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반대할땐 안듣더니.." 재건축 실거주 의무 이제와서 없던일로
6·17 대책 핵심 내용이지만
세입자 쫓겨나는 등 부작용만
압구정 등 강남단지 다수가
규제 미리 피해 조합 설립
재건축시장에 되레 기름부어
"꾸역꾸역 입주한 나는 뭐냐"
전문가 "전셋값 안정? 글쎄"
◆ 재건축 실거주 의무 백지화 ◆
결국 시장 파급효과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탁상공론으로 발표됐다가 부작용만 심하게 일으킨 뒤 사라진 '졸속 정책'의 대표 사례가 된 셈이다. 실제로 이 정책이 발표된 후 서울 압구정 등 강남 재건축 조합이 급하게 결성됐고, 실거주 요건을 채우기 위해 집주인들이 대거 입주하면서 세입자만 애꿎게 피해를 봤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조항이 사라졌다고 해서 매매·전세 시장을 안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내다봤다. 집주인들이 이미 입주를 마친 만큼 전세 매물이 늘어나기 어렵고, 오히려 '존재하던' 규제를 없앴다는 신호만 줘서 강남 재건축 시장에 불안감만 높이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이 법안은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조합원이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분양 신청 당시 해당 단지에 2년 이상 실거주하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작년 6·17 대책에서 해당 방안이 발표되자 강남 일대 재건축 시장에선 혼란이 일었다. 강남권의 오래된 재건축 단지는 집이 낡고 좁아 집주인이 대부분 외지에 살면서 전월세를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조합원에게 2년 거주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재건축 사업의 중단으로 인식됐다.
따라서 아이러니하게도 조합원 실거주 의무 부여 방침이 발표된 이후 압구정동 등 초기 재건축 단지의 사업 속도만 무섭게 올라갔다. 당정의 후속 입법이 추진된 작년 11월부터 올해 초까지 강남구 개포동 주공5·6·7단지를 비롯해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4차, 방배동 신동아, 송파구 송파동 한양2차, 용산구 서빙고동 신동아아파트 등이 재건축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다. 속도가 정말 지지부진했던 압구정동에서도 올해 2월 4구역을 시작으로 5·2·3구역 등이 잇달아 조합설립 인가를 얻었다.
작년 8월까지 실거래가가 30억원대 후반~40억원대 초반이었던 압구정 현대1·2차 전용 160㎡의 경우 이 법 발표 직후 조합설립(압구정 3구역)을 서둘렀고 연말 43억원까지 치솟았다. 조합이 설립된 이후 매수하면 재건축 조합원 지위를 양도받을 수 없기 때문에 '막차 수요'가 몰린 것이다. 이후 4월 중순 조합설립 직전엔 실거래가가 54억3000만원까지 뛰었다. 1년 만에 15억원가량 집값을 올린 셈이다.
하지만 이 조항이 사라졌다고 해서 매매·전세 시장을 당장 안정시키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집주인들이 이미 입주를 마친 만큼 전세 매물이 다시 늘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법이 발표되고 1년 동안 집주인들은 대부분 입주를 마쳤다"며 "임대차법까지 있어 집주인들이 다시 전세로 옮겨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히려 재건축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일단 발표됐던 만큼 '있는' 규제를 없앴다는 신호만 자칫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동산 시장에서 대치 은마아파트 등 재건축 조합설립 인가를 받지 못한 곳이 풍선효과를 보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 컨설팅 소장은 "당장 강남에서 재건축 조합설립 인가가 아직 안 난 곳들이 바로 수혜를 입을 전망"이라며 "비강남권에선 목동신시가지 단지 등이 사업 불확실성을 많이 줄였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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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 /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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