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의 과학세상]마침내 식품첨가물공전이 개정됐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 2021. 7. 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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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오래 전에 개정해놓았던 ‘식품첨가물공전’(식약처 고시 제2021-19호, 2021.3.9.)을 공식적으로 고시했다. 화학적합성품·천연첨가물·혼합제제로 구분하던 613종의 식품첨가물을 이제는 감미료·향미증진제·착색제·산화방지제·보존료·습윤제·안정제 등의 31개 ‘용도’에 따라 분류한다. L-글루타민산나트륨(글루탐산나트륨·MSG)처럼 잘못 정해놓았던 식품첨가물 40여 종의 이름도 바로잡았다. MSG에 대한 격렬한 논란이 불거졌던 2012년에 처음 제안했던 공전의 개정 작업에 식약처가 무려 10년의 긴 세월을 낭비해버린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2018년 1월에도 고시했던 내용을 보도자료도 없이 슬그머니 다시 내놓은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은 아니다. 개정된 공전이 식약처 홈페이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 아직도 식품위생법 제2조에는 ‘화학적 합성품’과 같은 무의미한 조항이 멀쩡하게 살아있다.

식품첨가물에 대한 오해

식품위생법 제2조에 따르면, 식품첨가물은 식품을 제조·가공·조리·보존하는 과정에서 감미·착색·표백·산화방지 등을 목적으로 식품에 사용하는 물질을 말한다. 식품기업이 생산하는 가공식품에는 다양한 재료가 사용된다. 그렇다고 식품기업이 아무 재료나 함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공식품에 사용할 수 있는 재료는 식품위생법에 따라 엄격하게 제한되고, 식약처가 꼼꼼하게 관리하고 있다.

가공식품에 소비자들이 원하는 맛·향기·색깔 등을 내기 위해서 식품첨가물을 사용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실제로 가공식품에 사용하는 식품첨가물은 가정에서 식품을 조리할 때 사용하는 양념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가공식품을 가정식 조리법을 생산하는 것은 가능한 일도 아니고,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 더 좋은 더 싸고, 더 빠르게 맛을 낼 수 있는 식품첨가물을 거부할 이유도 없다. ‘정성’이라는 핑계로 오랜 시간을 투자해서 느리게 만든 ‘슬로우 푸드’가 반드시 좋은 것이라는 근거는 없다.

더욱이 생산에서 소비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가공식품의 부패·변질을 막기 위해 넣는 보존료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그런 보존료를 ‘방부제’라고 무서워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소비자들의 거부감 때문에 보존료를 넣지 않았던 물티슈가 유통·사용과정에서 부패해버린 경험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물론 불필요한 식품첨가물을 무작정 사용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많은 양을 넣은 가공식품은 경계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품첨가물을 무작정 나쁘다는 주장은 의미가 없다. 식품첨가물이 ‘화학물질’이기 때문에 건강에 좋지 않다는 주장은 현대의 화려한 문명을 가능하게 만들어준 화학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모욕적인 주장이다. 우리가 생존을 위해 먹을 수밖에 없는 탄수화물·지방·단백질을 비롯한 모든 영양성분과 질병을 예방·치료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의약품도 모두 화학물질이다.

정부가 식품첨가물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한 것은 1962년부터였다. 식약처가 식품첨가물의 제조·가공·사용·조리·보존방법에 관한 기준과 성분의 규격 등을 구체적으로 정해놓은 ‘식품첨가물의 기준 및 규격’(일명 ‘식품첨가물공전’)을 고시한다. 식약처가 고시한 공전에 포함되지 않은 식품첨가물 이외의 재료는 식약처가 인정하는 전문 시험검사기관의 검토를 거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사용량과 사용방법을 포함한 기준과 규격을 지키지 않은 기업에 대해서는 무거운 책임을 묻는다.

식약처가 고시하는 식품공전의 구체적인 내용은 원칙적으로 식약처의 식품첨가물공전은 세계보건기구(WHO)·세계식량기구(FAO)·국제식품규격(CODEX)과 같은 국제기구 및 미국 식약청(FDA)·유럽 식약청(EFSA) 등 선진국의 식품안전관리기구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지속적으로 수정·보완된다. 물론 그런 작업이 언제나 충분히 신속하고,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식약처가 식품의 안전관리에 대한 전문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이제는 소비자가 나서야 한다. 어쭙잖은 건강 상식을 핑계로 식품첨가물의 유해성에 대한 엉터리 정보를 쏟아내는 엉터리 전문가와 황색 언론은 적극적으로 경계해야 한다. 눈앞의 작은 이익을 챙기겠다고 식품첨가물을 공포 마케팅에 활용하는 비윤리적인 식품기업도 과감하게 퇴출시켜야 한다. 오히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관리를 신뢰하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선택이다. 물론 식약처의 전문성과 윤리성이 충분히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식품첨가물의 분류

600종이 넘는 식품첨가물의 분류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고 식품첨가물을 ‘화학적 합성품’과 ‘천연첨가물’로 구분했던 관행은 명백하게 부끄러운 것이었다. ‘천연’과 ‘합성’(인공)의 구분은 세계 어디에서도 쓰지 않는다. 화학물질의 물리적·화학적 특성이 천연과 합성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에게 ‘천연은 건강에 좋고, 합성은 나쁘다’는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이유도 없다. 오히려 생산 과정에서 정제가 쉽지 않은 천연 첨가물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순물이 더 많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화학적 합성품으로 분류했던 첨가물의 대부분은 사실 동물·식물·광물 등의 천연재료를 이용해서 생산한 것이다. 대표적인 ‘합성 조미료’로 알려졌던 MSG는 사탕수수를 발효시켜서 생산한다. 대표적인 전통 천연식품으로 분류되는 간장이나 된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발린·시스틴·아르기닌·페닐알라닌과 같은 아미노산이나 아스코르브산(비타민 C)·토코페롤(비타민 E)을 비롯한 비타민도 대부분 천연재료에서 추출한다. 구연산(레몬산)·글루콘산(포도당산)·계피산·사과산과 같은 유기산도 천연물을 쓰는 경우가 더 많다.

식약처가 고시한 식품첨가물공전에서 사용하는 첨가물의 이름과 정체는 소비자들에게 몹시 낯선 것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상당한 수준의 전문성이 필요한 공전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유럽 식약처(EFSA)가 사용하는 ‘E-번호’를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우리 식약처도 국제식품규격(CODEX)이 권장하는 국제번호체계(INS)를 활용한 ‘K-번호’ 체계의 구축을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

※필자소개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대한화학회 탄소문화원 원장을 맡고 있다. 2012년 대한화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과학기술,교육,에너지,환경, 보건위생 등 사회문제에 관한 칼럼과 논문 2500편을 발표했다.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번역했고 주요 저서로 《이덕환의 과학세상》이 있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 duckhwan@sogang.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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