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3기신도시 사전청약, 소방수될까 방화범될까
정부가 수도권 주택 시장 안정화를 위해 오는 16일 시작하는 3기신도시 사전청약이 주택 시장에 붙은 불을 진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시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사전청약은 공공택지 등에서 공급되는 공공분양주택의 공급 시기를 본청약보다 1∼2년 앞당겨 시행하는 제도다. 수요자들의 불안 심리를 진정시키려는 게 주 목적이다.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겐 인근 시세보다 저렴하게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기회인 셈. 하지만 현 주택 시장의 만성적인 공급난과 가격 상승세 영향으로 사전청약이 시장 안정화 효과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내년까지 총 6만2000가구를 공급할 예정인 사전청약을 오는 16일 모집공고를 시작으로 본격 시행한다고 15일 밝혔다. 올해 사전청약을 통해 공급되는 물량은 절반 수준인 3만200가구다. 7월(4300가구), 10월(9100가구), 11월(4000가구), 12월(1만2800가구) 등 네 차례에 걸쳐 나온다. 이달에는 인천계양(1050가구), 위례신도시(418가구), 성남복정1(1026가구), 의왕청계2(304가구), 남양주진접2(1535가구) 등 총 4333가구가 사전청약을 통해 공급된다.
이번 사전청약이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심각한 주택 공급 가뭄을 겪고 있는 시장을 달래기에는 물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사전청약 물량으로 시장의 주택수요를 모두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에 신도시 사전청약을 통해 주택 시장 안정화 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년과 올해 입주 가능한 주택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늘어나지 못했고, 내년에도 유사한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 집값 하락 요인을 찾기 어려운 시기”라고 했다.
특히 전세난 속 사전청약이 시행됐다는 점에서 우려가 있다. 사전청약 당첨자들도 실제 입주할 수 있는 주택이 나올 때까지 무주택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이에 따라 청약 수요자들이 4~5년간 수도권 전·월세 임대차 시장에 계속 머무는 상황이 되면서 가뜩이나 전세 매물이 줄어 전셋값이 크게 오른 수도권 전세시장의 불안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사전청약제를 하면 이론 상으론 가격 조정을 빨리 받을 수 있고 사전청약제 도입으로 수요자들에게 집을 가진 데 대한 안도감, 즉 일시적으로 심리적 안정 효과는 줄 수 있다”면서 “그러나 전세난이 심화하고 있는 현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청약에 대한 기대감으로 내 집 마련에 나서지 않고 전세시장에 머물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현재의 전세난을 심화시키는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3기신도시 사전청약 경쟁률이 치솟을 경우 수요자들의 불안심리와 주택 매수세를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사전청약 경쟁률이 한자릿수 수준으로 나온다면 대기 수요자들도 기회를 기다리면서 청약에 계속 도전해볼 만하다는 심리가 생기겠지만, 경쟁률이 높으면 청약포기자가 늘어나면서 소위 ‘패닉바잉’ 심리를 부추기고, 주택시장을 더 자극할 수 있다”고 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3기신도시 청약 경쟁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2기신도시보다 서울과의 접근성 등 입지가 낫다는 평가를 받는데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사업 등 광역 교통망 확충도 함께 추진되고 있어서다.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바람에 ‘분양만이 유일한 내 집 마련 대안이자 희망’이라는 심리가 더 커진 상태라는 점도 이유다. 전날 아침 9시 기준 3기신도시 홈페이지 접속자가 500만명에 이르는 등 실수요자들은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공급 물량을 늘리고 속도를 내는 게 해법이라고 강조한다. 고준석 교수는 “사전청약을 통해 시장 안정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데는 기존에 공급을 하지 않은 탓이 크다”면서 “집값 상승세를 보였던 대구 수성구도 미분양이 나오면서 가격 조정이 생겼듯 공급 앞에 장사 없다”고 했다. 심교언 교수는 “총 32만가구에 달하는 3기신도시 물량을 감안하면 입주 시기에는 공급 효과가 반드시 나타날 것이고, 그 시기에 주택 가격이 안정화할 것”이라면서 “공급 속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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