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명의로 집 사기, 농지법 위반 모두 투기라더니..민주당 의원 12인 의혹은

연지연 기자 2021. 6. 8.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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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국민권익위원회의 민주당 소속 의원 부동산 전수조사 결과 투기 의혹에 연루된 의원 12명 전원에 대해 탈당을 권유한다고 밝히자, 의원들이 줄줄이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상당수 국민의 시선은 곱지가 않다. 지금껏 정부와 여당은 땅을 사서 단기간에 차익을 본 사람, 본인 명의로 부동산을 사지 않은 사람 등을 투기꾼으로 몰아왔는데, 정작 본인들이 이를 위반했다는 점 때문이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8일 오후 브리핑에서 “우리 당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모든 당 대표 후보들이 이 문제에 엄정하게 대응할 것을 함께 공약했고 오늘 최고위원회 논의를 거쳐 12명 대상자 전원에게 탈당을 권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주영·김회재·문진석·윤미향 의원은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을, 김한정·서영석·임종성 의원은 업무상 비밀이용 의혹을 받고 있다. 양이원영·오영훈·윤재갑·김수흥·우상호 의원은 농지법 위반 의혹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통보받아 8일 공개한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의원들. 사진 맨 위 왼쪽부터 김주영, 김회재, 문진석, 윤미향 의원. 두 번째줄 왼쪽부터 김한정, 서영석, 임종성, 양이원영 의원. 마지막 줄 왼쪽부터 오영훈, 윤재갑, 김수흥, 우상호 의원./연합뉴스 제공

◇ 명의 신탁의혹 “요즘 명의 빌려주는 사람도 있나요?”

윤미향 의원은 명의 신탁 위반 의혹을 받고 있다. 자금 흐름이 그렇다.

윤미향 의원의 시누이는 지난 2013년 함양의 주택을 5000만원에 구입했다가 2017년 1억1500만원에 매각했다. 그런데 이후 해당 자금은 윤 의원의 남편 명의로 8500만원의 빌라를 매입하는 데 사용되고, 나머지 3000만원은 윤 의원 계좌로 입금됐다. 함양 주택의 명의자인 시누이는 1억1500만원에 대한 소유권을 아예 행사하지 못한 것이다.

이에 애초부터 시누이의 명의만 빌려 해당 집을 매매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만약 명의신탁이 아니라면 증여세 탈루 혐의가 인정될 수도 있다. 현행법상 기타 친족 간 증여는 1000만 원이 넘으면 과세대상이다.

윤 의원은 해명자료를 내고 “시부모님은 시누이 명의의 함양 시골집에 거주하셨으나 2015년 3월 시아버지 별세 이후 시어머니 홀로 그곳에 살 수 없어 집을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라며 “이후 시어머니 홀로 거주하실 함양의 집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집안 사정상 남편 명의로 주택을 구입하게 되었으며, 시골집 매각 금액이 사용됐다”고 밝혔다.

김회재 의원은 잠실과 서빙고동 아파트를 보유해 서울 다주택자로 지목됐다. 잠실의 아파트를 처분하는 와중에 명의신탁 의혹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지난 3월 잠실 아파트를 매도하면서 매매금 23억원 중 계약금 2억3000만원과 잔금 중 6억원만 받은 채 소유권을 이전했다. 잔금을 64%나 남긴 채 등기를 넘긴 것이다. 우선 근저당권을 설정한 후 5월 17일에 잔금 14억7000만원을 받고 근저당권을 해지했다.

김 의원은 “권익위에서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5월13일 이전 조사내용을 기반으로 명의신탁 의혹이라 한 것”이라며 “권익위는 잘못된 수사 의뢰를 철회해야 한다. 당 지도부도 명백한 잘못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실관계 확인이나 소명 절차도 전혀 거치지 않고, 탈당 권유를 한 것에 대해 강력히 유감을 표명하고 탈당 권유를 철회해달라”고 했다.

다만 이를 둘러싸고 꼼수라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법무법인 정향 소속 부동산 전문 김예림 변호사는 “소유권 이전은 잔금을 치르면서 넘기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잔금 기간이 두 달여로 그리 길지도 않은데 잔금의 반 이상을 남겨둔 채 등기부터 넘겨준 것은 통상 수준을 넘어 매수인의 편의를 봐준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의 해명 자체가 비정상적인 셈이란 얘기다.

부동산 불법거래 의혹 해명하는 김한정 의원. 김 의원은 지난해 경기북부지방경찰청에서 '농지법 위반'으로 조사를 받았으나 '불송치(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고 이날 주장했다./연합뉴스 제공

◇ “농지법 위반이 가장 많았다”

문진석 의원의 경우 문제가 된 부동산 거래는 충남 예산군 궐곡리 왕복 2차선 도로 옆의 1800㎡ 규모 농지다. 문 의원은 농지를 살 때 영농계획서에 조경수와 과실수를 심겠다고 신고했지만, 올해 4월까지 사실상 방치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문 의원이 당선 전 운영하던 충남의 한 폐기물처리 업체는 다른 건의 소송에서 “해당 농지를 회사 진입로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영농계획서를 허위로 제출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허위 신고 자체가 농지법 위반이며, 비농업 사업 목적을 위해 영농법인이 농지를 구입한 것이 부동산 명의신탁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본다.

