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공포 속의 두 올림픽, 1920년 앤트워프 올림픽과 2020 도쿄 올림픽
[스포츠경향]
1920년 벨기에 앤트워프에서 열린 제7회 하계 올림픽은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전염병의 그림자로 얼룩져 있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부흥의 신호탄으로 삼으려던 올림픽의 희망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1년 연기된 끝에 무관중 대회로 개막을 앞두고 있는 2020 도쿄 올림픽의 현실은 100여년 전 인류를 위협한 스페인 독감 여파 속에 치러졌던 앤트워프 올림픽을 연상시킨다.
스페인 독감은 1918년부터 2년간 전세계 인구의 3분의 1을 감염시켰고,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약 2000만~5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지금까지 400만명 이상의 희생자를 낸 현재의 코로나 19 팬데믹 현실보다 더욱 암울했던 상황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을 세계 1차 대전의 상처를 넘어 평화를 회복한 상징적 행사로 삼고자 했다. 특히 벨기에의 전쟁피해가 컸기에 개최지로 선정하면서 유럽 국가 전체가 올림픽을 통한 부흥을 꾀하려 했다. 그러나 스페인 독감의 공포는 올림픽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끌어내렸다. 지금과 같은 뚜렷한 방역 체계가 없었고, 관중을 통제하는 등의 시스템도 가동할 수 없었다. 전쟁 여파와 전염병의 암운이 겹치면서 벨기에의 경제는 악화됐고, 자국민의 식량을 걱정해야 할 정도였다고 미국 NBC 방송은 돌아봤다. 경기장 시설도 형편없는 곳에서 올림픽이 열렸다. 소련이 폴란드를 점령하기 시작하면서 평화 올림픽의 희망도 사라졌다.
결국 앤트워프 올림픽은 적자를 냈고, 이후 벨기에 올림픽 위원회는 파산하고 말았다.
2020 도쿄 올림픽은 일본 정부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원전 사고 등을 딛고 일어섰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홍보하기 위해 ‘부흥 올림픽’을 목표로 유치한 대회다. 아베 정권의 정치적 목적이 올림픽 유치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IOC 바흐 위원장은 스포츠가 사회에 기여하는 가치인 성평등과 화합, 평화 증진의 메세지를 도쿄 올림픽을 통해 증진하고자 했다. 코로나19 확산의 위험이 도쿄를 중심으로 더욱 심해지면서 결국 올림픽은 무관중으로 치러지게 됐지만 바흐 위원장은 “이번 도쿄 올림픽이 이 어두운 터널의 끝을 밝히는 불빛이 되기를 희망한다”며 강행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분위기는 여전히 무겁기만 하다. 북한은 코로나 19를 구실로 불참을 선언했고, 해외 유명스타들은 무관중 또는 코로나19의 상황을 들며 개인적으로 출전포기를 결정하고 있다. 올림픽 기간 중에도 도쿄에 긴급사태가 계속됨에 따라 민간연구소 노무라소켄은 일본의 경제손실이 10조엔을 넘을 것으로 추산했다. 일본이 당초 기대했던 1조 8108억엔의 올림픽 경제효과는 이미 무산됐다.
그럼에도 도쿄 조직위와 IOC는 반드시 올림픽을 끝내야 한다. 이미 사후 활용이 예정돼 있는 경기장, 올림픽을 위해 채용했던 인력들을 더이상 유지할 여력이 없다. 아울러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도 수개월 뒤로 다가와 있기 때문이다.
세월이 흐른 뒤 2020년 도쿄 올림픽은 인류의 역사에 어떤 유산을 남긴 대회로 기록되고 기억될까.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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