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반쪽 혁신'.. 조직개편 없이 직원 2000명만 줄여

정순우 기자 2021. 6. 8.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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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LH혁신방안에 대한 대국민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시스

정부가 공공택지 입지 조사 등 일부 업무를 다른 기관으로 이전하고, 9643명에 달하는 직원의 20%(약 2000명)를 줄이는 내용의 LH(한국토지주택공사) 혁신 방안을 7일 발표했다. LH 모든 직원의 재산 공개를 의무화하고, 투자 목적으로 토지를 취득하면 인사상 불이익도 주기로 했다.

하지만 토지개발, 주거복지 등 핵심 기능은 대부분 유지하기로 했고, 김부겸 국무총리가 “해체 수준이 될 것”이라고 했던 조직 개편안은 내놓지 못했다. LH 임직원에 대한 강력한 징계만 있을 뿐, 시스템 개혁은 없는 ‘반쪽짜리 혁신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공공 주도의 개발 방식과 정보 독점이라는 근본적 문제는 외면하고 여론을 의식해 ‘보여주기식’ 임직원 징벌 대책만 잔뜩 내놨다”고 말했다.

LH 혁신안 주요 내용

◇2000명 감축, 당장 해고는 안 해

LH 혁신안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업무 조정을 통한 인력 감축이다. 정부는 신도시 조성 등 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사전(事前) 정보 유출 우려가 있는 LH의 공공택지 입지 조사 업무를 국토교통부로 이관하기로 했다. 시설물 성능 인증, 해외투자사업 등 비핵심 업무도 건설기술연구원과 해외인프라도시개발공사로 넘긴다. 이 같은 업무 조정을 통해 LH 본사 정원을 1000명 줄이고, 지방자치단체 산하 개발공사와 업무가 겹치는 지역본부 인력도 1000명 이상 추가 감축할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당장 직원을 해고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명예·희망퇴직 등을 활용해 점진적으로 직원 수를 줄여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혁신안에는 LH 임직원에 대한 강도 높은 투기 근절 대책이 담겼다. LH 본부장급 이상 7명에게만 적용되던 재산 등록 의무를 전 직원으로 확대하고, 매년 부동산 거래 현황을 조사하기로 했다. 실사용 목적이 아닌 부동산의 취득을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2급 이상 고위직 승진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또한 신도시 등 공공택지를 지정할 때마다 지역 내 토지를 전수 조사해 LH 직원들의 토지 소유 상황과 대조하기로 했다.

일감 몰아주기 등 전관예우 관행을 근절하는 대책도 담겼다. 퇴직 후 연관업종 취업 제한 대상자를 상임이사 이상 7명에서 2급 이상 529명으로 대폭 확대했고, 퇴직자가 취업 또는 창업한 기업과는 퇴직일로부터 5년(기존 2년)간 수의계약을 맺지 못하도록 했다.

노형욱(가운데) 국토교통부 장관, 윤창렬(오른쪽) 국무조정실 2차장, 안도걸(왼쪽) 기획재정부 2차관이 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LH 혁신 방안 발표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공급 확대 딜레마에 반쪽 된 조직 개편

3월 초 광명·시흥지구에서 직원 땅 투기 의혹이 처음 불거진 후 3개월간 고민했던 LH 조직 개편은 3가지 후보안(案)을 제시하는 데 그쳤다. 토지와 주택·주거복지를 별도 분리하는 1안, 주거복지 부문과 개발사업 부문인 토지·주택을 수평적으로 분리하는 2안, 주거복지 부문을 모회사로 두고 토지·주택사업을 자회사로 두는 것이 3안이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광범위한 의견 수렴을 거쳐 8월까지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당초 부동산 시장에선 LH의 핵심 업무 일부가 외부로 넘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세 가지 조직 개편안은 토지 개발, 주택 공급, 주거 복지 등 3대 핵심 업무를 LH가 그대로 수행한다. 국토부는 “2·4 대책 등 주택 공급은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핵심 역량은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공공택지 입지 조사 업무를 국토부가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온다. 현재 LH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은 113명인데, 국토부는 공공주택추진단에 공공택지조사과를 신설해 20명 정도의 인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한 토지개발정보업체 관계자는 “업무 효율성이 떨어져 비공개적으로 LH를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2015년 LH 본사가 경남 진주로 이전하면서 사업지가 집중된 수도권과의 물리적 거리가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일부 직원의 ‘모럴 해저드’를 야기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개편안에 포함된 재산등록 의무화, 성과급 반납 등의 제재까지 더해지면서 조직 내 핵심 인력 유출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LH 출신의 한 기업인은 “LH가 정부 부동산 정책을 수행하는 현실에서 LH의 인적 경쟁력 약화는 국가적으로도 만만찮은 손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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