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와 브랜드 입힌 프리미엄 서비스.. 폐기물에서 블루오션 캐요"

안경애 2021. 7. 18.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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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명장 창업에 도전하다] 손열호 리코 CTO
손열호 리코 CTO

SW명장, 창업에 도전하다/손열호 리코 CTO

"귀찮고 힘든 일을 기술로 대체해서 사람들의 수고를 줄여주고 자유를 주는 게 꿈입니다. 폐기물 수거·처리 전 과정을 혁신해,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지구 환경보전에 의미 있는 역할을 하겠습니다."

손열호 리코 CTO(최고기술책임자)는 "우리의 목표는 폐기물 수거·처리 과정에 IT와 브랜드를 입혀 프리미엄화하고, 궁극적으로는 폐기 처리되기 전에 최대한 자원화하는 것"이라며 "음식물류 폐기물에서 시작해 폐기물 종류를 늘리고, 서비스 대상지역도 수도권 등에서 전국, 나아가 글로벌로 확장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손 CTO는 과기정통부와 IITP(정보통신기획평가원)가 운영하는 최고급 SW 인재양성 프로그램인 'SW마에스트로' 1기 출신 SW 개발자다. SW기업 이스트소프트 산업기능 요원 출신으로, 유니콘급 벤처 스마트스터디에서 일한 그는 2018년 10월 기업형 통합 폐기물 관리 플랫폼 '업박스'(UpBox) 서비스를 제공하는 리코를 공동 창업했다.

리코는 서비스 차별화로 음식물류 폐기물 처리시장에서 프리미엄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음식물류 폐기물 관련 면허와 처리인력, 전용차량을 두고 직접 서비스하면서 산뜻한 유니폼을 입은 수거 기사들이 깔끔하게 도색된 전용 차량을 타고 서비스를 제공한다. 브랜드를 입힌 전용 통을 두고 통세척 서비스를 기본 제공한다.

손 CTO는 "10여 대의 등록차량을 보유하고, 10여 명의 수거기사를 직접 고용했다. 기사들은 유니폼과 안전장구, 모자, 안전화를 착용하고 작업하고, 수거차량마다 태블릿을 비치해 기사들이 일정을 확인하고, 일정버튼을 누르면 바로 내비게이션과 연동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기사들은 수거한 음식물류 폐기물 양을 입력하고, 특이한 사항은 사진을 찍어 앱에 등록한다. 등록된 내용은 바로 고객에 전달된다. 폐기물 처리 전 과정이 고객에게 투명하게 전달된다. 앱에 기사들을 등록하고, 폐기물을 수거할 때마다 업주가 확인하고 과거이력도 볼 수 있도록 했다.

손 CTO는 "그동안 이 분야는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은 시장이었다. 이동통신비만 해도 이용내역에 따라 요금이 부과되는데, 기본내역서가 부실하고 근거자료도 부족하다 보니 손으로 써서 주면 거래명세서가 됐다"면서 "우리는 IT를 적용해 전 과정을 바꿨다"고 말했다.

대학생 알고리즘 경진대회를 준비하면서 프로그래밍을 배우기 시작한 손 CTO는 4학년 때 SW마에스트로 1기에 도전해 SW를 제대로 경험했다.

그는 "당시 SW를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도전해 그야말로 모르던 세상에 눈을 떴다. '트루먼쇼' 같은 경험이었다"면서 "실제 세상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내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눈을 떴다"고 말했다.

UX(사용자경험), 윈도우 위젯 프로그램, 리눅스 튜닝, 적외선 기반 시뮬레이터 등 4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온전한 협업을 경험하고, 기술의 바닥부터 완성단계까지 다지는 과정을 배웠다. 빠르게 실력을 키운 그는 최종 30인에 포함돼 미국으로 연수를 갔다. CES 전시회, 현지 벤처캐피탈사, 구글 본사, 캘리포니아주립대 등에 가서 더 큰 세상을 봤다. 이후 대학원을 준비하던 그는 산업기능요원 행을 택해 이스트소프트에서는 인터넷 브라우저를 개발했다.

