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날씨 공통점은.. 많이 틀린다, 알쏭달쏭한 수치를 내민다
1929년 10월 16일 미국 최고 경제학자였던 어빙 피셔는 이렇게 말했다. “현재 미국 주식 가격은 영원히 지속될 고점에 도달했다.” 8일 후 뉴욕 주식시장 붕괴와 더불어 대공황이 시작됐다. 4년에 걸쳐 주가지수는 70% 가까이 하락했다.
경제학자와 기상 예보관에겐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예측이 많이 틀린다. 맞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틀린 사례만 기억한다. 틀린 예측으로 겪은 낭패는 쉽게 잊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알쏭달쏭한 수치를 내민다. 비 올 확률이 50%라는 건 무슨 뜻일까. 비가 올 확률이 ‘반반’이란 뜻인지, 올지 말지 모르겠다는 소리인지 애매하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과거 수많은 기상 자료를 조합한 후 과거 비가 왔는지 안 왔는지 분석해 보니, 이런 날씨일 때는 10번 가운데 5번 비가 왔다는 뜻입니다.”
예측치는 종종 수치가 아니라 범위로 제시된다. 강우량을 발표할 때 ‘내일 20mm에서 30mm의 비가 내리겠습니다’같은 표현을 쓰는 식이다. 그에 비해 경제 예측은 숫자 하나로 제시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1년 하반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3.9%라고 예측했다. 물론 경제학자도 외부에 나가는 자료에는 범위를 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언론에 보도될 때는 대개 한 수치로 발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알아듣기는 편한 반면 경제 예측이 늘 틀린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원인이기도 하다.
경제 예측과 일기예보가 잘 맞지 않는 것은 너무나 많은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제학자와 기상 예보관들은 예측치의 의미를 설명하고 싶어 한다. 시시각각 발표하는 일기예보야 그럴 수 없겠지만, 경제 예측은 몇 십 쪽짜리 해설 자료가 나오는 이유이다. 하지만 국민은 명확한 것을 원한다. “내년에 이자율이 올라, 내려?” “내일 비가 온다는 거야 안 온다는 거야?” 미래 정보에 대한 수요자와 공급자 간의 이런 간극은 참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이런 어려움에도 경제학자나 기상학자들은 종종 먼 미래에 대한 예측을 제시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2060년 GDP(국내총생산)가 4조116억달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상청은 “2026년에서 2050년 사이에 한반도 평균 기온이 1981~2005년 기온 대비 1.33~1.93도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자는 우리 경제가 앞으로 연평균 2% 남짓 성장하니 성장률을 높이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후자는 기온 상승을 막기 위해 지금부터 탄소 절감을 열심히 해야 한다는 함의를 갖고 있다. 장기 예측에는 우리가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지가 투영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우리 노력으로 미래가 더 좋은 방향으로 바뀐다면, 예측자들은 자기들 예측이 틀린 것을 기뻐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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