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뭐하니'는 어떻게 노래마다 그 어렵다는 차트 1위를 해낼까

최영균 칼럼니스트 2021. 7. 5.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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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차트 지배자 '놀면 뭐하니'와 김태호PD에 대한 전폭적 신뢰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MBC 예능 <놀면 뭐하니?>가 또다시 음원 차트 1위 히트곡을 만들어냈다. <놀면 뭐하니?>는 현재 진행 중인 남성 보컬 그룹 MSG워너비 결성 프로젝트로 '바라만 본다'와 '나를 아는 사람' 두 곡을 발표 직후 멜론 24Hits 차트 1, 2위에 올려놨다. 이중 '바라만 본다'는 3일 방송에서도 언급됐듯 주간 차트 정상까지 차지하면서 명실상부한 빅히트곡으로 자리매김할 토대를 마련했다.

MSG워너비는 2000년대 중반 SG워너비를 필두로 가요계를 휩쓴 한국형 R&B를 다시 소환하는 프로젝트. 지석진, 김정민, KCM, 쌈디, 이동휘, 이상이, 박재정, 원슈타인 등 가수는 물론 배우, 예능인 중 숨은 노래 실력자들을 선발해 신곡을 발표하고 활동하는 내용이다.

<놀면 뭐하니?>는 이번 MSG워너비 프로젝트를 통해 '바라만 본다'와 '나를 아는 사람' 외에도 걸그룹 라붐의 '상상더하기', 빅마마 '체념' 등의 리메이크 곡과, 프로젝트 초반 소개한 SG워너비의 과거 히트곡 역시 대부분 차트 상위권에 진입시켰다. 프로그램 관련 곡들을 사실상 줄세우기하는, 강력한 차트 장악력을 입증해 보였다.

<놀면 뭐하니?>의 음원 차트 석권은 이제 당연한 일처럼 됐다. 지난해 이효리, 비와 함께 한 싹쓰리 프로젝트에서 '다시 여름 바닷가', 그리고 엄정화, 이효리, 제시, 화사의 환불원정대 'Don't touch me'가 연이어 차트를 장악한 데 이어 MSG워너비까지 1위를 3번 연속으로 이어가고 있다.

멜론 차트가 갈수록 무거워져 상위권 진입이 가수나 기획사들에게는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게 된 상황에서 <놀면 뭐하니?>의 강력한 차트 파워에 대해 가요계 일부 종사자들은 불만을 제기하기도 한다. 한정적인 차트 상위권 자리를 방송의 영향력을 독점 이용해 쉽게 차지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다수의 음악팬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는 듯이 보이지는 않는다.

1990년대 혼성 그룹 음악을 부활시킨 '다시 여름 바닷가'나 이번 MSG워너비 프로젝트 등 복고적 요소가 있는 시도들은 최근 차트 순위권 음악을 듣지 않는 30, 40대 음악팬들을 다시 가요시장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놀면 뭐하니?>의 차트 장악이 방송의 영향력을 독점해 만든 성공이라면 왜 다른 프로그램들은 이를 안할까라는 의문을 갖게 만드는 측면에서도 <놀면 뭐하니?>를 비난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대중들이 들으면서 즐길 음원이라면 발표할 자격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놀면 뭐하니?>가 손쉽게 1위하기 위한 반칙을 쓰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많은 음악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방송 결과물로 음원을 발표하지만 <놀면 뭐하니?>처럼 발표곡마다 멜론 차트 정상을 찍는 경우는 경연 프로그램인 엠넷의 <쇼미더머니>정도를 제외하면 찾아보기 힘들다.

결국 <놀면 뭐하니?>는 독창적으로 구축한 노하우와 브랜드 가치를 활용해 음원 성적을 내는 음악 예능이며 음원 발표가 음악 시장을 긍정적으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문제 삼기 어려워 보인다.

그런데 <놀면 뭐하니?>는 대형 가요기획사도, TV 예능 프로그램들도 뜻대로 못 하는 차트 정상을 어떻게 이리 쉽게 차지할까. 발표와 함께 정상에 오르는 곡은 폭넓은 리스너들 사이에서 '이 곡은 들어봐야 한다'는 심리의 대중적 집결이 필수적이다.

