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혈전증' 땐 어떤 두통, 어떤 멍자국이 생길까

최하얀 2021. 6. 23.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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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알·맞'(백신 알고 맞자) Q&A][코로나19 백신 접종]'백·알·맞'(백신 알고 맞자) Q&A ⑥
AZ·얀센 백신 부작용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의심증상에 주목해 조기진단이 가장 중요
망치로 머리를 때리는 듯한 심한 두통은 아스트라제네카나 얀센 백신의 드문 부작용인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을 의심할 수 있는 대표적 증상으로 꼽힌다. 게티이미지 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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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7만7669명 가운데 2명. 국내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으로 1차 예방접종을 하고 매우 드문 부작용인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TTS)이 생긴 비율입니다. 대략 100만회당 0.19건 수준으로 극히 빈도가 낮네요. 다만 이 부작용은 젊은층에 더 많이 발생한다고 하고, 국내 아스트라제네카 접종 대부분이 60살 이상인 고령층 위주로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접종 연령 범위가 더 넓었던 영국은 6월2일 기준으로 발생률이 100만회당 14.2회로 빈도가 훨씬 높습니다. 물론 희귀 혈전증 발생률에 인종적 격차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다음달부터는 50대 이하에 대한 대규모 접종이 시작됩니다. 최근 30대 초반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자 한 명이 심한 두통과 구토 등 의심증상에도 혈소판 수치 검사가 뒤늦게 이뤄졌고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가 숨진 일도 생겨 불안감도 커졌습니다. 그래서 국내 혈전증 치료 전문가인 나상훈 서울대병원 교수(순환기내과)에게 관련 증상과 대응 방법에 대해 상세히 설명을 들어봤습니다. 나 교수는 ‘코로나19 예방접종 관련 혈액응고장애 자문단’의 일원으로,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의 의심신고 사례를 당국과 함께 조사·점검하고 있습니다.

망치로 머리를 때리는 것 같은 두통은 명백한 의심증상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등 아데노 바이러스 벡터(운반체) 백신의 부작용인 희귀 혈전증은 일반적인 혈전증과는 다릅니다. ‘혈소판 감소’가 동반되는 혈전증이라 증상에 차이가 있습니다. 이는 혈액 응고를 돕는 혈소판은 줄어드는데, 외려 ‘피떡’으로 불리는 혈전이 뇌혈관, 복부, 동맥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진단과 치료가 늦으면 치명적인 결과를 부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의심증상을 빠르게 알아차리는 게 중요합니다.

진통제로 조절되지 않는 심한 두통, 이틀 이상 지속되는 두통, 구토, 시야 흐려짐, 호흡곤란, 지속적인 복부 통증, 팔·다리 부기, 접종 부위가 아닌 곳에 멍이나 출혈이 발생하는 것은 대표적인 의심증상입니다. 가령 혈전이 뇌에서 발생해 뇌정맥동혈전증이 생기면 뇌압이 갑자기 상승합니다. 이 뇌압 상승은 두통을 만드는데, 나상훈 교수는 “망치로 머리를 때리는 것 같은 통증”이라고 설명합니다. 이어 “일반적인 뇌정맥동혈전증은 천천히 진행되기에 이런 두통이 심하지 않은데,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은 갑자기 생기다 보니 진통제로 조절되지 않는, 전에 경험하지 못한 두통이 온다”고 덧붙였습니다. 뇌압 상승 탓에 먹은 것도 없고 소화기에 문제가 없는데도 구토가 나타나거나, 시야 흐림 등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몸 곳곳에 멍이 생기거나 점상출혈 등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는 혈소판 수치가 정상 기준치인 1마이크로리터당 15만개 아래로 급격히 떨어지는 탓입니다. 우리가 흔히 어딘가에 부딪혀 생기는 멍은, 시간이 흐르면서 보라색에서 갈색으로, 다시 녹색으로 바뀌면서 멍 자국도 넓어지고 서서히 옅어집니다. 그러나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으로 인한 멍의 경우, 나 교수는 “색이 옅어지지 않고, 멍의 개수는 몸 곳곳에서 늘어나며, 웬만해선 멍이 생기지 않는 무릎 뒤편 등에도 생긴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평소 수준으로 양치질을 했는데도 입안의 점막에서 유난히 피가 많이 날 때도 이 부작용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합니다.

“일반 혈전증 앓는 사람은 더욱 백신 맞아야”

증상 발생 시점이 ‘접종하고 4~28일’이란 점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이는 혈소판이 체내 골수에서 생성된 뒤 사라지는 주기가 통상 3~4일이라서, 접종 직전에 생성된 정상 혈소판이 적어도 3~4일간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접종 부작용으로 혈소판 수치가 떨어지려면 3~4일이 지나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나 교수는 “접종 당일과 이튿날 생기는 이상증상은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 관련이 아닐 공산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평소 혈전 형성을 방지하는 항응고제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이라면 접종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반적인 혈전증·색전증 문제가 있거나 뇌졸중의 예방이 필요한 경우, 과거 표준치료제였던 ‘와파린’이나 최근 새로 나온 ‘노악’ 계통 항응고제를 복용합니다. 나 교수는 “이런 경우라도 백신을 맞아야 한다”며 “특히 혈전증 문제가 있는 분들은 더욱 백신 접종이 필수”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생기는 합병증의 하나가 혈전증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급성기 혈전증 환자라도 보통 석달 정도인 급성기 치료를 마치고 난 뒤에는 접종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항응고제 복용은 접종부위 지혈을 쉽게 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복용량을 조절하면 됩니다. 가령 한 차례 복용으로 3~4일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와파린을 복용하는 분들은 접종 전날 하루 복용을 피하고, 예방접종한 날 복용을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노악’ 계통은 약효 특성상 복용 간격이 짧습니다. 하루 두 차례 복용자는 오전에만 복용을 피하고 오후에 재개하면 되고, 하루 한 차례 복용자는 접종하고 지혈을 마친 뒤로 복약 시점을 미루면 됩니다. 나 교수는 “중요한 것은 주사부위 지혈을 충분히 하는 것으로, 꼭 시계를 보면서 15분간 지그시 누르시는 게 좋다”고 말했습니다.

나 교수는 “희귀 혈전증에 대해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접종 뒤 가까운 의료기관을 방문해 혈소판 수치 검사(혈액검사)를 받고자 하는 접종자, 혈소판 수치가 조금이라도 기준치보다 낮으면 바로 이상반응 신고를 해주는 의료진들이 늘었다”며 “이렇게 신고된 사례는 당국과 함께 모두 살펴보고 있다. 그러니 과도한 불안을 갖지 말고 접종을 받아달라”고 말했습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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