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벌레로 유추해 보는 외계생명체

오수현 2021. 6. 18.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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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물리학 / 찰스 S. 코켈 지음 / 노승영 옮김 / 열린책들 펴냄 / 2만5000원
푸른 공원 벤치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자. 하늘에는 새와 잠자리가 날고, 잔디밭에는 개미들이 줄을 지어 기어 다닌다. 나무를 가볍게 오르는 다람쥐도 볼 수 있다. 물리학자 눈에는 이런 아름다운 광경이 각종 물리 법칙들의 향연으로 보인다.

나무 기둥을 수직으로 오르는 무당벌레 다리의 점착력과 다리를 다시 떼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방정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흙을 밀어내며 땅을 뚫는 두더지의 작달막한 앞발은 표면적이 좁을수록 압력이 크게 작용한다는 물리 법칙이 최적으로 구현된 사례다.

영국의 물리학자 찰스 S. 코켈의 저서 '생명의 물리학'은 제각각인 것처럼 보이는 다채로운 생명의 움직임 속에 숨겨진 질서정연한 우주의 법칙을 보여주는 책이다.

옥스퍼드대에서 분자생물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미 항공우주국(NASA)을 거쳐 현재 영국 우주생물학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코켈이 이 책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바는 '이 드넓은 우주에서 지구만 예외적이고 특별한 것은 아니다'는 것이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인식을 깨고, 다윈의 진화론이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다르다는 관념을 뒤집었던 것처럼, 생명을 생물학이 아닌 물리학의 관점에서 풀어내는 코켈의 시도는 '우주에서 생명은 오직 지구에만 존재한다'는 인식을 재고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코켈은 책에서 지구 밖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한다. '과연 척박한 우주 환경에 생물이 존재할까'라는 질문을 던진 뒤 지구상의 극한 환경에서 존재하는 생물들을 나열한다. 광산 지하 깊은 곳 짜디 짠 암염 환경에서 미생물이 발견되며, 미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펄펄 끓는 웅덩이에도 미생물이 살며, 해양의 열수구에 사는 미생물은 섭씨 122도에서도 번식할 수 있다. 고온과 저온, 고압과 저압, 고방사선 등 극한 조건의 외계 행성에서 생명 존재의 가능성을 넌지시 던지는 것이다.

이어 코켈은 느닷없이 무당벌레 한 마리를 집어 들어 우리에게 들이밀며 외계 생명체의 모습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생물의 진화가 물리학 법칙을 따른다면 다른 은하에도 무당벌레를 닮은 생물이 있을까. 지구의 무당벌레 다리에 선택된 요소들은 다른 은하에서도 선택될까. 무당벌레 다리를 만들고 빚는 분자는 다른 은하에서도 같을까. 그 무당벌레가 구조의 모든 수준에서 지구 무당벌레와 똑같을 수 있을까. 결국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전 우주를 일관되게 지배하는 물리학 법칙을 통해 우리는 미물인 무당벌레를 통해서도 지구 밖 생명체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는 것이다.

윤성철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코켈의 이 같은 접근법에 대해 "외계인은 어떤 모습일까라는 어린 시절 질문에 스스로 과학적으로 답해 보는 짜릿한 지적 유희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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