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된 상계주공 25평이 9억"..서울 노후 아파트 값 치솟는다

조성신 2021. 7. 1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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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공 20년 초과 아파트값 3.06%↑
5년차 이하 상승률 1.58% 그쳐
2년 실거주 요건 백지화..시장 혼선 가증
"정부 부동산 대책 남발, 기존 정책도 효과 검증 필요"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6단지 전경. [한주형 기자]
올해 상반기 서울의 20년 초과 노후 아파트값 상승률이 5년 이하 신축 아파트의 2배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거주 2년' 의무를 피하려 재건축 추진 속도를 올린 단지가 늘고 규제 완화 기대감이 반영된 탓이다.

15일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주간 누적 기준 서울의 준공 20년 초과 아파트값은 올해 1∼6월 3.06% 상승했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준공 5년 이하인 신축 상승률은 1.58%에 그쳤다. 최근 주택시장에 부는 '똘똘한 한 채' 영향으로 신축 아파트 상승률이 노후 아파트보다 높은 게 일반적이지만, 재건축을 추진 중이라고 얘기가 달라진다. 재건축을 통해 각종 첨단 설비와 입주민 시설(커뮤니티시설)이 갖춰진다는 기대감에 가격 뜀 폭이 주변 아파트를 압도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노원구에서 준공 34년을 맞은 상계동 상계주공 6단지 전용 58.01㎡는 지난 6일 9억원(12층)에 실거래 됐다. 이는 신고가로 지난해 12월 거래가 수준인 6억5000만∼7억4000만원보다 6개월 만에 1억6000만∼2억5000만원 오른 수준이다.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준공 44년차) 전용 82.51㎡는 5월 28억1100만원(13층)에 손바뀜됐다. 이 주택형은 지난 1월 23억원(3층)에 거래된 바 있다. 압구정 한양 8차 210.1㎡도 지난 9일 66억원(15층)에 집주인이 바꼈다. 이는 1년 전 거래가인 47억8000만원(5층)보다 무려 18억2000만원이나 뛴 가격이다.

작년 중순부터 올해 초까지 강남구 개포동 주공 5·6·7단지를 비롯해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 방배동 신동아, 송파구 송파동 한양2차, 용산구 서빙고동 신동아, 양천구 신정동 수정아파트 등이 재건축 조합설립 인가를 받으며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했다.

정부가 작년 '6·17 대책'에서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아파트를 조합설립 인가 이후에 구입하면 입주권을 주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이를 피하기 위해 조합들이 사업 추진을 서두른 것이다. 압구정동 일원의 재건축 단지들도 올 2월 4구역을 시작으로 5·2·3구역 등이 잇달아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지난해 상대적으로 가격 상승이 더뎠던 구축 아파트값이 올해부터 본격적인 가격 키 맞추기에 나선 것 같다"면서 "압구정 등 재건축 단지가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면서 이같은 분위기를 서울 전역으로 확산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고 말했다.

재건축 아파트값 급등…지역 전체로 확산
노원구 도봉구 모습 [매경DB]
4·7 보궐선거 과정에서 유력 후보들이 부동산 규제 완화를 공약한 것도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에 적잖은 영향을 줬다. 오세훈 시장은 당선 직후 재건축 아파트값이 치솟자 압구정·여의도·목동 등 4개 지역을 1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지만, 거래만 줄었을 뿐 호가 상승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치솟은 재건축 아파트값이 해당 지역 전체의 집값 상승을 끌어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값은 주간 누적 기준 2.29%에 달했다. 구별로는 노원구가 3.80%로 가장 많이 올랐고, 이어 송파구(3.54%), 서초구(3.31%), 강남구(3.05%), 마포구(2.75%), 양천구(2.53%), 도봉구(2.35%) 순으로 집계됐다. 상승률이 서울 평균(2.29%)을 웃도는 이들 지역은 주요 재건축 단지를 품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지난 12일 재건축 조합원의 2년 실거주 의무 방침을 백지화하면서 재건축 시장은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앞서 당정은 재건축 추진 단지가 서울 아파트 값을 끌어 올린다며 '6·17' 대책을 통해 실거주 2년 요건을 채우지 않으면 재건축 후에 분양권을 주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전경 [매경DB]
하지만, 대책 발표 직후 지나친 규제라는 지적과 함께 분양권을 받기 위해 집주인이 세입자를 내보내는 사례가 늘면서 '실거주 2년' 의무 조항을 삭제하기에 이르렀다. 전세 물건이 줄어 전세난이 심화됐다는 비판도 정책 철회에 영향을 줬다.

지난 1년 사이 이 규제를 피해 재건축 아파트를 판 사람은 "우리가 최대 피해자"라고 입을 모은다.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에 따르면 서울의 평균 아파트값은 지난 1년 사이 2억1774만원(9억2509만원→11억4283만원) 뛰었다. 인터넷 포털의 부동산 관련 카페에선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실험했나", "실거주 요건 채우려 수천만원을 들여 인테리어 하고 들어갔는데 멘붕(멘탈 붕괴)이다"라는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부동산학과)는 "정책을 만들 땐 해당 정책이 국민의 삶에 미칠 단기적·장기적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입안해야 하는데 이번 정부의 대책은 이같은 고려 없이 남발하는 일이 잦다"면서 "기존의 정책들도 재검토해 효과가 미미하거나, 없다고 판단되면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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