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화영이 만난 골프人] 송부욱 창원CC 대표

2021. 7. 15.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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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부욱 창원 컨트리클럽 대표. [사진=스튜디오맑음]

[헤럴드경제 스포츠팀=남화영 기자] 골프장의 대표는 번듯한 직장이면서 누구에게나 자랑할만한 자리다. 송부욱(72) 창원컨트리클럽(CC) 대표에게는 책임이면서 봉사다. 지금까지 사장 월급을 가져가 본 적이 없다. 도리어 자신의 돈을 들여 골프장 곳곳에 나무를 심거나 조경하고 시설물을 보완하는 데 썼다.

“아침에는 운영하는 별도의 회사에 들러 업무를 보고 골프장에 11시쯤 출근합니다. 그리고 퇴근할 때까지 골프장 일을 봅니다.”

창원 도심을 내려다보는 곳에 조성된 창원CC는 1451명의 주주회원제 골프장이다. 1970년대 말에 9홀로 시작해 82년12월에 국내 3대 해운업체로 재계 서열 30위권까지 올랐던 조양상선에 의해 9홀이 추가되면서 18홀로 운영되었다. 1998년 IMF외환관리 체제 시절에 모기업이 부도나면서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

회원들에 의해 주식회사 창원컨트리클럽이 자본금 6천만원으로 설립되었고 2002년1월에 회원들이 추가 출자금을 내 3차 경매 끝에 502억원에 인수해 주주회원제로 변경됐다. 대주주 없이 1인1주씩 가진 골프장은 회원 1451명이 모두 주인이다. 골프장 홈페이지에는 2002년부터의 역사가 기록되고 있다. 입회금제로 운영되는 국내 대부분의 회원제와는 달리 창원은 주주회원제 골프장으로 20여년 이어오고 있다.

도심에 위치한 창원CC는 서코스 4번 홀에서는 창원 시내가 훤히 내다보인다. .

창원 토박이인 송 대표는 1994년 골프장 회원이 됐고, 주주회원제로 바뀌면서 운영위원이 되었다가 20004년부터 운영위원장을 지냈다. 2015년3월28일말에 대표가 됐으나 선거법상 하자가 있어 직무가 정지됐다 2017년 3월에 다시 선거를 치러 972표라는 압도적인 지지로 대표에 선출됐다.

대표를 맡아 골프장 회계장부를 검토해보니 이전까지 쌓인 적자가 80억원에 달했다. 이전 경영진들은 자신의 권리를 챙기는 데 밝았을 뿐 골프장 운영에는 뒷전이었다. 그래서인지 2011년엔 15억원, 2016년 13억원 등 수년째 적자가 이어지고 있었다.

송 대표는 사장 월급을 반납하고 대대적인 혁신에 나섰다. 코스 전체에 카트길을 조성했다. 해발 350미터에 위치한 창원CC는 산악 코스로 업다운이 심하다. 이전까지 모노레일이 깔려 있을 뿐 캐디는 카트를 끌어야 했다. 더운 여름이면 캐디들이 버텨내질 못하고 이직하는 일이 빈번했다. 캐디들이 자주 바뀌고 힘들어하니 내장객들이 즐거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카트길 조성 공사는 큰 예산이 드는 일이어서인지 천명이 넘는 주주들의 총의를 모으기가 쉽지 않았다. 송 대표는 50억 원을 투자해 이용객들의 불만을 샀던 모노레일카트를 전동카트로 교체했다. 초기에는 일부 주주 회원의 극심한 반대가 있었으나 카트가 도입된 이후로는 캐디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고객들의 호응도 좋아졌다.

업다운이 심한 창원컨트리에 카트길을 만들고 라인까지 만들어 회원과 캐디의 만족도가 높아졌다.

업다운이 심한 코스 곳곳에 철제 안전망을 설치했다. 도로를 넓히면서 도로 양쪽으로는 카트길을 따라 노란 이동선을 두기도 했다. 3부 운영을 예상하고 만든 라이트는 기존 시설에서 높이를 추가하고 성능 좋은 조명으로 바꿔 야간 라운드가 가능하도록 바꿨다. 그 뒤로 내장객이 늘었고, 매출은 자연적으로 증가했다.

