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칭] 팬데믹 가운데 태어난 반인반수 소년.. 귀여움에 빠져들 수밖에
드라마 '스위트 투스 : 사슴뿔을 가진 소년'
'매드 맥스'가 '밤비'를 만났을 때
원인 모를 바이러스가 세상을 덮쳤을 때, 혼란한 세상에 반인반수(半人半獸)의 잡종들이 태어난다. 새의 날개, 사슴 얼굴, 돼지코를 갖고 태어나는 이 아기들을 세상은 ‘하이브리드’라 부른다. 하이브리드가 바이러스를 불러온 건지, 바이러스로 하이브리드가 태어난 건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인간은 10년째 바이러스 치료제를 찾지 못했고, 세상엔 더 이상 정상적인 아기들이 태어나지 않는다. 두려운 어른들은 마지막 남은 인류를 보호하겠다며 하이브리드를 사냥한다.
그러나 어떤 부모들은 이 아이들을 끝까지 지켜낸다. 10년 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국립공원 숲 속에서 아빠와 단둘이 살아온 주인공 거스(크리스천 콘버리). 사슴 뿔과 귀를 갖고 태어났다. 아빠 퍼버는 완벽히 격리된 세상에서 거스를 안전하게 보호한다. 어느 날 아빠가 병에 걸려 죽고, 거스가 홀로 남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빠의 보호막이 사라진 세상에서 거스는 자신을 지켜줄 또 다른 어른을 만난다. 우연히 맞닥뜨린 덩치 큰 아저씨 제프와 함께 사진 한 장을 들고 엄마를 찾아 먼 길을 떠난다. 디스토피아 세계관의 인류 암흑기 로드트립이란 점에서 영화 ‘매드 맥스’와 비슷한 설정인데, ‘스위트 투스’ 속 디스토피아는 사막이나 어둠과는 거리가 멀다. 인류 문명은 쇠락해도 자연은 회복 중이다. 이 세상에 사는 주인공 거스는 사슴이 주인공인 디즈니 만화 밤비처럼 사랑스럽다. 이 때문에 드라마엔 ‘매드맥스 + 밤비’란 수식어가 종종 붙는다.
거스 말고도 세상과 굳건히 맞서는 이들이 또 있다. 버려진 동물원에서 돼지코를 가진 소녀를 입양해 숨겨 키우는 심리치료사 에이미(다니아 라미레스)다. 소문을 들은 하이브리드들이 이 보호소로 몰려든다. 또 다른 의사 싱 박사(아딜 악타르)는 동료로부터 비밀리에 얻은 의문의 치료제로 10년 간 바이러스에 감염된 아내를 돌본다. 치료제에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된 그는 평생 지켜온 신념을 뒤로하고 끔찍한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 경계하는 인간들, 무질서와 혼돈, 무법지대···. 팬데믹을 예측한 영화들이 대부분 불신과 무질서를 실감나게 그렸다면, 이 드라마는 그 와중에도 인간다운 삶을 꿋꿋이 살아내는 이들에 집중한다. 하이브리드를 죄 의식 없이 죽이고 바이러스 감염자를 불태우는 인간성 상실의 시대지만 끝까지 인간다움을 잊지 않는 이들로부터 희망을 본다.
마블의 아이언맨으로 알려진 로버트다우니 주니어가 제작했다. 2009년 발매된 제프 러미어의 만화 시리즈를 드라마화했는데, 원작은 마블이 아닌 DC 코믹스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 5~6월 뉴질랜드에서 파일럿을 촬영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안내판과 중무장한 의료진, 일상이 된 마스크, 넘쳐나는 환자들로 마비된 병원···. 제작진이 조류독감과 사스를 참고해 그려낸 팬데믹 상황은 우리가 현실에서 겪은 팬데믹과 놀랍도록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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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수무책 빠져드는 귀여움! 힐링이 필요하다면
간만에 만난 판타지 수작이다. 갓난아기였던 거스의 10년을 담은 1회를 보고 나면 당초 이 영화에 별 기대를 걸지 않았던 사람들도 거스의 껴안아주고 싶은 귀여움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제작진은 반은 동물, 반은 인간의 모습을 한 ‘하이브리드’의 외관에 큰 공을 들였다. 감정에 따라 움직이는 거스의 사슴 귀는 신날 땐 한껏 위로 솟고, 속상할 땐 아래로 축 처진다.