노래를 부른 가수의 팬이 아닌 사람들까지도 청취에 대한 공감대가 강력히 형성돼야 가능하다. 그러려면 곡의 발표자에 대한 음악적 신뢰가 있어야 된다. 요즘 발표되는 곡들이 뛰어난 작사, 작곡가가 대중들의 선호 요소를 꼼꼼히 챙겨 담아 히트 가능성을 극대화한 결과물이지만 차트에서의 성공은 극히 일부분만 가능한 이유가 이 신뢰 형성 문제와 관련이 있다.

다른 예능 프로그램들이 방송 도중 노래를 계속 들려주며 방송의 영향력을 활용해 곡 홍보를 열심히 해도 차트 정상을 차지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놀면 뭐하니?>에게는 김태호 PD가 <무한도전> 시절부터 두텁게 쌓아온 음악적 신뢰가 유전돼 있다. '들어야 할 좋은 음악을 제공한다'는 대중의 신뢰를 김 PD는 받고 있다.

<무한도전>은 대중성 강한 곡들을 웰메이드하게 선보여 큰 사랑도 받았지만 대중들에게 덜 익숙해도 들을 기회가 주어지면 인정받을 수 있는 좋은 아티스트들을 가요제와 프로젝트 그룹 결성 특집 등으로 끊임없이 소개했다.

김태호 PD의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음악성에 대중성까지 갖췄지만 한정된 팬층만 있던 가수들이 폭넓은 대중적인 인지도까지 얻게 된 사례는 장기하와 얼굴들, 혁오, 프라이머리, 10cm, 자이언티, 장미여관 등 한둘이 아니다. 이런 대중성과 음악성을 함께 챙기려는 태도는 김 PD 프로그램에 대한 대중들의 음악적 신뢰를 이중삼중으로 굳건히 다져놓았다.

<놀면 뭐하니?> 초반에는 <무한도전>의 팬덤이 많이 옅어져 발표하는 음원이 차트에서 힘을 쓰지 못한 적도 있다. 하지만 트로트 유산슬 프로젝트를 거치면서 과거의 신뢰를 재구축했고 이제는 유튜브의 알고리즘의 대척점에서 1970, 80년대 라디오가 했던 레거시 미디어의 좋은 음악 추천 기능을 강력히 수행하고 있다.

좋은 음악을 소개한다는 것은 좋은 가수를 알려주는 것도 포함한다. 이번 MSG워너비 프로젝트에서도 박재정의 재조명과 원슈타인의 발견이 그런 맥락이다. 가수 못지않게 노래 잘하는 배우와 예능인을 만나는 즐거움도 있었지만 좋은 가수들을 잘 모르던 대중들에게 소개하는 김태호 PD만의 음악 예능은 <무한도전>와 <놀면 뭐하니?> 모두 큰 차이가 없다.

다만 <놀면 뭐하니?>의 음원들은 과거 <무한도전>처럼 음악성도 챙기는 태도는 다소 억제된 채 대중성 위주로 쏠려 있기는 하다. <놀면 뭐하니?>가 인기 프로그램은 맞지만 아직 그 인기가 <무한도전>만큼 굳건하지는 않아 프로그램 자체의 대중적 지지를 더 다지는 과정에서 음원도 대중성에 무게를 많이 싣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놀면 뭐하니?>는 시청률 안 나오던 초반에도 유플래쉬 프로젝트에서 신해철의 '스타맨'을 소개하거나 전설의 밴드 긱스를 무대에 세웠다. 유산슬 1집 굿바이 콘서트에서는 아코디언 명인 심성락을, 방구석 콘서트에서는 선우정아와 새소년 등 방송 속 공연을 통해 좋은 뮤지션을 소개하는 일은 잊지 않고 있었다.

<놀면 뭐하니?>가 <무한도전>처럼 차트 지배자로 입지를 확고히 한 만큼 <무한도전> 때처럼 음악성과 대중성을 골고루 챙긴 음원들 모음을 선보일 날이 가까워지지 않았을까 기대해 본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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