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정부 동행세일 현장 가보니.. 코로나 방역 강화에 긴장감 고조

유한빛 기자 2021. 7. 12.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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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등에 땀방울이 흐르던 지난 8일 낮 12시, 서울 강남구의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 입구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대기하는 사람들은 한 명씩 또는 두세 명씩 1~2m씩 간격을 두고 그늘막 아래에서 부채질을 하거나 연신 땀을 훔치고 있었다.

대기줄 주변으로는 ‘직원(STAFF)’이라고 쓰인 조끼를 착용한 직원들이 분주히 다니면서 “앞 사람과 거리 유지해주세요”라거나 “이동해주세요”라고 안내했다. 줄 끝에는 “현 위치에서는 두 시간 소요됩니다”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2021 대한민국 동행세일'에 참여한 한섬의 패밀리세일 행사장 입구. /유한빛 기자

‘2021 대한민국 동행세일’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한섬(020000)의 행사장 앞 전경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동행세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과 소비 촉진을 목표로 내걸었다. 지난달 24일부터 11일까지 18일에 걸쳐 진행됐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기업 한섬은 이날부터 주말인 11일까지 4일 동안 패밀리세일(브랜드 고객들을 초청해 진행하는 할인 행사)을 진행했다. 타임·마인·SJ·오즈세컨·랑방컬렉션 등 블라우스 한 벌에 수십만 원인 브랜드의 제품을 최고 90%까지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친구와 행사장을 찾은 30대 현모씨는 “시작 시간보다도 30분 일찍 와서 기다렸다가 입장했다”면서 “대기하고 물건을 고르고 나오기까지 2시간 정도 걸렸다”고 말했다.

인근에 거주하는 50대 김모씨는 이날 20대인 딸과 함께 행사장을 방문했다. 양 손에 쇼핑백을 든 그는 “한섬 브랜드를 좋아해 해마다 패밀리세일에 참여했는데 지난해에는 코로나 때문에 건너뛰었다”면서 “140만원대 코트를 30만원 정도면 살 수 있기 때문에 겨울용 겉옷을 미리 구입하고 싶어 올해는 패밀리세일을 다시 찾았다”고 말했다.

한섬은 대개 1년에 1번, 주로 8월에 패밀리세일을 진행했지만 올해는 정부의 동행세일 참여 요청에 맞춰 행사 일정을 앞당겼다. 그러나 온라인 패션 커뮤니티 등에서는 코로나 확산에 대한 우려로 “올해 한섬 패밀리세일은 포기하겠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섬 측의 집계에 따르면 패밀리세일 첫날인 8일 하루 동안 방문객은 예년과 비교해 30% 가량 줄었다.

최근 들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행사가 치러지면서, 행사장으로 들어가는 절차도 여느 때보다 깐깐했다. 사전에 문진표를 작성하고 입구에서 방문자 큐알(QR)코드를 확인한 다음, 건물 입구 바닥에 설치된 에어워셔(공기를 분사해 이물질을 제거하는 소독시설)와 전신소독기를 통과하고, 체온을 확인한 다음에는 위생장갑을 착용해야 했다.

'2021 대한민국 동행세일'에 참여한 한섬의 패밀리세일 행사장 입구에 설치된 소독용 설비들. /유한빛 기자

이를 관리해야 하는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는 긴장감마저 흘렀다. SETEC 3개관 합산 면적은 약 7948㎡(약 2400평). 시설면적 6㎡당 1명 규제를 적용하면 한 번에 1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그러나 한섬은 코로나19 방역 관리를 위해 한 번에 쇼핑하는 인원을 그 절반인 700명 정도로 줄이고, 방역과 안전관리 용역 직원을 평소보다 늘렸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에는 한 번에 1900명 가까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지만, 방역지침보다도 강한 기준을 적용해 인원을 제한하고 있다”면서 “코로나 사태 이전과 비교해 방문객 수는 소폭 줄었지만, 인원 제한 때문에 체감 대기 시간은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인테리어·가구 전문인 한샘(009240)은 대규모 행사장을 대여하지 않고 플래그십스토어(브랜드 이미지를 극대화한 대형 단독 매장)인 한샘 디자인파크 등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몰인 한샘몰을 중심으로 동행세일에 참여했다. 이날 오후 방문한 서울 송파구의 한샘 디자인파크 매장은 한산한 분위기였다. 매장 내부에 동행세일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었지만, 제품 안내문이나 가격표에는 ‘멤버십 할인' ‘세일 상품' 등이 주로 표시돼 있었다.

'2021 대한민국 동행세일' 안내문이 붙은 서울 한샘 디자인파크 잠실점 내부. /유한빛 기자

한샘의 경우 통상적으로 진행하는 유통업계의 여름 세일기간과 맞물리면서 동행세일로 인한 홍보 효과는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구나 인테리어 업종은 코로나 사태로 호황이기 때문에 동행세일 참여 여부가 실적에 큰 의미가 없을 것”이라면서 “정부 요청에 맞춰 동행세일에 참여는 하지만, 대리점이나 단독 매장 중심으로 전시와 판매가 이뤄지는 업종 특성상 동행세일 때문에 별도 공간을 빌려 행사를 진행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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