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박, 마음 내킬 때 훌쩍 떠날 수 있다

김태훈 기자 2021. 7. 1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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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Q&A로 풀어보는 차박 - 차박 여행지로 홍천의 모곡밤벌유원지나 마곡유원지, 충주의 수주팔봉과 목계솔밭, 원주와 여주 사이 섬강 합수머리, 강릉의 안반데기 등이 유명하다.

어느 취미 분야든 전문적인 수준을 갖춘 ‘얼리어답터’들이 있고 경험에서 나온 그들의 조언이 초보자들에겐 도움이 된다. ‘차박(차량을 이용한 숙박)’은 첫 시도를 위한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는 고유의 장점도 있어 세세한 조언 중 자신에게 잘 맞고 필요한 부분만 챙겨도 즐기기엔 무리가 없다. 이제 막 본격적인 여행 형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차박에 관한 궁금증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차박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마음 내킬 때 훌쩍 떠날 수 있는 차박의 매력만 보고 부담감 없이 시작부터 해본 뒤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을 찾아가는 쪽도 나쁘지 않다고 조언했다.

차박용 루프탑 텐트와 도킹텐트를 설치해 차박 준비를 마친 차량의 모습. 차박은 전문적인 장비를 갖추지 않고도 떠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필요시엔 편리한 장비를 갖춘 차량을 대여해 즐기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부릉부릉캠프 제공

Q 차박이 오토캠핑이나 보통의 캠핑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별도의 캠핑카나 카라반을 구비하면 오토캠핑이라고 분류할 수 있다. 캠핑카를 따로 갖추진 않더라도 캠핑장처럼 숙박과 취사가 가능한 곳을 찾아 불을 피우며 요리를 하거나 낚시를 즐기는 등의 활동은 포괄적으로 캠핑이라 부른다. 차박이 다른 점은 캠핑장이 아니더라도 밤새 주차가 가능한 곳이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캠핑에 필요한 텐트 대신 차 안에서 숙박을 해결한다는 점이다. 물론 캠핑에 필요한 장비를 준비하고 차박을 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번거롭고 이동경로가 제한되는 한계도 있다. 차박 역시 루프탑 텐트 같은 장비를 갖추거나 차를 개조하는 등의 작업을 해둔다면 들어가는 비용과 노력이 더 커지는 반면 더 편안하게 잘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수 있다.

Q 차박 여행지로 추천할 만한 지역이나 선호되는 지역은 어떤 곳이 있을까.
일반적인 캠핑장이면 어디든 차박에는 무리가 없다. 캠핑장이거나 혹은 아닌 곳까지 모두 포괄해 일반적으로 차박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곳을 몇군데만 꼽자면 강원도 홍천군에 있는 모곡밤벌유원지나 마곡유원지, 충청북도 충주시에 있는 수주팔봉과 목계솔밭, 강원도 원주시와 강릉시 안반데기, 경기도 여주시 사이의 섬강 합수머리 등이 유명하다. 여름철이라면 전국 각지의 해수욕장 중 차박이 가능한 곳을 찾아도 좋다. 일반적으로 차박을 많이 다닌 여행객들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시설이 용변을 보고 몸을 씻는 데 필요한 화장실과 샤워시설이므로 캠핑장이 아닐 경우 이름난 대형 노지 차박지가 비교적 편리하다고 볼 수는 있다. 다만 차박을 즐기는 인구가 늘수록 유명 차박 공간에 사람들이 몰려 여행 환경이 악화되거나, 쓰레기 무단 투기 등의 이유로 해당 지자체에서 규제를 늘릴 가능성도 있으므로 무엇보다 현지 주민들을 생각하는 차박문화가 정착될 필요가 있다.

