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 감독 "손흥민, 고맙고 미안하다" [일문일답]

파주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2021. 7. 2. 17: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포츠경향]

김학범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이 2일 파주 NFC에서 도교올림픽 출전 최종 훈련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파주 | 정지윤 선임기자


“손흥민은 우리가 보호하고 아끼고 사랑해줘야 될 선수다.”

소속팀까지 직접 설득하며 올림픽 출전에 대한 의지를 보였던 손흥민(토트넘)을 발탁하지 않은 것에 김학범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은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김 감독은 2일 파주 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훈련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나에게는 손흥민을 뽑는 게 가장 쉬운 선택이다. 그러나 뽑지 않은 이유는 손흥민은 우리가 보호하고 아끼고 사랑해줘야 할 선수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손흥민을 존경하고 좋아한다. 인성도 좋다. 길게 봤을 때 올림픽 팀의 훈련 스케쥴, 과정, 일정을 봤을 때 분명 혹사시켜야 할 상황이 많을 거 같았다. 그래서 양해를 구했다. 내 마음도 아프다”고 미안함을 전했다.

다음은 김 감독과의 일문일답.

-멤버가 확정됐다. 이전 훈련이 선수들 테스트였다면 이제는 목표를 위한 훈련을 해야할텐데 선수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

“그 전에는 체력훈련 위주로 얼마나 극한 상황을 이겨낼 수 있냐를 지켜봤다. 이제부터는 맞춤형 훈련이다. 상대가 다 나왔고 상대 경기 운영과 특정 선수 콘트롤 방향, 이런 것을 중점적으로 훈련할 것이다.”

-세트피스 중요성을 많이 강조했다. 이강인이 어리지만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전담 키커도 했는데 이번에 어떤 역할을 기대하나?

“그 동안 우리팀 모였을 때 왼발잡이는 이동경 한 명 뿐이었다. 하지만 이동경이 계속 A대표팀 뽑혀 그 활용을 제대로 못했다. 이번에는 왼발잡이가 3명이다. 그래서 여러 각도의 세트피스 훈련을 준비하겠다. 왼발잡이 선수들을 활용한 전술이 많을 것 같다.”

-엔트리가 늘어났는데 달라지는 부분 있나?

“늘어나도 운영 방향에는 변함 없다. 여태껏 같이 해온 선수들이다. 그래도 다행이다. 우리팀에 체력적으로 부담이 많은 포지션이 있는데 그 자리에 선수들을 로테이션할 수 있는게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손흥민이 소속팀으로부터 올림픽 출전을 허락 받았는데도 안 뽑은것에 대한 설명을 해줄 수 있나?

“손흥민한테 그래서 고맙고 미안하다는 얘기를 했다. 굉장히 미안하다. 출전 의지를 보여줬고, 손흥민이 직접 전화해서 허락 받은것 까지도 고맙다. 그런 허락을 해준 토트넘에도 감사하다. 손흥민을 뽑는게 나에게는 제일 쉬운 선택이다. 그럼에도 손흥민을 뽑지 않은 이유는 손흥민은 우리가 보호하고 아끼고 사랑해줘야 될 선수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로 손흥민을 존경하고 좋아한다. 인성이라든지 이런 부분을 좋게 평가한다. 그런데 진짜 길게 봤을때, 올림픽대표팀 훈련 과정과 스케쥴, 도쿄에 가서 경기 일정 등을 생각할 때 일부 선수를 혹사시켜야 할 상황들이 많이 생길 것 같다. 양해를 구하면서까지 제외된 부분에 대해 나도 마음이 아프다. 사실 손흥민이 보면 근육이 좋은 선수인데, 지난 시즌 리그를 뛰는 것을 보면서 몇 번 이상 징후를 느낀 적이 있다. 리그 3라운드와 29라운드에서 그랬다. 손흥민은 앞으로도 그렇겠지만 피로가 계속 누적될 것이다. 사람들은 내게 제일 쉬운 선택을 안하고 어려운 선택을 했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내가 어려운 선택을 한 이유는 모든 결정도 내가 하지만 모든 책임도 내가 진다. 부상이 나면 혹사 논란은 따라올 수 밖에 없다. 안 그래도 A대표팀 최종예선 조편성이 중동팀들과 붙어있어 이동거리가 많은데, 올림픽까지 출전했다가 잘못해서 부상이라도 입는다면 그 책임은 내가 지기 어렵다. 그만큼 손흥민을 뽑아놓고 안 쓸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내가 책임질 일만 하고 싶다. 그리고 손흥민은 지난 시즌 많이 뛰었다. 51경기 3996분을 뛰었다. 보호해야 할 선수는 못쓰더라도 보호해야 하지 않나 싶다. 자칫 잘못된 선택을 했다가 한국축구가 큰 인재를 잃어버리지 않을까 염려됐다. 다시 한 번 손흥민한테 미안하고 고맙다.”

-평가전 상대가 결정됐다. 올림픽 직전 강팀과 붙는것에 만족하나?

“나는 강팀과 붙는 것에 만족한다. 문제점을 찾아서 대비할 수 있고, 또 강팀과 경기를 하면서 자신감도 가질 수 있다. 우리 팀의 문제점을 정확히 진찰하기 위해서 협회에 요구했고 아르헨티나, 프랑스 등 우승 후보 팀하고 경기를 하게 돼 매우 만족한다. 이 두 경기를 통해 우리는 자신감과 문제점을 모두 찾으려 한다.”

-김민재는 변수가 있다는 얘기 나온다. 김민재가 못갈 경우 대비책은 있나?

“당연히 플랜 B는 있다. 다만 플랜 A가 쉽지 않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다. 하는데까지 해보고 안되면 플랜 B를 가동할 생각이다.”

-이상민이 추가발탁으로 들어왔다. 주장이 다시 바뀌는 것인가?

“엔트리 확장 결정이 조금만 일찍 결정났어도 이 어려움을 안 겪었을 것이다. 진짜로 힘들게 18명을 뽑았는데 반나절만에 이런 결정이 나와 조금 황당하다. 코칭스태프 회의는 아직 안했고, 회의를 통해 결정하겠다.”

-추가발표 4명은 내가 떨이라는 생각을 안할수 없을 것 같은데 동기부여는 어떻게 하려고 하나?

“내가 먼저 사죄부터 하려고 한다. 이틀 동안 많은 좌절감과 실망감을 가졌을 것이다. 이따 미팅을 하면 미안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다만, 내가 그 4명에게 하고 싶은 말은 순간적인 내 선택이 잘못됐다는것을 보여달라는 것이다. 그게 나한테 되돌려주는 일이다.”

-조금 다른 얘기이긴 하지만 A대표팀 조 편성을 평가하면?

“사실 내가 박지성도 좋아하고 존경한다. 박지성의 경우는 조금만 관리해줬어도 대표팀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유럽이나 이런쪽은 A대표팀 경기해도 2~3시간만 가면 되는데 한국은 한 번 오갈때마다 7000~8000㎞ 이상 비행기를 타고와서 시차적응없이 경기하고 또 바로 들어가서 리그를 해야한다. 중동이 짜증나는 축구를 하는데 선수들이 그런 부분을 잘 이겨내야 한다. 얼마 전 레바논과 경기했을 때 그런게 좀 보였는데, 중동팀과 경기했을 때 안 풀리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런 부분들을 잘 극복하면, 나쁘지 않은 조일 것 같다. 선수들의 이동을 어떻게 관리해주느냐도 중요하다.”

파주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