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투기꾼 취급하지만"..임대업자 전세, 시세보다 40% 낮았다
정부는 투기꾼 취급하며 임대사업자 제도 폐지 나섰지만
계약갱신때 인상폭 5% 제한..오히려 전월세 안정에 기여
◆ 임대사업 혜택 축소 파장 ◆
11일 매일경제가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당 부동산공시가격검증센터 센터장)에게서 자료를 확보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정부에 등록한 아파트와 단독·다가구, 오피스텔 등 모든 민간 임대주택 160만여 가구 가격을 전수조사한 결과 2020년 서울의 등록 임대주택 전세가격은 2억3606만원이었던 데 비해 일반 전세 시세는 KB부동산 기준 3억7762만원에 달했다. 시세 대비 민간 임대주택사업자 매물가격이 40% 가까이 저렴했던 셈이다. 경기도는 등록 임대주택 전세가격이 1억6804만원, KB 기준 전세 시세는 2억3594만원으로 임대주택사업자 매물가격이 30%가량 낮았고, 인천 역시 임대주택사업자 매물이 1억3125만원, 시세는 1억6500만원으로 시세 대비 임대주택사업자의 임대료가 21%나 저렴했다. 서울에는 전체 등록 민간임대주택의 32.1%가, 경기·인천에는 34.6%가 몰려 있어 전국 임대주택 물량의 66.7%가 수도권에 밀집돼 있다. 전체 등록 임대주택 데이터를 모두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임대주택 사업자 매물은 최장 8년간 계약 갱신때 임대료 상승을 5% 이내로 하도록 제한돼 있어 향후 매물가격이 폭등할 우려도 별로 없다. 작년 7월 정부·여당이 밀어붙여 통과한 '임대차 3법'은 새로 전세나 월세 계약을 체결하면 상승폭 제한 등이 적용되지 않는 데 비해 임대주택사업자 매물은 가격 상승폭이 극도로 제한돼 있어 앞으로도 안정적인 전월세 가격 형성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그러나 정부는 이들이 '다주택자'라는 점에만 방점을 찍어 '투기의 온상'으로 밀어붙이면서 현 정부에서 만든 제도 자체를 폐지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유경준 의원은 "2017년 임대사업자 등록을 장려한 건 문재인정부와 여당"이라면서 "그래 놓고 2020년 갑자기 등록 임대사업자를 투기꾼 취급하며 임대사업자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이 추구하고 있는 '신뢰보호 원칙'을 위반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
등록임대 매물 전수조사
전월셋값 폭등한 수도권서
임대 사업자가 공급한 매물
서울 40%, 경기 30% 저렴
빌라·다가구 일반 전셋값
임대사업자 매물 2.8배 달해
제도 폐지땐 서민들만 피해
전문가 "전셋값 완충효과 커"
집값에 이어 전월세 가격마저 폭등 중이다. 1~2년 전까지만 해도 매매가였던 가격에 전세 계약이 체결되는 등 서울을 중심으로 전셋값은 전방위로 오르고 있다. 특히 학군 수요와 재건축 이주 수요가 겹친 서초구는 1년 만에 소형 면적 아파트 전셋값이 5억원 넘게 뛰는 사례마저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2018~2020년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사람들의 매물을 잡은 세입자들 상황은 비교적 평온하다. 앞선 사례의 A씨가 한두 달 전 전세보증금을 3억원대에 봤지만, 현재 실거래 가격이 7억7500만원까지 폭등한 아파트는 목동신시가지9단지 전용면적 53㎡다. 현재 전세 호가는 4억5000만~5억5000만원 선이다. 그러나 이 단지 같은 평형 매물의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B씨는 이 매물을 올해 3월 3억3500만원에 2023년 3월까지 C씨와 계약한 상태다. 계약 기간이 끝나도 B씨가 올려 받을 수 있는 보증금 상승 최대폭은 연 5%. 세입자 C씨 입장에선 '천만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릴 일이다.
서울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2020년 기준 경기도 내 등록임대주택 전세보증금 가격은 KB전세 시세 대비 71.2%, 인천은 79.6%에 불과했다. 부산은 66.4%, 대구는 71.7%, 광주는 73.6%, 대전은 64.8%, 울산은 60.7%로 나타났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 전체 등록임대주택의 3분의 2가 밀집돼 있긴 하지만, 지방 광역시에서도 효과는 작지 않았던 것이다. 세종의 경우 등록임대주택제 도입 초기인 2018년엔 시세보다 등록임대주택사업자들의 매물이 비싼 현상이 나타난 유일한 사례였지만, 2020년 들어선 사업자 매물이 10% 이상 저렴해졌다.
임대주택 물량의 상당수가 아파트지만, '서민의 집'으로 불리는 빌라나 다가구주택의 경우 이들 등록임대주택사업자 매물 전셋값이 시세의 절반 이하였다는 점도 통계로 나타났다. 2020년 기준 임대사업자로 등록된 사람이 갖고 있는 서울 다가구·단독주택 시세는 1억733만원이었는데, KB부동산의 단독·다가구주택 전세 시세는 2.8배에 달하는 2억8038만원이었다. 제도 폐지로 아파트보다는 단독·다가구주택 세입자들이 더 타격을 보는 구조가 될 수도 있다는 결론이다. 5개 광역시 통합으로 봤을 때도 등록임대주택의 전세 시세는 6165만원으로 KB전세 시세 1억2531만원의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
이들 임대사업자가 전세 시장에서 매물 가격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이들에 대해 혜택만 과하고 이들 때문에 집값이 오르고 있다며 제도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난처한 입장이다. 임대사업자 제도에 반대하진 않지만, 여당 눈치도 봐야 하는 상황이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지난 5일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임대사업자 제도는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와 여당 간에 많은 논의가 필요해 최종 결론이 나올 때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여당이 주택 정책 각론에서 모순적인 주장을 펴면서 지금과 같은 출구가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다주택자는 규제하고 임대 등록은 권장하는 모순적인 정책을 펴다가 이런 부작용이 나온 것"이라며 "임대사업자 등록 폐지·자진말소 유도 등과 같은 정책 발표는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유경준 의원은 "등록임대사업자는 임대 계약을 하면 임대 계약 전 금액의 5% 이내에서 임대료를 올릴 수밖에 없는 착한 임대인"이라고 말하면서 "이런 순기능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임대사업자 제도를 폐지한다면 전월세 가격이 폭등할 것이고, 피해는 세입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인혜 기자 / 이축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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