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돼지 이야기] 돼지꼬리·관자살·혀밑살 '특수부위'의 맛있는 반란

2021. 6. 24.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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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얼마 전 예능 프로그램에서 유명 가수의 돼지 꼬리 먹방이 화제가 됐다. 양념된 돼지 꼬리를 불에 구워 가운데 뼈를 쏙 발라 맛있게 먹는 모습은 많은 시청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동안 돼지 꼬리를 감자탕이나 순댓국 육수 재료로만 인식했던 이들은 돼지 꼬리를 '직접 먹을 수도 있다'는 데 새삼 충격을 받았다.

롯데마트가 밝힌 2021년 1~4월 정육 매출에 따르면 돼지고기 특수부위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한 반면 삼겹살은 10%대에 머물렀다고 한다. 이쯤 되면 '국민 메뉴'로 불리는 삼겹살의 굴욕이 아닐 수 없다. 대체 언제부터 돼지고기 특수부위가 선호 부위의 인기를 앞지르게 됐을까.

사실 돼지고기 특수부위 인기가 새로운 트렌드는 아니다. 과거에는 '뒷고기'라는 명칭으로 불렸던 특수부위는 돼지 한 마리를 도축 가공하면 나오는 양이 적어 그 맛을 아는 사람만 먹을 수 있었다. 워낙 맛과 풍미가 뛰어나 도축가공장 기술자들이 자기들끼리만 먹기 위해 뒤로 몰래 빼돌린 데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다.

이렇듯 특수부위의 제1 조건은 이름에서 짐작되는 것처럼 희소성과 독특함에 있다. 예를 들어 돼지 머리 볼 부분의 연하고 쫄깃한 '볼살'은 돼지 한 마리당 2덩어리, 약 200~300g밖에 나오지 않는 희귀 부위다. 또 꼬들꼬들한 식감으로 '꼬들살'로도 불리는 뒷머리살은 목심살과 연결된 돼지 뒷목 부위로 한 마리에서 고작 한 움큼 나올 정도로 적은 양이다. 지금은 선호 부위로 꼽히는 '전직 특수부위'인 항정살, 등심덧살, 그리고 갈매기살도 돼지 한 마리당 각각 400~500g, 400~500g, 300g 정도 나오는 희귀 부위다.

돼지 머리에서 나오는 볼살, 뒷머리살(꼬들살), 관자살, 콧살, 혀밑살, 턱살(두항정살) 등과 같은 머릿고기와 횡경막 부위인 도래창과 토시살, 삼겹살과 뒷다리 연결 부위의 하얀살, 등심에 붙어 있는 등심꽃살, 그리고 정육 기술자도 찾기 어렵다는 도깨비살, 엄지살, 유퉁, 오돌갈비 등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박정배 푸드칼럼니스트는 2000년대 이후 돈육 문화가 발달한 유럽산 돼지고기의 국내 수입이 본격화되면서 돼지고기 부위의 세분화가 시작됐고 이후 특수부위가 각광받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뼈등심, 꽃목살, 늑간살 등 외국산 돼지고기가 들어오면서 국내 역시 돼지고기의 다양한 부위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국내 돼지고기 소비량은 삼겹살과 목심살 같은 선호 부위에만 지나치게 편중돼왔던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대표적 비선호 부위인 뒷다리살 재고는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3만5000여 t으로 국내산 돼지고기 전체 재고에서 42%를 차지할 만큼 편파적인 소비가 계속돼 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특수부위 선호가 극명해졌다.

구독자 130만명을 보유한 유튜버 밥굽남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여러 차례 '돈마호크'를 소개한 바 있다. '돈마호크'는 소고기 부위를 일컫는 '토마호크'의 돼지고기 버전으로, 돼지 한 마리당 몇 개 안 나오는 부위다. 돼지 뼈 등심을 중심으로 여러 부위가 섞여 있는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등심 때문에 그동안 퍽퍽하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여러 유튜버의 먹방에 등장하면서 성인 남성의 손바닥보다 크고 두꺼운 푸짐함과 등심, 갈빗살, 삼겹살, 등심덧살(가브리살), 새우살 등 다섯 부위를 동시에 맛볼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돼지고기 비선호 부위의 환골탈태, 비주류들의 아름다운 반란이 시작됐다.

[유보희 선진미트 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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