사슴의 외관을 타고난 거스는 소리에 아주 예민하기 때문에 모든 자극에 귀가 가장 먼저 반응한다. 눈보다도 귀가 먼저 움직인다. 구부러지는 라텍스 사슴 귀는 인형 조종사가 송신기를 손에 쥐고 매 장면 직접 조종했다. 주인공 거스의 표정과 귀 움직이는 타이밍을 정확히 맞추는 게 관건.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위해 조종사가 촬영장에서 내내 거스의 뒤를 쫓아다니면서 뛰었다고 제작진은 밝혔다.
거스보다 더 동물의 모습에 가까운 갓난 하이브리드들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하지 않고 실제 움직이는 인형들을 활용해 촬영했다. 신생아실 장면에선 한 아기 당 서너 명의 조종사가 달라붙었다. 가슴엔 호흡 장치가 설치됐다. 쌔근쌔근 숨 쉬고 갓난아기처럼 움직이는 실감 나는 모습으로 그려졌다.
◇눈 호강, 귀 호강... 영상미와 사운드트랙이 중요하다면
촬영지인 뉴질랜드가 코로나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덕에 지난해 촬영이 수월했다. 끝없이 펼쳐진 푸른 언덕과 색색으로 피어난 꽃, 깎아지른 절벽은 대부분의 인류가 사라진 후 자연이 원래의 모습을 회복해나가는 과정을 아름답게 그린다. 거스와 제프가 미국을 가로지르는 동안 자연에서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다. 드라마 크리에이티브 팀은 이 세계를 현실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기후변화 컨설턴트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감각적이고 적절한 사운드트랙도 화제다. 아이슬란드 밴드 ‘오브 몬스터즈 앤 맨’의 ‘Dirty Paws’가 흐르는 1화 마지막 장면은 드라마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과거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 삽입돼 국내에도 알려진 곡이다.
태어나 처음으로 레코드판에서 흐르는 음악을 들은 거스가 흥분을 주체 못 하고 몸을 흔드는 장면은 가슴을 저릿하게 한다. 이때 쓰인 템테이션스(The Temptations)의 ‘Can’t Get Next To You’, 감염자를 산 채로 불태우는 끔찍한 장면과, 거스가 하이브리드 친구들을 처음 만나는 희망적인 장면에서 두루 쓰인 크리스 배스게이트의 ‘Auld Lang Syne’ 등 노래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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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전염병? 포스트 아포칼립스가 이제 지겹다면
드라마는 거스의 성장을 중심으로 흐르지만, 그 배경은 암울하고 폭력적이다. 우리는 코로나 이후 ‘코로나 바이러스를 정확히 예견한 영화!’ 등 수식어가 붙은 팬데믹 영화를 너무 많이 접했다. 이런 설정이 지겹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다만 원작 만화보다 전염병의 심각성을 줄였다. 감염자들이 끙끙 앓고 새끼손가락을 덜덜 떨기는 하지만, ‘심한 독감’에 가까운 바이러스로 묘사했다. 또 드라마가 그린 팬데믹 이후 세계는 디스토피아보단 자연과 인간성의 회복에 더 초점을 맞췄다.
판타지 장르를 싫어하는 이들에게도 추천하지 않는다. 특히 열살 소년 거스의 여정은 성인 입장에서 봤을 땐 너무나 쉽게 예측 가능한 측면이 있다. 한참 장난기 많은 나이대의 남자아이가 주인공인 만큼 시종일관 멋대로 행동하고 어디로 튈지 몰라 답답하기도 하다. 말 안 듣는 초등학생이 싫다면 조금 짜증이 날 수 있다.
개요 드라마 l 미국 l 판타지 l 2021 l 시즌 1
등급 15세 관람가
특징 매드 맥스와 밤비의 만남
평점 로튼토마토🍅98% IMDb⭐8.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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