문 의원은 “법무사에 의해 부동산 거래가 신고된 정상적인 거래였고 현재 등기상에도 영농법인 소유다”라며 “미래가치가 현재가치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는 외진 시골의 농지를 굳이 차명으로 보유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우상호 의원도 농지법 위반 의혹을 받았다. 묘지용 토지를 알아보다가 전답(밭) 용도의 토지를 매입한 후 바로 묘지조성을 했다는 것이다. 1996년 농지법 개정 이후 취득한 농지의 경우,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야 취득이 가능하다. 이 토지를 매수할 땐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으면서 경작 의사를 밝히고 바로 묘지를 조상했다는 점에서 농지법 위반이라는 뜻이다.

농지법 58조는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은 자, 승인 없이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자, 타용도 일시 사용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농지를 다른 용도로 사용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대해 우 의원은 농사 활동도 직접 했다면서 억울함을 표하고 있으나,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웬만해서 지킬 수 없는 농지법이라면 개선을 해야 하는 위치에 있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경자유전 원칙에 따른 농지법이 시대와 맞지 않는 면이 있어 범법자를 양산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런 문제가 있다면 국회의원은 법을 고쳤어야 했다”면서 “억울하다고 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윤재갑 의원의 부인은 지난 2017년 7월 경기도 평택시의 논 2121㎡(약 641평)의 지분 33㎡(약 10평)을 2744만원에 매입했다. 공동소유자는 모두 28명이었고, 지분을 매입한 회사는 농업법인이었다. 윤 의원은 “부인 친구가 서울에서 복덕방을 하면서 ‘돈이 좀 필요한데 빌려달라’고 했고, (대신) ‘땅을 네가 갖고 있어라’고 했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이곳은 오는 2022년 개통될 서해선 복선 안중역에서 불과 600여m 떨어진 곳이다.

김주영 의원은 부친이 지난 2019년 2월 경기도 화성시 남양 뉴타운이 있는 남양리의 땅 1만1729㎡(약 3548평) 중 495.87㎡(약 150평)를 8850만원에 산 것이 드러났다. 같은 필지를 수십 명이 함께 보유하고 있고, 부동산 경매업체가 법원에서 경매받은 땅을 이른바 ‘지분 쪼개기’ 매입으로 보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3월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당시 “이 땅은 2019년 2월, 아흔이 넘으신 아버지가 생계 능력이 없는 장애인 둘째 형님의 노후를 위해 구입한 것이라고 말씀하셨다”고 했었다.

경기도 부천정이 지역구인 서영석 의원도 지분을 쪼개 매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서 의원은 지난 2015년 8월 부천시 고강동 땅 877㎡(약 265평)와 바로 옆에 붙은 2종 근린생활시설 건물 351㎡(약 106평)를 지인 A씨와 각각 절반씩 지분을 나눠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땅의 지목은 ‘전(밭)’이었고 매입가는 2억4200만원, 그중 서 의원의 몫은 1억2100만원이었다.

건물 가격은 등기부 등본에 나와 있지 않다. 지난해 실거래가로 재산 신고한 가격은 각각 1억3725만원(265평), 2억3359만원(106평, 건물 포함)이었다. 약사 출신인 서 의원은 고강동을 지역구로 한 부천시의원을 지냈고, 해당 부동산을 매매할 때는 경기도의원이었다. 이 땅은 3기 신도시에 포함된 부천 대장지구 동쪽 끝과 2㎞가량 떨어져 있다.

◇ “샀는데 하필 개발이 됐다는 의원, 산 줄도 몰랐다는 의원”

김한정 의원 역시 김회재 의원처럼 다주택을 처분한 이후, 김 의원의 아내와 처남이 경기 남양주시 진접읍의 1112㎡ 규모 토지를 12억 8000만원 가량에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매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김 의원이 2020년 총선에 출마하면서 해당 토지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군부대 이전, 도시활력사업 등의 공약을 제시해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김 의원은 이와 관련해 “남양주 북부에 있는 230평 토지로 왕숙 신도시가 확정된 지 1년 7개월이 지나서 구입한 것”이라며 “농지법 위반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으며, 지난 5월 경기북부경찰청은 범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혐의없음’ 처분을 내린 바 있다”고 해명했다.

공동명의로 땅을 사놓고 “몰랐다”는 임종성 의원 해명도 나왔다. 임 의원이 의혹을 받고 있는 토지는 그의 누나와 사촌, 그리고 보좌관 출신 이 모씨의 아내 등 4명이 공동 매입한 것으로 나왔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임 의원의 명의가 포함된 부동산 매매가 투기 목적 매입 행태와 상당히 비슷하다고 본다. 이들이 산 땅은 개발택지지구에 직접 포함되지는 않고 사업지 경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상 과정에서 수익을 가장 극대화하는 형태라는 얘기다. 지방자치단체 소속으로 공단 보상팀장을 역임했던 한 관계자는 “진짜 고수는 경계를 직접 만지는 사람들”이라며 “지구 계획이라는 것은 바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확정될 때까지 계속 바뀌는 개념인데, 이를 알 수 있는 극소수만 적확한 타이밍에 해당 토지를 투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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