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호 받은 '골때녀'와 대비되는 '마녀들2' 처참한 성적표

김교석 칼럼니스트 2021. 6. 18.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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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스포츠예능, '골때녀'는 되고 '마녀들2'는 안 통한 이유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여성 예능이란 설정 자체는 더 이상 흥미요소가 아니다. 여전히 여성 예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나 여성들이 뭉친 것만으로 색다른 볼거리나 재미를 기대할 정도는 시절은 지나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도자료 카피나, 기사의 주제로는 매력적일지 몰라도 여성들이 뭉쳐서 예능을 한다는 것만으로 시청자들을 호객할 수는 없다. 보다 중요한 것은 성별이 아니라 함께하는 그들이 무엇을 보여주느냐다.

흥미롭게도 지난 수요일(16일) 밤 여자 야구단과 여자 풋살리그를 무대삼은 두 편의 예능이 동시에 펼쳐졌다. 여성과 스포츠라는 뼈대를 특별한 설정을 공유했지만 결과는 판이했다. 풋살리그를 진행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은 파일럿의 기념비적인 인기를 이어받아 6%가 넘는 호성적으로 시작한 반면, MBC가 제작한 웹예능 <마녀들2>의 지상파 특별 편은 1%가 채 안 되는 처참한 성적으로 막을 내려야 했다. 종목만 다를 뿐 여성과 스포츠라는 코드를 공유한 두 프로그램에 보여준 시청자들의 극명한 온도차는 익숙함과 새로움의 차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스포츠 예능의 재미는 크게 스포츠 본연의 볼거리와 승부의 쾌감, 매력적인 캐릭터, 그리고 한 팀으로 성장해가는 성장서사에서 나온다. 그래서 <날아라 슛돌이>, <천하무적 야구단>, <우리동네 예체능>, <핸섬타이거즈>, <뭉쳐야 찬다> 등 대부분의 스포츠 예능이 방송을 위한 하나의 팀을 만들고 그 팀이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스포츠 만화의 스토리텔링을 빌려올 수도 있고 무대만 조금 다를 뿐 캐릭터쇼의 성향이 강한 리얼버라이어티의 작법을 적용하기도 수월하다.

6개월여 만에 시즌2로 돌아온 <마녀들2>이 바로 그 예다. 지난해 12월 공개된 MBC 웹예능 <마녀들>은 야구를 좋아하는 김민경, 윤보미, 신수지, 박기량, 박지영 등의 여자 연예인 및 셀럽과 일반 여자 사회인 야구 선수들이 프로야구 스타 출신 선출 코치진과 팀을 꾸려 함께 성장해가는 과정을 담은 스포츠 미션 리얼버라이어티다. 지난해 12월 공개한 시즌1이 성공적이라고 생각했는지 시즌2는 OTT 및 웹 서비스로 본편을 공개하기 앞서 6월 2일부터 지상파에서 3주간 특별편성을 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사회인 선수는 10명 중 3명만 남고 새로운 얼굴로 교체됐으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시즌1의 연예인 선수들과 코치진이 모두 재합류했다.

지상파 편성을 따내긴 했지만 3주는 앞서 말한 스포츠 예능의 세 가지 재미요소를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기에 턱 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그 결과 3주간 시청률은 연이어 바닥을 찾아 내려갔다. 캐릭터와 인사를 나눌 시간은 당연히 없고, 성장 과정을 볼 수 없는데다 KBO리그도 예전보다 잘 안 보는 마당에 이들의 높지 않은 수준의 야구 경기를 긴장하며 흥미진진하게 볼 시청자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방송에서는 경기의 중요도를 강조하지만 왜 이들이 이 수준에서 남자 팀을 이기려고 하고(시즌1) 갑자기, 전국 제패를 목표로 삼는지 경기의 중요도와 그에 따른 긴장감과 승부욕을 교감하기란 쉽지 않았다.

반면 <골때녀>는 4팀으로 토너먼트 리그를 구성했던 지난 파일럿보다 2팀 더 늘려 6팀으로 대진표를 확장했다. 기존의 세 가지 재미요소를 강조하는 데 이야기를 펼치는 설정이 판이하다. 성장서사를 따르다 성장이 둔화된 이후 볼거리와 핍진성의 한계에 봉착했던 기존 스포츠 예능과는 조금 다르게 접근한다. 하나의 팀으로 뭉쳐가며 성장하는 스포츠 만화의 스토리라인보다는 당장의 승부에 초점을 맞춘다. 해설과 중계진에 포커스를 둬서 스포츠의 다이나믹함을 더욱 강조하면서 토너먼트 특유의 단판 승부의 쫄깃함으로 승부의 긴장감을 설명하거나 재차 의미 부여하는 과정은 생략한다. 캐릭터는 피치 위의 플레이로 만들어간다. 예능의 캐릭터쇼라기보다 스포츠 선수들의 별명 짓기에 가깝다. 보는 관점에 따라 <골때녀>는 <불청> 박장군(박선영)을 위한 스핀오프이기도 한 만큼 지켜볼 포인트도 몇몇 부분 성립돼 있다.

대체로 스포츠 예능은 승부가 박빙으로 흐르고 실력이 일취월장함에 따라 예능의 재미가 반비례해 감소하고 볼거리가 반복되는데(<뭉쳐야 찬다>가 대표적이다), 단판 승부로 이어가니 실력과 볼거리는 다소 떨어지더라도 승부의 긴장감은 오롯이 지켜간다. 그뿐 아니라 선수들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볼거리도 늘어나는 선순환이 기대된다. 스포츠가 가진 승부의 세계를 예능에 잘 접목시킨 사례다.

그렇다보니 <골때녀>의 수많은 출연자들은 여성이 아니라 그냥 '선수'로 주목받는다. 이들의 얼굴이나 인간미가 아니라 퍼포먼스에 집중하게 된다. 반면 <마녀들>은 KBO 중계를 즐겨보고, 사회인 야구를 즐기는 헤비한 야구팬의 시선에 맞춰진 기획이란 인상이 강하다. 준비과정이 비교적 허술하고, 방송의 주연과 경기의 주역이 다르다보니 맵시 있는 유니폼 차림의 연예인 선수들이 '열심히' 야구를 하는 모습을 기특하게 바라보는 시선과 사회인 여자 야구에 대한 관심이 하나의 결을 이루지 않고 튄다. 그래서 도전에 공감하거나 기획의도가 와 닿지 않는다.

수요일 두 편의 여성 스포츠 예능을 보면서 여성 예능에서 여성의 주체성 대하여, 또 스포츠 예능의 기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고민이 만든 결과를 본의 아니게 비교해볼 수 있었다. TV가 늙어가고 있다고 하나 플랫폼만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숏폼 웹예능이라고 무조건 젊은 감각인 것도 아니다. 그보단 산뜻함을 유지하려는 시선과, 기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 두 가지가 비슷한 두 프로그램의 결정적인 차이의 결과를 가져왔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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