Q 차박을 즐기기에 더 좋은 계절이나 시기가 따로 있나.
바다나 강 주변은 대체로 지면이 평평하고 산과 계곡에 비해 벌레가 적은 편이라 여름철 차박할 때 선호도가 높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인기 지역에는 사람들이 몰린다는 뜻도 되므로 번잡하고 시끄러운 분위기가 싫다면 여름철 유명 관광지는 피하는 것이 좋다. 봄과 가을은 무난하지만 환절기 일교차를 주의해야 하고, 겨울은 세간의 인식과는 달리 난방용 대비만 잘 해둔다면 오히려 한적한 경치를 즐길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특히 밤이 돼 기온이 더 떨어지는 상황에선 보온력이 충분한 침낭과 전기 온열매트로 추위에 대비해야 한다. 결론은 어느 계절이든 미리 준비만 잘 한다면 차박에 큰 무리는 없지만, 계절마다 달라지는 환경을 미리 감안하고 출발해야 한다는 점이다.

Q 차박을 보다 편안하게 즐기는 데 필요한 차종이나 장비, 차량 개조 항목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차박 인구가 늘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에서 소형 또는 준중형차에도 설치할 수 있는 차박용 옵션이 나오고 있다. 1~2인까지는 보유한 차종과 무관하게 차박을 즐기는 데는 무리가 없으나 더 넓은 공간을 원한다면 승합차나 대형 SUV가 좀더 적합하다고는 볼 수 있다. 보통 경차나 세단 형태의 승용차는 비교적 불편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전기차라면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전기 공급이 용이한 장점이 있다. 차박 커뮤니티 ‘부릉부릉캠프’가 현재 차박을 즐기고 있는 동호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결과를 보면 차박을 위해 별도의 장비를 갖추거나 개조를 하는 등의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답한 비율이 27.9%에 달할 정도로 아무 준비 없이 차박을 떠나도 무방하다. 또 차박용 차량과 장비를 한 묶음으로 대여하는 업체도 있어 자주 떠나지 않는다면 이런 업체를 이용해도 된다. 그럼에도 갖춰두면 더 좋은 항목을 꼽자면 편하게 눕기 위해 매트를 깔거나 구조물을 설치하는 식의 평탄화 작업, 난방이나 각종 전기제품 사용에 편리한 히터·파워뱅크 같은 전기장치, 그늘을 만들어주는 차박용 어닝 등을 들 수 있다. 방충망과 침구, 접이식 의자와 탁자는 평소에도 구비해두기에 큰 부담이 없다.

Q 차박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여가활동은.
차박 여행지를 정할 때 가장 많은 사람이 고려하는 요소가 경치가 좋은 곳인지 여부일 정도로 그저 경관만 감상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이 경우 사진찍기 좋은 곳, 밤하늘의 별들을 잘 볼 수 있는 곳과도 대체로 겹치기 때문에 사진이나 천문감상에 취미가 있다면 차박과 함께 즐길 수 있다. 낮 동안은 인근의 문화재나 고찰, 관광명소를 찾아 둘러보거나 등산, 서핑 등 레저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을 들른 뒤 저녁이 되면 가까운 곳의 캠핑장을 찾아 바비큐를 하는 식으로 캠핑을 즐기는 이들도 많다. 낚시 역시 오랜 기간 차박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여가활동으로 정착된 바 있다.

Q 차박할 때 꼭 지켜야 할 사항이 있다면.
우선 숙박을 위한 모든 것이 갖춰진 숙박업소에 비해 계절의 영향을 크게 타므로 특히 기온이 떨어지는 계절엔 보온용품으로 낮과 밤 온도차에 대비해야 한다. 안전을 위해선 강이나 호수, 계곡 등 물에 빠질 수 있거나 경사가 있는 곳을 피해 주차하고, 국립공원, 사유지 등 야영이 금지된 곳에도 무단으로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 ‘불멍(불을 보면서 멍하게 있는 것)’을 하든 취사를 하든 불을 피울 때도 반드시 허가된 장소에서만 해야 한다. 밀폐된 차 안에서 히터나 에어컨을 과도하게 사용하지 않고 환기를 할 필요가 있다. 노지 차박 시에는 주변을 깨끗이 정리하고 쓰레기는 되가져와야 한다. 가능하면 지역경제를 위해 현지 식당을 찾거나 음식을 포장해오는 것도 권장된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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