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평 창고·상품 1620만개 전소..쿠팡 화재 피해액, 역대 최대될듯

이현승 기자 2021. 6. 2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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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당국, 6일째 화재 진화..건물·적재물 등 전소 추정
건물 피해액만 795억..적재물 1개당 5천원 가정땐 810억
단일 화재 피해액, 경기도 5년 간 누적 피해액 맞먹을 수도
쿠팡, 4000억대 보험.. "계약조건 따라 전액보상 안될수도"

쿠팡 경기도 이천 덕평 물류센터에서 17일 발생한 화재가 6일째 완전 진화되지 않으면서 연면적 3만8000평(12만7000㎡) 규모의 물류센터 건물과 내부 적재물 1620만개가 사실상 전소(全燒)된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당국은 건물의 70% 이상이 소실됐거나 그 미만이라도 재사용이 불가능한 경우 전소 됐다고 본다. 단일 화재사고로는 전례가 없는 규모여서 재산 피해 규모가 물류센터 기준 역대 최대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YONHAP PHOTO-2995> 뼈대 드러낸 쿠팡 덕평물류센터 (이천=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지난 17일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가 20일 오전 폭격을 맞은 듯 뼈대를 드러내고 있다. 2021.6.20 xanadu@yna.co.kr/2021-06-20 09:52:20/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22일 소방당국은 진화 작업이 끝나는대로 발화원과 지점 등 화재 경위와 재산 피해 규모를 추정할 계획이다. 재산 피해액은 소방방재청훈령 ‘화재조사 및 보고 규정’에 명시된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해진다. 화재로 피해입은 건물과 부대설비, 구축물, 영업시설 등 유형자산을 재건축 하는 데 드는 비용에 감가상각을 제외한 뒤 잔존·폐기물을 제거하는 드는 돈을 합해서 구한다. 이때 유형자산별로 가치를 매기는 방식이 다른 만큼 피해액을 구하는 계산식이 제각각이다.

쿠팡 물류센터가 전소됐다는 가정하에 이 산식을 적용해 보면 대략적인 건물 피해액은 795억 원으로 추정된다. 예를들어 건물의 경우 화재로 소실된 면적에 해당 건물을 짓는 데 드는 제곱미터(㎡)당 공사비, 잔존가치(잔가율), 손해율을 곱해 계산한다. 공사비는 한국부동산원이 매년 용도별 고시하는 금액을 적용하며 잔존가치는 내용연수 대비 경과연수(사용연수)를 대입한다. 손해율은 화재로 인한 피해정도에 따라 5%부터 100%까지 범위 내에서 정해지는데 주요 구조체의 재사용이 불가능한 경우 90% 혹은 100%를 적용한다.

현 시점에서 파악 가능한 또 다른 재산 피해 품목은 적재물이다. 쿠팡 덕평 물류센터에는 1620만 개의 내부 적재물이 있었는데 부피로 따지면 5만300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물류 약 30%를 책임지는 주요 센터여서 신선식품을 제외한 다양한 품목이 적재돼 있었다.

이런 물품은 판매를 목적으로 한 상품, 저장품, 반제품, 원재료, 부산물 등이기 때문에 재고자산으로 분류된다. 재고자산 피해액은 회계장부상 구입가액에 손해율을 곱해 계산한다. 쿠팡이 구입가액을 공개하지 않는 만큼 정확한 추정이 불가능 하지만, 1개당 5000원이라고 가정하면 810억 원에 이른다. 1만 원이라고 추정하면 1620억 원이다.

여기에 물류센터 내 △부대설비 △구축물 △영업시설 △기계장치 △공구·기구 △집기비품 △가재도구 △차량 및 운반구 손실을 더해야 하는 만큼 피해액은 수천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소방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최근 20년 간 주요 물류센터 화재사고 가운데 재산 피해액이 가장 컸던 건 2013년 경기도 안성시 냉동창고 화재다. 988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다음으로 2008년 이천 물류센터 화재(721억원), 2015년 경기도 김포 제일모직 물류창고 방화(318억 원) 피해도 컸다.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2016년부터 작년까지 5년 간 경기도 창고시설에서 발생한 화재의 누적 재산 피해액은 1424억 원이다. 쿠팡 덕평 물류센터 화재사고에서 발생한 피해액이 경기도의 5년 누적 창고 화재 피해액과 맞먹을 수도 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경기도 이천)은 “이번 화재로 인한 근로자 실직, 영업손실은 물론 인근 주민들이 매연과 가스, 화산재 등 유해물질에 노출되고 농작물 경작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까지 직간접 경제적 손실을 감안하면 화재 피해액이 조(兆) 단위에 이를 수도 있다”며 “단일 화재 사고 중에 전례가 없는 수준이다. 쿠팡은 직접적 피해 뿐 아니라 주민들이 입은 간접적 피해에 대해서도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쿠팡은 덕평 물류센터 화재로 피해를 입은 인근 지역 주민을 위해 주민피해지원센터를 개설했다.

<YONHAP PHOTO-2409> 쿠팡 덕평물류센터 건물 구조 안전진단 (이천=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21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전문가들이 소방관과 함께 소방활동을 위한 건물 구조 안전진단을 위해 내부로 들어가고 있다. 2021.6.21 xanadu@yna.co.kr/2021-06-21 10:44:08/ <저작권자 ⓒ 1980-202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쿠팡은 덕평 물류센터와 관련해 4000억 원 규모 재산종합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물과 시설에 대한 가입금액이 각각 1369억 원, 705억 원, 재고재산은 1947억 원이다. 보험사는 DB·KB·롯데손해보험과 흥국화재다. 이들은 손실보장 방식과 비율 등 구체적인 계약조건에 대해 함구했다.

국내 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가입금액은 보험금 지급 한도일 뿐 보험사가 이 금액을 100% 지급한다는 건 아니다”라며 “쿠팡이 손해가 났을 때 유형자산을 재조달하는 금액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계약했다면 손실금액을 100% 돌려받겠지만 장부가, 시가를 보장받는 조건이며 실제 보상액이 피해규모에 못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화재사고와 관련해 쿠팡 측 과실이 확인되면 보상금이 줄어들 수도 있다. 이상규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장은 지난 20일 “최종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소방이 조사한 바로는 스프링클러 작동이 8분 정도 지체됐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이번 화재로 순직한 김동식 구조대장의 빈소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게 “원칙적으로 (스프링클러를) 폐쇄하면 안 되는 것”이라며 “(화재 경보와 관련한) 기술이 발달했다고는 하지만, 오작동이 많아서 화재경보가 한 번 울렸을 때는 다들 피난하지만, 두 번째부터는 ‘이건 가짜’라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에도 8분 정도 꺼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현재 경찰은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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