동산 민심이 적나라히 드러나는데요. 최근들어 정부가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화를 폐기한 데서 극에 달한 듯 합니다. △관련기사:[집잇슈]'재건축 2년 실거주' 폐기…벌써 수혜단지 찾는다 (7월13일)

해당 규제가 폐기되면서 각종 온라인부동산 커뮤니티에선 갖가지 사연들이 나옵니다. 수천만원을 들여 인테리어를 해서 재건축 아파트에 무리하게 들어가거나 직장과의 거리가 멀어지는 것을 감수하고 들어간 집주인 등입니다. 상대적으로 싼 전세가가 메리트인 재건축 아파트에서 쫒겨나야 했던 세입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아파트에서 빌라 등으로, 서울에서 외곽으로 밀려나는 식이었죠.

반대로 어떤 재건축 아파트 소유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데요. "에이~ 정권 바뀌면 그 법도 어떻게 될지 몰라요. 좀 기다려보세요"라는 부동산중개업소 얘기를 듣고, 정부 말을 믿지 않았던 쪽입니다. 

정부가 이처럼 법 통과(혹은 시행)도 전에 규제를 폐기한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든데요. 사실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이 했던 것은 한두번이 아니죠.

정부가 각종 세제혜택을 주면서 다주택자에게 임대사업자 등록을 독려했다가 결국 폐지하기로 한 것도 그렇고요. △관련기사: 임대사업자 "정부 하란대로 했는데, 집값상승 원흉됐다"(6월23일)

이뿐인가요. 이 정부 초창기로 돌아가보면요. 양도세,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등 각종 세금으로 압박하면서 다주택자들에게 집 한채만 남기고 다 팔라고 했잖아요. 정부 말 믿고 당시 집을 판 다주택자들은 그 이후에도 4년 내내 이어진 집값 급등세를 속수무책 바라만 봐야했죠.

무주택자들은 더욱 화가 나는 상황입니다. 김현미 전 장관은 지난해 8월 젊은 세대의 영끌이 안타깝다는 발언을 했는데요. 

이 말을 듣지 않고 지난해에라도 집을 샀다면 참 다행입니다. 정부 말을 잘 따랐던 무주택자들은 결국 '벼락거지' 신세가 됐다는 것도 과장된 표현이 아닙니다. 서울의 외곽인 노원, 도봉이나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의 올 상반기 급등세를 보면 말이죠. 

3기 신도시 중 한곳인 인천계양 신도시 전경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면요. 고점 경고와 추격매수 자제를 얘기하는 정부 당국자들의 말이 귓등으로도 들리지 않는 것은 지난 4년이 고스란히 말해줍니다.

사실 집값 급등이 무섭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집값 급등이 무서운 것은 그만큼 외부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요. 전문가들도 모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정부의 말에 더욱 신뢰가 안가는 것은 왜, 어떻게가 전혀 없다는 건데요. 

홍춘욱 이코노미스트(EAR리서치 대표)는 "정부의 고점경고는 아무 의미 없다"면서 "실질적으로 내년 예산안에 주택공급과 관련한 예산을 확대하는 등 공급을 가시화하는 게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지적합니다. 이어 "(집값이)꺾인다가 아니라 꺾이도록 뭘 하겠다가 나와야 하는데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꼬집습니다. 

사전청약이 막을 올렸는데요. 분양가가 공개되면서 무주택자의 불만은 더욱 폭발한 상황입니다. 최근 급등세인 수도권 지역의 시세를 기준으로 분양가를 뽑았으니 분양가에 대한 체감이 크게 벌어질 수밖에요. 토지보상도 끝나지 않은 땅에서 사전청약이 진행되는데 대한 불안감도 크고요. 

지금으로선 남아 있는 정부 임기 동안 사전청약이 무사히 본청약과 입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반을 닦는 겁니다. 동시에 더는 시세 상승이 분양가(본청약 때)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공급방안이 더욱 절실하고요.

원정희 (jhwo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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