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호복 입으면 온몸에 땀.. '고생한다' 위로에 힘냅니다" [밀착취재]

이보람 2021. 7. 17.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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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도를 웃도는 찜통 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16일 서울 강남구보건소에 마련된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보건소 직원이 땀에젖은 방역모를 고쳐쓰고 있다. 뉴스1
“요즘 같은 폭염에 방호복을 입으면 사우나를 하는 것처럼 온 몸에 땀이 흐릅니다. 그래도 ‘고생한다‘는 시민들 위로에 다시 힘을 얻습니다.”

낮 최고기온이 섭씨 34도를 기록한 16일 인천 남동구 구월119안전센터에서 만난 이민규 소방교의 말이다. 이날 체감온도는 38도. 보호안경 너머 이 소방교 얼굴에는 땀방울이 물처럼 흐르고 있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이송 및 구급 업무를 맡고 있다.

이송해야 할 확진자는 날마다 늘고 구급출동까지 하다보니 몸은 금세 지친다. 이 소방교는 “방호복을 입고 출동을 나가는 게 무척 힘든 게 사실”이라면서도 “방역 최전선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고, 백신 접종도 순차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조만간 방호복을 벗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것으로 확신한다“고 웃었다. 

코로나19 방역 최일선에선 긴장감과 함께 땀 냄새가 진동한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본격화하면서 업무는 늘어났고, 불볕더위까지 겹친 요즘이다. 
15일 서울 마포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한 관계자가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외국인노동자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한 충북 음성군의 코로나19예방접종 TF팀은 땀을 추스를 새도 없다. 밀접 접촉자를 대상으로 한 이동 선별검사 담당요원의 검사요원 방호복은 오전임에도 습기와 땀 범벅이 되기 일쑤다. 박은숙 TF팀장은 “선별검사에 확진자 이송, 예방접종, 다음 접종 시행 계획 등 1년6개월간 쉼 없이 달려왔고, 여전히 하루 12시간씩 근무하고 있다“며 “여름 휴가는 생각도 못하는 상황이지만 하루 빨리 코로나19가 종식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감염 위험과 숨이 턱 막히는 폭염 속에서도 한달음에 방역 대응 현장을 찾아온 자원봉사자들은 넘친다. 울산 세민S요양병원의 이호진(59) 의료봉사단장은 요즘 일주일에 2∼3일은 봉사활동에 나선다. 중구지역 급식소와 경로식당, 사회보장지원체, 병영 1·2동, 학성동 저소득층 30가구를 돌며 방역소독을 하고 있다.  30도를 웃도는 날씨에 방호복을 착용하고 3㎏이 넘는 소독물품 등을 들고 소독하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급식소 소독은 가장 더운 오후 1시 이후에 이뤄진다. 음식을 만들고, 식사를 하는 시간을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단장은 “그야말로 땀이 비 오듯 흐른다“며 “그래도 해야지 어떻게 하겠느냐”며 환한 미소를 띤다.

대구의 한 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 중인 김형준(23)씨도 이날 이른 아침부터 소독통을 어깨에 매고 공원이나 재래시장 등을 찾아다니며 구슬땀을 흘렸다. 김씨는 지난해 코로나19 1차 대유행 당시 의료진, 공무원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 방역 관련 봉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는 “몸은 고되지만 코로나19 극복에 보탬이 된다는 생각에 가슴은 뿌듯하다”고 말했다.

박은정(48)씨는 지난 4월부터 충남 아산시 이순신체육관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에서 백신 접종을 돕는 무료 봉사를 이어가고 있다. 민간 봉사자들로 구성된 아산시산악구조대를 이끌며 봉사를 해왔던 박씨는 코로나19 상황을 그저 지켜볼 수는 없었다. 박씨는 “코로나 19가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산시산악구조대 대원 20여명은 센터 앞 야외와 접종 부스를 오가며 백신 접종 안내를 하고 있다. 폭염에 접종자도 늘면서 다들 본업에까지 영향을 줄 만큼 지치지만 그만둘 수는 없다. 박씨는 “모두 본업이 있어 휴가와 반차를 내면서 봉사에 나서고 있다"며 “지치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낮기온이 35도까지 오르며 무더운 날씨를 보인 15일 대전 서구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들이 얼음으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뉴스1
행정지원 등의 업무를 맡고 있는 공무원들도 ‘코로나19 극복 영웅들’이다. 경기도의 한 지자체 공무원인 박모(27)씨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평일 저녁과 주말까지 반납했다. 확진자가 증가함에 따라 자가격리자 관리부터 선별검사소와 백신예방접종센터 업무까지 동시에 늘어났기 때문이다. 박씨는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마음으로 선택한 직업”이라며 “일이 힘들지만 국가 위기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의 한 공무원은 “모두 애쓰고 있는데 방역당국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와서 (정은경) 청장님이 사과하는 것을 보면 힘이 빠질 때도 있다“면서도 “감염 확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생활치료센터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매일이 긴장의 연속이다. 생활치료센터는 경증이나 무증상 환자들이 격리치료를 받는 곳이다. 하지만 야간에 갑작스럽게 증상이 악화하는 입소자들이 있는데, 의료기관으로 긴급 후송하는 절차를 밟아야 해 밤잠을 설칠 때가 많다. 감염 우려 때문에 ‘울타리 없는 감옥’ 생활도 하고 있다. 지원근무가 끝나면 1주간 자가격리를 하고,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아야 본연의 업무와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 최원 충북도 안전정책팀장은 “가족과 떨어져 생활치료센터에서 2주간 지내고 자가격리에 코로나19 검사까지 힘든 여정임에는 틀림없지만. 공무원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묵묵히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이보람, 인천=강승훈, 음성=윤교근, 대구=김덕용, 아산=김정모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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