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갭투자 규제 직후 '갭투자'로 강남아파트 샀다..시세 6억↑

유엄식 기자, 방윤영 기자, 박진영 기자 2021. 6. 3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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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4월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86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의원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2019년 흑석동 상가 투기 의혹으로 청와대 대변인을 사임한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이후 상가를 처분한 자금으로 지난해 7월 말 임대차법 시행 직전에 강남권에 아파트를 매입했다. 첫 내집마련이라고 해명했지만 매입 방식이 현 정부가 금기시하는 '갭투자' 형태인데다, 시점도 관련 규제를 강화한 6·17 대책 이후여서 뒷말을 낳고 있다.
지난해 7월 '우면 대림' 전용 130㎡ 13.8억 매수..현재 시세 18~19억원대
30일 국회 공보와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에 따르면 김 의원의 배우자 박 모씨는 지난해 7월 서초구 우면동 대림아파트 전용 130㎡을 13억8000만원에 매입했다.

이 아파트에 실거주 중인 집주인과는 한달 뒤인 8월 말 7억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1년 뒤 김 의원 가족이 실입주하는 조건으로 매입한 '갭투자' 방식이었다.

인근 공인중개소 대표는 "본인 이사 스케줄에 맞춰 실거주 중인 집주인과 1~2년 이내로 전세 계약을 맺고 입주 시 잔금을 내는 방식"이라며 "요즘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전세권이 낀 경우에는 매매가 쉽지 않은데 이런 유형의 매물은 사실상 집주인과 직거래 형태여서 매우 귀한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해당 아파트엔 별도 전세권 설정 내역이 없다. 기존 집주인이 그대로 전세로 거주하므로 별도 등기가 필요없는 거래 형태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 의원은 관련 보도 후 본인 SNS 계정을 통해 "은행 대출없이 딱 제가 가진 돈에 맞춰 산 집"이라며 "결혼 이후 13번째 만에 처음으로 제 집으로 이사를 간다. 생애 최초 자가 입주를 널리 알리고 축하해주기 위한 뜻으로 읽혔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해당 주택 내부 수리를 거쳐 7월 중 이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투자로 얻은 차익을 바탕으로 강남아파트를 샀다는 내용에 대해선 "서초구 우면동 위치를 지도에서 확인해보시기 바란다"고 반박했다. 다른 강남권 신축 단지보다 저렴하다는 취지로 읽힌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가운데)이 지난해 6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과열요인 관리방안(6·17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갭투자 방지 6·17 대책 직후, 가격 급등 부른 임대차법 시행 직전 시점…내로남불 논란
이 같은 김 의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의 정책 방향과는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매입 시기가 공교롭게도 정부가 갭투자 거래 규제를 강화한 직후다.

정부는 지난해 6.17 대책을 통해 서울 등 투기지역을 비롯해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 투기과열지구에선 시가 3억원 이상 1주택자는 전세 대출을 받을 수 없도록 했다. 이전까진 시가 9억원 초과 주택 보유자만 전세대출 보증을 제한했으나 이 기준을 대폭 낮춘 것이다. 특히 기존에 전세대출을 받은 경우 3억원 초과 아파트를 구입했다면 즉시 전세대출을 회수했다.

6·17 대책 발표 당시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은 "서울 강남권의 갭투자 비중이 약 72%까지 기록하는데 이는 연초에 비해 15%포인트 상승한 수치"라며 갭투자 방지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다른 1주택자들은 사실상 갈아타기를 봉쇄한 조치인데, 김 의원은 흑석동 상가 처분 금액으로 봉천동에 보증금 3억원짜리 반전세로 거주하면서 남은 자금을 활용해 강남권 아파트를 갭투자로 매수해 내집마련에 성공한 것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매입 시점이 지난해 하반기 집값 급등을 불러온 임대차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시행 직전이란 점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7월 22일 실거래 등록됐다. 임대차법이 시행되기 불과 열흘을 앞둔 시점이다.
김 의원 배우자가 매입한 것으로 알려진 서초구 우면동 대림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네이버 지도 캡쳐
1년 만에 시세 5~6억원 올라…재건축, 리모델링 가능성 열려 있어
김 의원 배우자가 매입한 직후 이 아파트 시세는 시내 다른 단지와 마찬가지로 급등세를 탔다. 바로 다음달 14~15억원대로 시세가 상승했고, 올해 들어서는 17억5000만원에 거래된 매물도 있다. 조망이 좋은 고층부는 시세가 19억원대에 형성돼 있다는 게 주변 공인중개소의 설명이다. 매입 후 약 1년 만에 시세가 5~6억원 뛴 것이다.

일각에선 실거주와 투자를 모두 만족한 선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단지는 1995년 준공돼 입주 27년차를 맞이한 구축 단지로 재건축 연한(30년)이 멀지 않았고, 리모델링 추진 가능성도 열려 있다.

김 의원이 다른 강남권 단지와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는 식으로 해명했지만, 단지 인근에 대규모 양재시민의숲이 조성돼 주거환경이 쾌적하고 교육과 교통 여건도 좋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여전히 김 의원의 '내로남불' 행보에 대한 지적이 잇따른다. 한 네티즌은 "이제 흑석 김의겸 선생께선 국회의원 배지와 강남 아파트를 모두 거머쥐시게 됐다"며 "강남 아파트 매수야 말로 이 시대의 시대정신이오 재산 증식의 진리"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이제 흑석 김의겸 선생에서 우면 김의겸 선생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한편 김 의원은 청와대 대변인 시절인 2019년 3월 재개발 지역인 서울 동작구 흑석동 상가 주택을 25억7000여만원에 매입한 사실이 알려져 투기 의혹이 일자 사퇴했다. 그해 12월 이 부동산을 팔아 8억8000만원의 시세 차익을 봤는데, 총선에 출마하면서 세금과 이자 등을 뺀 차액 3억7000만원을 한국장학재단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 3월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하면서, 이 자리를 승계해 국회에 입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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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엄식 기자 usyoo@mt.co.kr, 방윤영 기자 byy@mt.co.kr, 박진영 기자 jy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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