당시 산업기능요원들이 4주간 받는 군사훈련 기간에 훈련소에서 김근호 현 리코 대표를 만났다. 훈련소 바로 옆자리에서 생활하면서 서로의 관심사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 공부하고 현지 금융기업에서 옵션 트레이더로 일하다 한국행을 결정하고 산업기능요원으로 군 복무를 하고 있었다.이후 스마트스터디에서 일하던 손 CTO에게 김 대표가 손을 내밀었다. 창업을 고민하던 김 대표는 폐기물 처리 시장이 블루오션이란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다. 김 대표와 손 CTO를 포함한 3명이 시작한 회사는 2018년 10월 법인을 설립한 후 2019년 5월 사무실을 열고 본격적인 일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SW마에스트로 수료생 후속지원 사업을 통해 특허등록 컨설팅과 관련 비용을 지원 받았다. 업박스는 '업사이클링박스'의 줄임말이다. 폐기물을 잘 처리하는 것 뿐만 아니라 폐기물이 다른 곳에서 자원으로 쓰이도록 연결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사명도 '리소스 커넥터'란 의미를 담아 리코로 정했다. 자원의 쓰임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더 이상 쓰임이 없을 때 올바르고 투명하게 잘 처리하겠다는 것. 회사는 폐기물 수거·처리 전 과정의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유하고, 수거한 음식물류 폐기물는 대부분 퇴비화하거나 곤충사료, 바이오가스 등으로 재활용한다.

회사는 폐기물 다량배출시설로 규정된 기업들에 서비스를 제공한다. 코로나19로 인해 호텔, 음식점 등의 영업이 위축되고, 재택근무가 늘면서 기업 구내식당 등의 이용도 줄었지만 사업은 성공적이다. 삼성웰스토리, 코엑스, 용산 드래곤시티, GS리테일, 신세계푸드, CJ푸드빌, 아워홈, 한화호텔&리조트 등 대기업을 포함해 600곳 이상의 고객사를 확보하고 작년에만 약 12억7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강남·서초·송파 등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세종과 충남 지역에도 고객사를 두고 있다. 서울과 충남지역 일부 초·중·고등학교도 서비스를 이용한다. GS리테일과는 사업장에서 나오는 음식물류 폐기물를 퇴비로 만든 후 GS리테일과 협업하는 과수원 농가에 주고, 농가가 키운 과일을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협업도 하고 있다.

직원은 작년말 14명에서 최근 30여 명으로 늘었다. 작년 3월 스파크랩의 투자를 받은 데 이어 작년 8월 스타트업 성장지원 프로그램 팁스에도 선정됐다. 올해 4월에는 DSC인베스트먼트, 한화투자증권, D3쥬빌리파트너스, 스파크랩으로부터 35억 규모의 시리즈A 투자도 유치했다.

손 CTO는 "SW 개발자지만 사람 손이 부족한 스타트업인 만큼 폐기물 수거, 차량 세차 등에도 투입된다"면서 "그동안 업무자동화, 거래명세서 생성·처리 처리, 고객 의견수렴 등의 SW를 개발해 왔다면 앞으로는 고객경험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객에서 언제 어떤 기사가 수거하고, 이전에 수거된 폐기물을 누가 어떤 차량으로 했는지 보여주는 기능을 개발하고 있다. 대형 사업장에서는 대시보드나 웹을 통해 전체 현장의 폐기물 처리현황을 보여주는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영상 AI(인공지능) 기업 넥스트랩과 협약을 맺고 폐기물 정보분석 AI 기술 개발에도 착수했다.

손 CTO는 "진입과 확장이 비교적 쉬운 음식물류 폐기물에서 좋은 고객들과 평판을 얻은 후 더 넓은 시장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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