송 대표는 1980년대 고속도로 시설물을 제조하는 관련 사업으로 돈을 벌었다. 이탈리아 독일의 도로를 둘러보고 사진을 찍어와 한국 사정에 맞게 채용했다. 88올림픽을 앞두고 도로 사정이 고도화할 것을 예측한 그는 선진국들의 도로 시설을 참관하고 한국에 적용시키는 일로 사업을 키웠다. 그가 낸 실용신안 특허만해도 140여 개에 이르는 창원 지역의 대표적인 기업가다. 운영하는 기업만도 상신을 비롯해 종합건설사 상신산업개발, 도로용 차선 페인트를 만드는 건진공업 너덧개다.

클럽하우스 주변에 유휴 부지가 협소해 주차 공간이 부족하자 그는 철골 구조물로 주차장을 확충했다. 경영 적자의 큰 부분을 차지하던 인건비 절감을 위해 직원 30%를 명예퇴직시켰다. 그 과정에 노조와의 갈등도 있었으나 밀어붙였고, 결국 정규직 23명에 비상근을 합쳐 40명의 직원으로 줄였다.

대신 골프숍과 레스토랑, 그늘집 운영을 외주로 돌려서 수익률을 높였다. 식당은 스프링베일, 용평 등에서 좋은 실적을 내고 평판도 좋은 론푸드차이나에 맡기면서 매출이 늘고 서비스 품질도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식음 외주를 하는 론푸드가 내는 국밥 메뉴는 가성비가 높아 인기다.

기업 여러 개를 성공시킨 경험으로 골프장의 고질적인 문제점들을 고쳐나가자 부임 이듬해인 2018년에 매출이 좋아졌고, 지난해는 28억원 흑자가 나서 주주들에게 모두 50만원씩 배당금을 나눠주었다. “올해는 벌써 지난해 동기 대비 내장객수를 넘었고 흑자폭을 늘려서 내년 3월에는 150만원씩 배당금 액수를 줄 수 있도록 해야죠.”

과감하게 추진하되 매사에 사리사욕 없이 투명하게 처리했다. 클럽하우스 로비에는 하루 내장객수와 월 내장객, 누적 내장객과 매출을 보드에 적어둔다. “주주 회원들이 골프장을 오가면서 골프장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확인하시라는 겁니다.” 골프장의 매출 증가가 곧 자신들의 이익으로 돌아온다는 메시지를 이보다 확실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 싶다.

매일 내집 정원같이 골프장을 살피면서 조경에도 신경 썼다. 마산에 있는 자신의 농원에서 다양한 수목을 가져다 심었고, 코스 중간에 빈 터를 활용해 비닐하우스를 만들고 초목을 사들여 키운 뒤에 코스에 심었다. 그래서 홀 곳곳에 풍차가 돌고 있으며 동코스 9번 홀 옆으로 비탈에 개울을 조성하고 물레방아를 설치하기도 했다.

천편일률적으로 소나무가 주종을 이루던 코스에는 홀마다 나무를 다르게 식재했다. 그래서 2번 홀에는 산딸나무, 단풍, 은행 마로니에를 홀마다 다르게 심어 4계절마다 다른 꽃이 피고 골프장의 색깔이 달라졌다. 동코스 그늘집 앞에 있던 동산은 밤새 깎아내 시원하게 트이게 했고 정원을 만들었다. 그가 5년만에 거둔 성과다.

파3 서코스 6번 홀에서 티샷 온그린을 하면 캐디가 분수를 쏘아올린다. 송 대표의 재미난 아이디어다.

파3인 서 코스 6번 홀은 오래되면서 퇴적토가 쌓였다. 그걸 걷어내는 공사를 하고는 분수를 만들었다. 골퍼가 티샷 온그린에 성공하면 캐디가 분수를 뿜어올리는 이벤트를 만든 것도 그의 재미난 아이디어로 나왔다. 골프장을 마치 놀이동산처럼 정성을 들여 정교하게 가꾼 결과 내장객의 반응도 좋다.

내년이면 임기가 만료되는 송 대표는 그가 해온 사업보다도 애정을 품었던 골프장을 바꿔놓은 데서 무한한 보람을 느낀다. “항상 찾아가고 싶은 골프장을 만드는 게 꿈입니다.” 소박하게 말한다. 일주일에 두 번, 수요일과 주말에 자신이 사장으로 일하는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한다. 그리고 그때마다 그린피를 낸다. 사장 역시 한 명의 주주 회원이라는 소신과 믿음 때문이다. 솔선하는 리더십,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한 모습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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