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후 아파트값 2.4% 상승.. "신축보다 2배 높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압구정, 삼성동 일대 아파트 밀집 지역 모습. <연합뉴스>

[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올 들어 서울 노후 아파트값이 신축 아파트보다 2배 더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에서 준공 20년 초과 아파트값은 올 들어 지난주까지 누적 기준 2.40% 올랐다.

같은 기간 준공 5년 이하인 신축 아파트값이 1.20% 오른 것과 비교하면 2배 높다.

서울 5개 권역별로 보면 20년 초과 아파트값은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구)이 3.08%로 가장 많이 올랐고 동북권 2.35%, 서남권 2.07%, 서북권 1.63%, 도심권 1.21% 순으로 아파트값 상승률이 높다.

'강남권'으로도 불리는 동남권은 압구정·대치·서초·잠실동 등의 주요 재건축 단지가 몰려 있는데, 이들 단지가 전체 아파트값 상승을 견인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 재건축 단지들은 정부가 작년 6·17 대책에서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아파트를 조합설립 인가 후 구입하면 입주권을 주지 않기로 하자 이 규제를 피하려 서둘러 조합설립 인가를 받는 등 사업을 서둘러 추진했다. 지난 4·7 재보궐선거 과정에서 주요 후보들이 부동산 규제 완화를 공약한 것도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을 부추겼다.

서울시가 재건축 아파트값 과열 양상을 진정시키기 위해 압구정·여의도·목동 등 4개 지역을 1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지만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런 영향으로 올 들어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까지 주간 누적 기준 1.79% 올랐다.

구별로는 송파구가 2.89%로 가장 많이 올랐고 노원구(2.82%), 서초구(2.58%), 강남구(2.40%), 마포구(2.14%), 양천구(2.08%) 등이 상위권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들 지역은 모두 주요 재건축 단지를 품고 있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는 올해 준공 44년째를 맞았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82㎡는 올해 5월 13일 28억11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되며 올해 1월 23억원보다 5억원 넘게 올랐다.

강남구 압구정동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아파트 매매가 중단됐다. 규제 직전인 지난 4월 26일 한양1차 전용 91㎡가 31억원에 매매됐는데, 작년 12월 25억원과 비교하면 6억원이 올랐다.

1973년 준공해 재건축을 앞둔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전용 106㎡는 작년 12월 37억원에서 지난달 15일 45억원으로 5개월 새 8억원이 뛰었고 올해 2월 재건축을 위한 1차 안전진단을 통과한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3단지 전용 145㎡는 올해 1월 19억8000만원에서 4월 27억2000만원으로 값이 뛰었다.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노원구에서도 지은 지 33년 된 상계동 주공 12차 전용 66㎡가 올해 1월 6억7800만원에서 올해 5월 19일 8억4000만원까지 올랐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4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후 거래절벽이 심화됐지만, 높아진 매매 호가는 계속 유지되고 있다"며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에다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가 있어 상승 분위기가 쉽게 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